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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는 제분업체의 담합으로 가격이 올랐던 것! 공정위가 밝혀내 이제는 가격 내려가나?

02-26
6년간 밀가루값 '짬짜미'...공정위,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카드 꺼냈다


<이미지 : 기사의 이해를 돕고자 AI생성>


6년간 밀가루값 '짬짜미'...공정위,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카드 꺼냈다

CJ제일제당·대한제분 등 7개사, 2019~2024년 가격·물량 담합 혐의. 관련 매출 5.8조, 과징금 최대 1.16조 전망. 대통령 "담합은 암적 존재, 영구 퇴출"...제분업체 줄줄이 가격 인하, 그러나 빵값은 '요지부동'

2026.02.26

[핵심 포인트]
- 공정위, CJ제일제당·대한제분·삼양사·사조동아원·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7개 제분사에 심사보고서 송부 (2.19)
- 혐의: 2019년 11월~2024년 10월, 6년간 밀가루 B2B 판매가격 공동 인상 및 수요처별 물량 배분 담합
- 7개사 B2B 시장 점유율 88%. 담합 관련 매출액 5조 8000억원. 이론상 최대 과징금 1조 1600억원
- 20년 만에 '가격 재결정 명령' 포함 — 담합으로 올린 가격을 다시 정하도록 강제하는 조치
- 이재명 대통령: "담합은 암적 존재, 영구 퇴출까지 검토" / 주병기 공정위원장: "밀가루 10% 이상 내려야"
- 제분업체 선제적 가격 인하: CJ 밀가루 4~5.5%, 대한제분 4.6%, 삼양사 4~6%, 사조동아원 5.9%
- 그러나 라면·빵·과자 등 완제품 가격은 '요지부동'. 밀가루가 원가의 15~20%에 불과, 체감 효과 제한적

1. 6년간의 '밀가루 카르텔'


공정거래위원회가 2월 19일, 국내 주요 제분사 7곳에 심사보고서를 송부했다.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삼양사, 사조동아원,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이 7개사는 2024년 기준 국내 밀가루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의 88%를 점유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인이 먹는 밀가루의 거의 전부다.

혐의는 명확하다. 2019년 11월부터 2024년 10월까지 약 6년간, 밀가루 납품 가격을 함께 올리고 수요처별로 물량을 나눠 배분했다. 라면, 빵, 과자, 국수를 만드는 식품회사에 납품하는 밀가루의 가격과 물량을 7개사가 서로 짜고 맞춘 것이다.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만 5조 8000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를 "가격담합과 물량배분 담합에 해당하는 매우 중대한 위법행위"로 판단했다. 검찰도 별도로 수사를 진행해, 2월 2일 6개 법인과 임직원 14명을 이미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추산한 담합 규모는 5조 9913억 원으로, 최근 적발된 설탕 담합(3조 2884억 원)의 약 2배에 달한다.

최근 식품 원자재 담합 사건 비교
구분 밀가루 담합 설탕 담합 2006년 밀가루 담합
대상 기업 7개사 3개사 8개사
담합 기간 2019.11~2024.10 (6년) 2021.2~2024.4 (3년) 2001.1~2006.2 (5년)
담합 규모 5.8~5.99조 원 3.29조 원 -
과징금 최대 1.16조 원 (전망) 4,083억 원 (확정) 435억 원
가격 재결정 명령 검토 중 - 발동 (약 5% 인하 효과)


2. 20년 만에 부활하는 '가격 재결정 명령'


이번 사건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목은 '가격 재결정 명령'의 부활 가능성이다. 가격 재결정 명령이란, 담합으로 인위적으로 올린 가격을 폐기하고 경쟁 시세에 맞게 가격을 다시 산정해 공정위에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조치다. 과징금과는 별개로, 소비자 부담을 직접적으로 낮출 수 있는 수단이다.

공정위가 마지막으로 이 카드를 쓴 것은 2006년이다. 당시에도 대상은 제분업체였다. 8개사에 과징금 435억 원을 부과하면서 가격 재결정을 명령했고, 약 5%의 가격 인하 효과가 발생했다. 이후 20년간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였다.

이번에 다시 꺼내든 배경에는 정치적 동력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월 초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밀가루·설탕 담합 수사 결과를 언급하며 "공정경쟁을 가로막고 시장 신뢰를 훼손하며 국민 경제 발전을 방해하는 암적인 존재"라고 규정했다. "독과점 상황을 악용하는 문제를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 시정하라"며 반시장적 행위에 대한 시장 영구 퇴출까지 거론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가격 재결정 명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고, 밀가루 가격의 인하폭으로 10% 수준이 합당하다고까지 언급했다.

"국가 구성원 모두에게 피해를 주며 혼자 잘 살면 좋겠느냐. 독과점을 이용해 국민에게 고물가를 강요하는 행위는 국가의 공권력을 총동원해 반드시 시정하기를 바란다." — 이재명 대통령, 2026.2.2 수석보좌관회의


공정위는 이례적으로 전원회의 심의 완료 전 사건을 공개 브리핑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 송부 단계에서 공식 브리핑하는 것은 첫 사례"라며 "공익 측면에서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사 기간도 이례적이었다. 통상 담합 사건 조사에 평균 300일이 소요되지만, 이번에는 2025년 10월 현장조사 착수 후 4개월 만에 심사보고서를 제출했다. 5명으로 구성된 전담 태스크포스(TF)가 투입됐다.

3. 제분업체, 줄줄이 가격 인하...그러나 '생색내기' 비판


공정위의 제재 착수와 대통령의 강경 발언이 이어지자 제분업체들이 선제적으로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대한제분이 2월 1일부터 밀가루 일부 제품 출고가를 평균 4.6% 인하한 것을 시작으로, CJ제일제당이 업소용 밀가루 4%, 소비자용 평균 5.5%(최대 6%), 삼양사 4~6%, 사조동아원 5.9%를 잇따라 낮췄다.

그런데 수치를 자세히 보면,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 1kg짜리 밀가루 기준 인하액은 150원 남짓이다. 문제는 담합 기간 동안 올린 폭과의 격차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제분사들은 담합을 통해 밀가루 가격을 최대 42.4%까지 인상한 것으로 드러났다. 40% 넘게 올려놓고 4~6% 내린 셈이니, "생색내기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이 "10% 이상 내려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이 맥락이다.

제분·제당업체 가격 인하 현황 (2026년 2월 기준)
업체 밀가루 인하 설탕 인하
CJ제일제당 B2B 평균 4%, B2C 평균 5.5% (최대 6%) B2B 평균 6%, B2C 평균 5% (최대 6%)
대한제분 일부 제품 평균 4.6% (2.1부터 적용) -
삼양사 B2B·B2C 평균 4~6% B2B·B2C 평균 4~6%
사조동아원 중식·제과제빵용 평균 5.9% -
전분당 업계 전분·물엿·과당 등 B2B 3~5%, B2C 최대 5% 인하


4. 밀가루값 내렸는데, 빵값은 왜 '요지부동'인가


소비자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하나다. 밀가루가 내렸으니, 라면값·빵값·과자값도 내려가는 것인가.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식품업계는 원재료 인하가 곧바로 완제품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말한다.

라면의 경우, 밀가루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20% 수준이다. 나머지는 팜유, 포장재, 물류·마케팅 비용이 대부분이다. 밀가루가 5% 내려가도 전체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1400원대 유지에 따른 수입 부자재 부담, 전기·가스 요금 상승,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 등이 원재료 인하 효과를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는 반박한다. 2022년 이후 국제 밀 가격은 하락세를 보여왔지만 밀가루 소비자 가격은 오히려 올랐다. 설탕도 원당 가격 상승폭보다 제품 가격 인상폭이 더 컸다. "올릴 때는 원자재 핑계, 내릴 때는 다른 비용 핑계"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단체는 원가 연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완제품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밀가루 인하 = 빵값 인하'가 아닌 이유 라면 원가에서 밀가루 비중은 15~20%. 밀가루가 5% 내려도 라면 원가 영향은 약 1%. 환율(1400원대), 에너지 비용, 인건비, 팜유 등 다른 원가 요인은 상승 중. 기업은 분기·반기 단위로 원재료를 선매입하는 구조라 즉각 반영이 어려운 측면도 있음.

그러나 소비자 단체 지적: "국제 밀 가격은 2022년 이후 하락세인데 밀가루 가격은 오히려 상승했다. 올릴 때는 빠르고 내릴 때는 느린 '로켓·깃털'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5. 20년 전에도, 지금도 — 반복되는 '밀가루 담합'


2006년 3월, 공정위는 8개 제분사가 6년간 밀가루 공급물량과 가격을 조직적으로 담합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밀가루 생산자물가는 2000년 대비 약 40% 상승했고, 같은 기간 공산품 평균 상승률(약 10%)을 크게 웃돌았다. 과징금 435억 원에 가격 재결정 명령이 내려졌다.

20년이 지나 같은 업종, 같은 기업들이 같은 혐의로 다시 심판대에 올랐다. 규모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2006년 과징금 435억 원이었던 것이 이번에는 최대 1조 1600억 원까지 거론된다. 담합 금액 자체가 5조 8000억 원으로 폭증했다. 제분업계 관계자는 직전 설탕 담합에서 관련 매출의 15%를 적용해 4083억 원이 부과된 점을 감안하면 밀가루 담합은 8000억 원대 과징금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 것인가, 아니면 처벌이 약해서 반복이 가능했던 것인가. 2006년 과징금 435억 원은 이들 기업이 6년간 담합으로 거둔 수익에 비하면 미미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에 조 단위 과징금과 가격 재결정 명령이 동시에 내려진다면, 비로소 '담합의 대가'가 담합의 이익을 넘어서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6. 소비자와 자영업자, 우선은 환영


소비자와 자영업자 반응은 우선 긍정적이다. 밀가루는 빵, 국수, 만두, 치킨 튀김옷까지 자영업자의 원재료 비용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B2B 밀가루 가격이 내려가면 가장 먼저 혜택을 보는 것은 식자재를 직접 구매하는 자영업자들이다. 다만 4~6% 인하 수준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절감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20kg 대포장 밀가루 기준으로 수백 원대 절감에 그치기 때문이다.

가격 재결정 명령이 실제 발동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정위원장이 언급한 10% 수준의 인하가 이루어질 경우, B2B 시장에서 실질적인 원가 절감이 가능해진다. 또한 가격 재결정은 일회성이 아니라, 담합 이전의 경쟁 가격 수준으로 되돌리는 구조적 조치이므로 효과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정위는 설탕에 이어 전분당(과자·음료·소스의 필수 원료) 4개사에 대해서도 담합 의혹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설탕, 밀가루, 전분당까지 식품 원자재 3대 카르텔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면, 식품 산업 전반의 원가 구조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 그때가 되면 "빵값은 왜 안 내려가나"라는 질문에 대한 식품업계의 답변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향후 절차 및 전망
단계 내용
현재 심사보고서 송부 완료 (2.19). 7개사 의견서 제출 기한 8주
방어권 절차 제분사들, 증거 열람·복사 및 서면 의견 제출
전원회의 주병기 위원장 주재, 담합 여부·과징금·가격 재결정 명령 최종 판단
형사 재판 6개 법인·임직원 14명 기소 완료 (2.2). 행정제재와 별도 진행
추가 조사 전분당 4개사(CJ·사조CPK·대상·삼양사) 담합 의혹 조사 진행 중


7. 담합의 대가가 담합의 이익을 넘어야 한다


밀가루는 라면, 빵, 과자, 국수, 만두피, 튀김옷의 기본 재료다. 한국인의 식탁에서 쌀 다음으로 가까운 곡물이다. 그 가격을 7개 회사가 6년간 짜고 올렸다. 그 사이 소비자는 비싼 빵을 먹었고, 자영업자는 높은 원재료비를 감당했다.

20년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규모가 다르다. 과징금이 조 단위로 올라갔고, 가격 재결정 명령이 부활할 가능성이 높으며, 대통령이 영구 퇴출까지 언급했다. 설탕, 밀가루, 전분당까지 식품 원자재 카르텔이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진짜 질문은 그다음에 온다. 과징금을 내고 나면 또 20년 뒤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40% 올려놓고 5% 내리는 것이 정말 '물가 안정 동참'인가. 밀가루가 내렸는데 빵값은 왜 그대로인가. 담합의 대가가 담합의 이익을 넘어서야만, 비로소 이 악순환이 끊어진다. 이번이 그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전원회의의 결론을 지켜봐야 한다.

박예현 기자 ⓒ 2026 깨알소식.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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