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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다녀올게"...캄보디아 간 대학생, 고문 당해 사망, 중국측과 연관

10-12

"박람회 다녀올게"...캄보디아 간 대학생, 고문 당해 사망

"5천만원 주면 풀어주겠다" 협박 나흘 후 연락 두절...중국계 범죄단지서 시신 발견, 

캄보디아 당국, 중국인 3명 살인혐의로 기소, 한국에도 20대 공범이 잡혀 

<이미지 : 뉴스에 이해를 돕기 위한 그림, AI생성>

■ 핵심 포인트

  • 경북 예천 출신 대학생(22), 7월 "박람회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행
  • 일주일 후 조선족 남성 "5천만원 보내면 풀어주겠다" 협박
  • 가족 대사관·경찰 신고했지만 4일 만에 연락 두절
  • 8월 8일 보코산 범죄단지서 사망한 채 발견..."고문으로 심장마비"
  • 시신 2개월째 송환 안 돼 냉동고 방치...유족 "사람을 두 번 죽이는 것"
  •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신고 급증: 2022년 11건→2025년 330건(30배)
  • 외교부·경찰 대책 부실..."현지 경찰에 신고하라"만 반복
"캄보디아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떠난 22세 한국인 대학생이 현지 범죄조직에 납치돼 고문을 당한 끝에 사망했다. 유족은 신고했지만 대사관과 경찰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고, 사망한 지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신은 현지 냉동고에 방치돼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피해가 폭증하고 있지만 정부는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박람회 다녀올게"...일주일 후 "5천만원 보내라" 협박 전화

10일 경찰과 유족에 따르면, 경북 예천군 출신 대학생 A씨(22)는 지난 7월 17일 가족들에게 "여름방학 기간에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평소와 다름없는 여행이었다. 그러나 일주일 뒤인 7월 24일경, 조선족 말투의 낯선 남성이 A씨의 휴대전화로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A씨가) 이곳에서 사고를 쳐서 감금됐다"며 "5천만 원을 보내주면 풀어주겠다"고 협박했다. 깜짝 놀란 A씨 가족은 즉시 캄보디아 주재 한국 대사관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가족은 A씨의 정확한 감금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고, 협박범과의 연락은 나흘 만에 완전히 끊겼다. 경찰은 "몸값을 요구하는 돈을 보내선 안 된다"고 했고, 대사관은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했을 뿐이다.

2주 만에 사망...온몸에 고문 흔적 "심장마비"

최악의 결과가 현실이 됐다. 집을 떠난 지 약 3주가 지난 8월 8일, A씨는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범죄단지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출국 후 불과 20여일 만이었다. 캄보디아 대사관과 현지 경찰에 따르면 A씨의 사망 원인은 고문과 극심한 통증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전해졌다. 사망진단서에는 "고문에 의한 심장마비"라고 명시돼 있다. 얼마나 끔찍한 고문을 당했는지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A씨 아버지는 "사망진단서에 '고문에 의한 심장마비'라고 적혀 있는데,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너무 괴로워 잠들 수도 없다"며 목이 메었다. 그는 "죽어서도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캄보디아 냉동고에 방치돼 있다니 사람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A씨의 시신은 사망한 지 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으로 오지 못한 채 현지에 방치된 상황이다. 외교부는 "현지 부검과 행정 절차, 화장 일정이 겹쳐 송환이 지연됐다"며 "이달 중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유족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중국계 갱단 운영 '범죄단지' 50개 넘어...고문·살해 일삼아

A씨가 감금됐던 보코산 범죄단지는 중국계 갱단이 운영하는 대규모 사기 콜센터다. 수십~수백 명이 합숙하며 각종 온라인 피싱 범죄를 조직적으로 저지르는 곳으로, 캄보디아에는 이런 범죄단지가 50개 이상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캄보디아에 대규모 범죄단지가 50개 넘게 조성됐고, 잔혹한 학대와 인신매매가 급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 범죄단지는 대부분 삼합회 등 중국계 갱단이 운영하며, 조직원들이 탈출을 시도하거나 목표한 사기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가혹행위는 물론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최근 범죄단지에서 탈출한 박모 씨(28)는 "중국 조직원들은 돈 때문이라면 사람도 쉽게 죽인다"며 "구타나 전기 고문은 흔했고 탈출하려다 붙잡혀 창고에 일주일 동안 갇혀서 물고문을 당한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피해자 김모 씨는 "한국인들이 바닥에 다 엎드려있고, 컴퓨터와 아이패드가 쫙 세팅되어 있었다"며 "저희 이름을 절대 공유하면 안 되고, 제가 '23호'였다. '7호 밥 먹어', '23호 밥 먹어' 식으로 모든 게 다 숫자로 불렸다"고 끔찍한 상황을 전했다.

■ 캄보디아 범죄단지의 실체

  • 운영 주체: 삼합회 등 중국계 갱단
  • 규모: 캄보디아 전역에 50개 이상 존재
  • 유인 방법: 고수익 해외 취업 사기
  • 범죄 유형: 보이스피싱, 온라인 도박, 각종 사기
  • 감금 방식: 여권 압수, 무장 경비원 배치, 탈출 시도 시 고문
  • 관리 방식: 이름 대신 번호로 호칭 (23호, 7호 등)
  • 처벌 방식: 전기 고문, 물고문, 구타, 창고 감금, 심하면 살해
  • 주요 지역: 프놈펜, 시아누크빌, 보코산, 바벳 등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30배 폭증...2025년 330건 "통제 불능"

더욱 심각한 것은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피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년과 2023년 연간 10~20건 수준이었으나, 2024년 220건으로 급증했고, 2025년에는 8월까지만 330건에 달해 전년도를 이미 넘어섰다. 특히 올해 8월까지 취업 사기·감금 피해는 252건으로, 2023년(17건)의 14.8배에 이른다. 2022년(11건)과 비교하면 약 30배나 증가한 수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피해 규모는 지난해의 2배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피해자들은 대부분 '고수익 해외취업'에 속아 범죄조직에 납치됐다"며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미얀마·태국 등에서도 중국계 범죄조직이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을 납치해 피싱 범죄에 강제로 동원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인 범죄 피해 우려가 확산하면서 외교부는 지난 9월 17일 캄보디아 프놈펜 등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2단계(여행자제) 및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시아누크빌·보코산·바벳 등에는 2.5단계에 해당하는 특별여행주의보를 각각 발령한 상태다.

▶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 피해 급증 추이

연도 납치 신고 건수 전년 대비
2022년 11건 -
2023년 20건 +82%
2024년 220건 +1,000%
2025년 (8월까지) 330건 전년 초과
* 2025년 8월까지만 330건으로 이미 전년도(220건)를 넘어섰으며, 2022년 대비 약 30배 증가

"현지 경찰에 신고하세요"...손 놓은 외교부·경찰에 분노

가장 큰 문제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다. 캄보디아 내 한국인 납치·감금 피해가 폭증하고 있지만, 외교부와 경찰청은 그동안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동안 취한 조치는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인력 1명 추가 파견, 캄보디아 입국자에 대한 해외안전 로밍문자 발송 정도가 전부다. 대사관은 감금 피해자 가족들에게 "현지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고 안내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박찬대 의원이 국정원 등과 협력해 캄보디아 중국계 범죄조직에 납치된 한국인 14명을 극적으로 구출했지만, 이 과정에서도 경찰과 외교부는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한다'며 구출을 거부했다. 평소 박찬대 의원의 지지자였던 피해자 아버지가 박 의원을 통해 압력을 넣은 이후에야 구출이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박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신속한 업무 처리가 꼭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비상 공조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행 갔다가 실종...추석에도 못 돌아온 40대 남성

충격적인 것은 이런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0월 5일에도 캄보디아로 5박 6일 여행을 떠난 전주의 42세 직장인 이모 씨가 여행 3일 만에 연락이 두절됐다. 이씨는 지난 9월 24일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했는데, 3일 뒤 갑자기 연락이 끊겼다. 가족이 SNS, 카카오톡으로 수십 번 문자를 보내도 연락이 없고, 휴대전화로 계속 전화해도 받지 않는다. 마지막 GPS 기록이 잡힌 곳은 프놈펜의 한 호텔이었지만, 실종자는 애초에 그 호텔에 투숙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아버지는 "아무런 답이 없다. 신호는 가는데 받을 수가 없다는 것. 전화기에서 그런 소리만 한다"며 애타게 아들을 찾고 있다. 경찰이 주 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 신변 안전을 확인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직 답이 없다. 이씨 어머니는 "캄보디아로 여행을 가도 납치를 해가버린다고 그래서 깜짝 놀랐다.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으니까 너무 불안하다"며 "추석인데 아들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울먹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런 납치가 취업 사기뿐만 아니라 단순 여행객조차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 21일에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의 번화가 벙깽꽁에서 카페에 들어갔다 나오는 한국인이 백주대낮에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잡혀가 고문을 당했으나 다행히 이튿날 경찰에 의해 구조됐다. 범인은 중국인 4명과 캄보디아인 1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캄보디아 당국, 중국인 3명 살인 혐의로 기소...한국서도 공범 검거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 고문 사망 사건과 관련해 캄보디아 당국이 중국인 3명을 살인 혐의 등으로 붙잡아 재판에 넘겼다. 뒤늦게나마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미 한 청년의 목숨을 앗아간 뒤다. 캄보디아 캄폿주 지방법원 검찰청은 10일 중국인 A씨 등 3명을 살인과 온라인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 당국에 따르면 지난 8월 이들의 차량에서 한국인 대학생 B씨가 숨진 채 발견됐으며, B씨의 시신에는 감금과 고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캄보디아 당국은 B씨가 극심한 고문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판단했다. 캄보디아 경찰은 이후 보코산 지역의 범죄단지를 조사해 범행 증거물을 확보하고 또 다른 일당을 추적하고 있다. 한편, 국내에서도 B씨를 캄보디아로 유인한 혐의를 받는 한국인 20대 남성이 검거됐다. 이 남성은 보이스피싱용 대포통장 모집책으로 일하며 B씨를 캄보디아로 출국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초 이 남성을 구속 송치하고 연루된 다른 조직원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현지 경찰과 공조해 B씨가 어떤 이유로 캄보디아에 입국했는지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범죄조직의 전모를 밝히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전문가 의견: "캄보디아 여행 자제해야"

박진영 전북대 동남아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자본이 세운 카지노 건물들이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온라인 사행산업으로 많이 가고 사기 사업으로까지 확장이 됐다"며 "캄보디아 범죄조직과 부패한 정치인들의 결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는 "고수익 일자리가 있다는 말을 듣고 캄보디아 현지 온라인 스캠센터에서 일하게 된 우리 국민의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며 "피해 예방과 범죄자 처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캄보디아 여행 자제 경보...그래도 가야 한다면 필수 주의사항

전문가들은 당분간 캄보디아 여행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프놈펜, 시아누크빌, 보코산, 바벳 등 범죄단지가 밀집한 지역은 절대 피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캄보디아에 가야 할 경우에는 다음 사항을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첫째, '고수익 해외 취업' 제안은 100% 사기로 의심해야 한다. 둘째, 정확한 회사명과 주소, 연락처가 없는 일자리는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현지에서 여권을 요구하면 즉시 거부하고 대사관에 연락해야 한다. 넷째, 출국 전 가족에게 정확한 일정과 숙소를 알려야 한다.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 긴급연락처는 +855-12-822-036이며, 외교부 영사콜센터는 +82-2-3210-0404다.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연락해야 하지만, 실효성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피해자 가족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 캄보디아 여행 시 필수 주의사항

  • 고수익 일자리 제안: 100% 사기로 의심, 절대 응하지 말 것
  • 회사 정보 확인: 정확한 회사명, 주소, 연락처 없으면 거절
  • 여권 관리: 절대 타인에게 맡기지 말 것, 요구 시 즉시 대사관 연락
  • 가족에게 알림: 출국 전 정확한 일정과 숙소 정보 공유
  • 정기 연락: 하루에 한 번 이상 가족과 연락
  • 위험 지역 회피: 시아누크빌, 보코산, 바벳 등 절대 방문 금지
  • 긴급연락처 저장: 캄보디아 한국대사관 +855-12-822-036
  • 외교부 영사콜센터: +82-2-3210-0404 (24시간 운영)
한 대학생의 죽음으로 캄보디아의 어두운 실체가 드러났지만, 여전히 한국 정부의 대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A씨의 시신이라도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오길, 그리고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깨알소식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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