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 기사 이해차 AI생성>
"알바로 100만원만 벌어도 좋겠다"…
정규직 꿈 접은 20대의 씁쓸한 현실
'쉬었음' 청년 73만명 역대 최대 | 고용률 19개월 연속 하락 | "원하는 일자리 없어서" 34.1%
2025년 1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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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
핵심 요약
- 일자리 밖 2030 - 실업자+쉬었음+취업준비자 158만 9천명, 4년 만에 최대
- 쉬는 이유 1위 -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34.1% (15~29세)
- 알바 현실 - 주 20시간 알바 시 월 약 100만원, 이마저도 "괜찮다"는 인식 확산
- 구조적 문제 - 대기업 경력직 선호 → 신입 채용 감소 → 첫 취업 문턱 높아짐
- 역설적 상황 - 실업률 2.2% '역대 최저'…그러나 청년 체감은 "취업 빙하기"
"정규직? 일단 알바라도 하고 싶어요"
"월 100만원이라도 꾸준히 벌 수 있으면 좋겠어요." 대학 졸업 후 1년째 구직 중인 김모(27)씨의 말이다. 취업 준비를 하면서 생활비가 바닥났고, 부모님께 손 벌리기도 미안해졌다. 처음에는 대기업 정규직을 목표로 했지만, 이제는 아르바이트라도 구하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김씨처럼 정규직의 꿈을 접고 단기 알바로 눈높이를 낮추는 20대가 늘고 있다.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일단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그 '뭐라도'조차 쉽지 않다는 점이다.
158.9만
'일자리 밖' 20·30대
(2025년 11월)
73.6만
'쉬었음' 20·30대
(역대 최대)
19개월
청년 고용률
연속 하락
숫자로 보는 청년 취업난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025년 11월 기준 '실업자+쉬었음+취업준비자'로 분류된 20·30대는 총 158만 9천명으로,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체 20·30대 인구(1,253만 5천명) 중 12.7%에 해당한다.
| 구분 |
인원 |
전년 대비 |
특이사항 |
| 20대 '쉬었음' |
43.5만명 |
-3천명 |
60대 다음으로 많음 |
| 30대 '쉬었음' |
31.4만명 |
+2.4만명 |
역대 최고치 |
| 20·30대 '쉬었음' 합계 |
73.6만명 |
- |
10월 기준 사상 최고 |
| 25~29세 일자리 밖 |
62.4만명 |
+2.5만명 |
인구 대비 18.7% |
| 청년 취업자 수 |
349.1만명 |
-17.7만명 |
37개월 연속 감소 |
더 충격적인 것은 청년 고용률이 19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11월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44.3%로, 전년 동월 대비 1.2%p 하락했다. 특히 20대 초반 고용률은 42.3%로 1.6%p나 떨어졌다.
"왜 쉬고 있나요?" 청년들의 대답
흔히 '쉬었음' 청년에게는 '게으르다', '노력이 부족하다'는 시선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실제로 그럴까? 국가데이터처의 '비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 청년들에게 쉬는 이유를 물었더니, 전혀 다른 답이 나왔다.
"왜 쉬고 있습니까?" 청년들의 응답
"원하는 일자리(일거리)를 찾기 어려워서"
— 15~29세 응답 1위 (34.1%, 전년 대비 +3.4%p)
"일자리(일거리)가 없어서"
— 15~29세 응답 (9.9%, 전년 대비 +0.7%p)
"몸이 좋지 않아서"
— 30대 응답 1위 (32%)
청년 10명 중 3명 이상이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쉬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눈높이가 높아서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자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경력이 없어 취업을 못 하고, 취업을 못 해 경력이 없는 악순환이 생겼다. 기업들이 경력자를 선호하고 구직자에 대한 기대 수준은 높아지면서 첫 직장 문턱이 너무 높아졌다."
— 고용노동부 '청년 타운홀 미팅' 참가 청년 의견
실업률 2.2% '역대 최저'의 함정
이상한 점이 있다. 청년들은 취업난을 호소하는데,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인 2.2%다. 왜 이런 괴리가 생길까?
실업률은 '경제활동인구 중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의 비율'이다. 핵심은 '구직활동을 했지만'이라는 조건이다. 구직 자체를 포기하고 쉬는 사람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어 실업률 계산에서 빠진다.
※ 실업률의 착시 효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실업률 하락의 71%가 20대 '쉬었음' 인구 증가 때문이다. 20대 쉬었음 인구가 지금보다 완만하게 늘었다면, 현재 실업률은 최대 0.7%p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청년들이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면서 실업률이 낮아 보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표면적 지표와 청년들의 체감 현실이 정반대인 이유다.
알바로 100만원,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정규직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많은 청년이 아르바이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단 100만원이라도 벌자"는 심정이다. 2025년 최저시급 10,030원 기준으로 월 100만원을 벌려면 얼마나 일해야 할까?
2025년 최저시급 기준 알바 월급 계산
2025년 최저시급
10,030원
일급 (8시간)
80,240원
주급 (40시간, 주휴수당 포함)
481,440원
월급 (209시간, 주휴수당 포함)
2,096,270원
주 20시간 알바 시 월급 (주휴수당 포함)
약 100만원
주 5일, 하루 4시간씩 일하면 월 약 100만원을 벌 수 있다. 주휴수당(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발생)을 포함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아르바이트 자리도 줄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은 숙박·음식점업 분야도 코로나19 시기만큼 취업자 수가 줄었다. 다른 연령대와 달리 청년층 '고용의 질'은 코로나19 이후 큰 폭으로 하락해 회복되지 않고 있다."
— 경향신문 [점선면] 보도
왜 이렇게 됐나? 구조적 원인 분석
기업 측 요인
- • 대기업 경력직 중심 채용 확대
- • 신입 공채 축소 또는 폐지
- • 내수 부진으로 인력 채용 감소
- •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신규채용 기피
- • AI·자동화로 단순 일자리 감소
청년 측 요인
- • 첫 직장이 평생 소득에 영향
- •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심각
- • 워라밸 중시하는 가치관 변화
- • 부모 지원으로 자립 유예 가능
- • 번아웃 후 재취업 어려움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가 크다 보니, 청년들이 '괜찮은 일자리'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시장 경직성이 심한 한국에서는 대기업 같은 좋은 일자리를 첫 직장으로 구하는지 여부가 평생 소득과 자산 형성 등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
'쉬었음' 청년의 속마음
사단법인 '오늘은'과 '열고닫기'가 공동 발간한 '2025 쉬었음 청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쉬었음' 청년의 실상은 우리 생각과 다르다.
| 질문 |
응답 |
비율 |
| 현재 상태는? |
"현재 잠시 멈춘 상태" |
88.4% |
| 자발적 선택인가? |
"그렇다" |
63.7% |
| 다시 일할 의향? |
"조건 갖춰지면 다시 일하겠다" |
92.2% |
| 가장 힘든 순간? |
"경력 공백 칸을 마주할 때" |
24.3% |
| 쉬는 자신에 대한 감정? |
부정 감정 (자책감·실망감 등) |
72.2% |
즉, 대부분의 '쉬었음' 청년은 영원히 쉬려는 게 아니라 잠시 멈춘 상태이며, 조건만 갖춰지면 다시 일할 의향이 있다. 문제는 사회적 시선이 이들의 재시작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 청년들이 힘들어하는 순간
① 서류에서 '경력 공백' 칸을 마주할 때 (24.3%)
② 가족·지인과의 자리에서 취업 이야기가 나올 때 (24.1%)
③ 쉬고 있다는 것을 굳이 설명해야 할 때 (21.3%)
정부 정책과 현실적 대안
정부도 청년 고용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25년 청년 일자리 사업 예산으로 2조 4,564억 원을 편성했다. 9월에는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발표해 장기 미취업 청년 발굴·지원에 나섰다.
청년이 활용할 수 있는 지원 제도
- 국민취업지원제도 - 구직촉진수당 월 50만원, 최대 6개월 지급
- 청년도전지원사업 - 취약청년 발굴, 자신감 회복 및 재도전 지원
-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 - 중소기업 취업 청년 정착 유도
- 청년도약계좌 - 5년간 납입 시 정부 기여금으로 목돈 마련
- 내일채움공제 - 중소기업 장기 근속 시 목돈 형성
- K-디지털 트레이닝 - AI·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 역량 교육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적 재정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근본적으로는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해소, 노동시장 이중구조 완화 등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년에게 일자리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기 전에 노동환경부터 대폭 개선해야 한다. 최소한 일하다 목숨 잃는 일은 없어야 할 것 아닌가."
— 경향신문 사설
결론: "알바라도 해라"가 답이 아니다
"알바로 100만원만 벌어도 좋겠다"는 20대의 말은 단순한 눈높이 조정이 아니다. 그것은 정규직의 꿈을 접어야 하는 현실에 대한 체념이자,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이라도 하고 싶다는 절박함의 표현이다.
2025년 대한민국의 청년은 실업률 2%대의 '완전고용'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구직을 포기하고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난 73만 명의 '쉬었음' 청년이 있다. 이들에게 "게으르다", "눈높이가 높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어떤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
기억해야 할 것
청년 10명 중 9명은 "임금·복지가 좋다면 중소기업 취업도 상관없다"고 답했다. 청년들의 눈높이가 문제가 아니다. 어떤 기업에서 일하든 기본적인 임금과 노동환경이 보장되는 사회, 첫 직장이 평생을 결정하지 않는 사회가 필요하다.
청년 고용
노동시장 개혁
임금 격차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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