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 기사의 이해돕고자 AI 생성>
비가 내리는 가운데 양복을 입은 500여 명의 청년들이 서울정부청사 앞에 모였다.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일할 곳을 찾지 못해 '3년째 백수'로 지내는 이들이다. "이번 명절에도 큰집에 가지 못했어요. 친척들이 '어느 법인에 들어갔냐'고 묻는데... 백수인 저는 대답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29세 김모 회계사의 떨리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인회계사 시험 합격자 중 실무 수습 기관을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가 누적 600명을 넘어섰다. 정부의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합격자는 급증했지만, 경기 침체와 AI 기술 발달로 회계법인의 채용 규모는 오히려 줄어들면서 '합격해도 백수'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 AI가 회계사를 대체할 가능성이 95.7%라는 연구 결과까지 나오면서, 젊은 회계사들의 미래는 더욱 암울해지고 있다.
핵심 포인트
- 500명 시위 - 2025년 10월 14일 서울정부청사 앞 집결
- 미지정 회계사 - 누적 600명 (2024년 200명 + 2025년 400명)
- 2026년 예상 - 누적 1000명 돌파 전망
- 취업률 붕괴 - 합격자 1200명 중 수습기관 등록 338명(28%)
- 채용 축소 - 빅4 채용 842명(2024년) → 600명(2026년 예상)
- AI 대체율 - LG경제연구원 보고서 95.7% (423개 직업 중 19~20위)
- 챗GPT 활용 - 회계법인 내 AI 의존도 급증
- 정부 실패 -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과다 선발
"편의점 알바로 생계 버팁니다"…합격해도 백수
지난 10월 14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열린 시위에는 미지정 회계사와 청년공인회계사회 회원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날 집회에서 회계사들은 "금융당국의 잘못된 정책이 우리를 길거리로 내몰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회계사는 "합격한 지 2년이 지났는데 아직 수습기관을 못 찾았어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버팁니다. '회계사는 배부르다'는 말, 이제 남 얘기죠"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회계사는 "5년을 공부했지만 이제는 어디에서도 저를 받아주지 않는다"며 절망감을 드러냈다.
청년공인회계사회에 따르면 수습기관을 찾지 못한 미지정 회계사는 2024년 200여 명에서 2025년 400여 명으로 급증해 누적 600명에 달했다. 2025년 최종 합격자 1200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충격적인 수치다. 2026년에도 1150명을 선발할 예정이어서 누적 미지정 회계사가 1000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 연도 | 합격자 | 미지정 | 누적 |
|---|---|---|---|
| 2024년 | 1250명 | 200명 | 200명 |
| 2025년 | 1200명 | 400명 | 600명 |
| 2026년 예상 | 1150명 | 400명 이상 | 1000명 이상 |
| 수습기관 등록률: 2025년 10월 기준 338명/1200명 = 28% | |||
빅4 채용 급감…842명→700명→600명
회계사 취업난의 직접적 원인은 대형 회계법인의 채용 규모 축소다. 삼일PwC, 삼정KPMG, 딜로이트안진, EY한영 등 '빅4' 회계법인의 채용 인원은 2024년 842명에서 2025년 700명으로 줄었고, 2026년에는 600명 선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운열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은 "올해 빅4 회계법인 채용 인원이 약 700명, 다른 회계법인의 채용 계획까지 합쳐도 800~900명밖에 안 된다"며 "구직자가 1400명이 넘어 취업난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단순히 숫자의 불일치가 아니다. 공인회계사는 시험 합격 후 2년간 회계법인 등에서 실무 수습을 거쳐야 정식 자격을 얻는데, 실무 경험이 풍부한 빅4 회계법인 위주로 지원자가 몰린다. 대형 회계법인의 채용 규모 축소는 곧 질 높은 실무 수습 기회의 감소를 의미한다.
채용 규모 변화 추이
- 2024년 - 빅4 채용 842명, 기타 법인 포함 약 1000명
- 2025년 - 빅4 채용 700명(-142명), 전체 800~900명
- 2026년 예상 - 빅4 채용 600명(-100명), 전체 700~800명
- 구직자 - 1400명 이상 (채용의 2배)
- 채용률 - 50~60% 수준으로 하락
AI가 회계사 대체할 확률 95.7%…업계 충격
채용 축소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AI 기술의 발달이 지목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의 'AI에 의한 일자리 위험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직 중 회계사와 세무사의 일자리 대체 확률은 95.7%에 이른다. 분석 대상 423개 직업 중 19~20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다.
LG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회계사나 세무사처럼 높은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도 일정한 매뉴얼에 따른 반복적 성격이 강하다면 자동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세계경제포럼은 2015년 "2025년 회계감사의 30%를 AI가 수행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 대형 회계법인들은 이미 AI를 깊숙이 활용하고 있다. 대화형 AI 챗봇 챗GPT는 많은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투자설명서 앞의 면책조항은 이제 챗GPT가 더 잘 쓴다는 평가다. 최근 한 회계법인에서는 삼행시 경연을 벌였는데 수상자 모두 챗GPT를 활용한 결과물을 제시해 파트너들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 AI 활용 분야 | 영향 |
|---|---|
| 데이터 분석 | 자료 수집·분석·대조 작업 자동화 |
| 문서 작성 | 투자설명서, 면책조항 등 표준 문서 작성 |
| 감사 자료 검토 | 기존 자료와 기준 대조, 이상 징후 탐지 |
| 비감사 업무 | 데이터 검색·분석·전망 제시 |
| 디지털 감사 | 횡령·부정 적발, 대용량 자료 분석 |
"저연차 회계사 입지 흔들린다"…도제식 교육 붕괴 우려
업계 내부에서는 AI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저연차 회계사들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계사들은 도제식 교육에 따라 경험을 쌓는데, 커리어 초반부의 업무는 고객사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기존 자료와 기준이 다른 점이 없는지 확인하는 등 반복 작업이 많다. 바로 AI가 잘하는 영역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가 기초적인 업무를 전담하게 되면 저연차 회계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진다"며 "회계법인의 인건비 부담은 줄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터를 도출하고 활용하는 방법, 더 나아가 업의 본질 자체를 이해할 사람이 줄어들면 '사고하는' 역량이 약해지고, 회계법인 전체 기능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 전문 CNBC는 "AI를 사용할 줄 아는 변호사와 회계사가 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대체할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전문가들의 전망을 인용해 전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의 브레트 캐러웨이 교수는 "AI 기술이 지식을 요구하는 직업 전체를 대체하진 않겠지만, 확실히 일부 변호사와 회계사들은 직장을 잃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잘못된 수요 예측이 화근
회계사들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잘못된 수요 예측을 지목한다. 정부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1100명으로 유지하던 선발 인원을 2024년 1250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회계법인의 매출·수익은 정체됐고, 비회계법인의 채용 수요도 제한적이었다.
2024년 11월 한국공인회계사회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5년 적정 선발 인원은 최대 1083명 수준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1200명을 선발했다. 금융당국은 회계법인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의 수요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법인은 인수합병 딜이 많거나 기업 상장이 활발하고 경영 자문 수요가 많을 때 신규 채용을 많이 하는데, 최근 전반적인 경제 상황의 영향으로 채용 규모가 줄었다"며 "최근 회계법인의 퇴직률이 낮다는 점도 신규 채용에 제약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연도 | 선발 인원 | 비고 |
|---|---|---|
| 2020~2023년 | 1100명 | 4년간 동일 유지 |
| 2024년 | 1250명 (+150명) | 대폭 증원 |
| 2025년 | 1200명 (-50명) | 소폭 감축 |
| 2026년 | 1150명 (-50명) | 2년 연속 감축 |
| 회계사회 권고: 최대 1083명 (2025년 기준) | ||
"감사 품질 저하로 자본시장 신뢰 무너진다"
회계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취업난이 아니라 감사 품질의 저하다. 제대로 된 실무 수습을 받지 못한 회계사들이 현장에 투입되면 부실 감사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회계사는 "감사는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배우는 일"이라며 "실무 기회가 사라지면 감사 품질이 무너지고 자본시장 신뢰도 흔들린다"고 우려했다. 비대위는 "실무 인프라와 제도 현실을 외면한 증원으로 올해만 600여 명이 수습 등록조차 못한 채 방치됐다"며 "이는 향후 제2의 대형 회계부정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년회계사회는 정부가 내부회계관리제도 유예, 지정감사제 면제, 표준감사시간 관련 조항 폐지 등 회계 투명성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동시에 회계사를 과다 선발한 결과, 시장의 '실무 수습 인프라'가 붕괴했다고 비판했다.
"금융당국이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선발 인원을 과도하게 늘리면서 회계법인의 수습 인프라가 완전히 붕괴했다. 이는 향후 제2의 대형 회계부정을 초래할 것이다." -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 비상대책위원회
회계사 시험 개편…"IT·AI 활용 인재 키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는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회계사 시험을 개편하고 있다. 2025년부터 시행되는 새 시험제도에는 IT 사전학점 이수제도 개편, IT 출제 비중 확대 등이 포함된다. IT 사전학점 이수 과목에는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 IT 연관성이 높은 822개 과목이 인정된다.
금융감독원은 제도 도입 초기인 2025년부터 2년간 데이터 분석을 포함한 IT 문제 비중을 15% 웃도는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실무에서 회계사들이 IT를 정말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회계사 시험은 과거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 개편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사 시험을 통과한 직원이 IT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입사 후 실무 툴을 익히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빅데이터, AI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융합형 인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 "AI는 보조자, 판단은 인간 몫"
전문가들은 AI가 회계사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무엇보다 법규상 감사 결론은 '인간 회계사'의 고유 영역이다. 삼일PwC 오기원 감사부문 대표는 "현재 국내 법규, 국내 외부감사기준 등의 규정상 AI는 회계사의 고유 영역인 판단을 대체하거나 감사 의견을 위한 감사 결론을 도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은섭 삼정KPMG 감사부문 대표는 "신뢰성,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함께 디지털 회계감사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회계사의 판단 역할까지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회계감사로 기존의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하고 고위험 거래에 대한 부정이나 오류 발견 확률을 높여 고품질의 회계감사가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범준 교수는 "회계 업무의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고 있지만 판단의 영역이 필요한 부분은 인간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결국 IT 활용 인재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광열 EY한영 감사부문 대표는 "회계감사가 기존 아날로그 방식에서 완전히 새로운 디지털 패러다임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기술을 최대한 활용한 최신 감사 툴뿐만 아니라 통찰력을 가지고 이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있어야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회계사의 역할 변화
- AI가 대체 - 단순 반복 업무, 데이터 수집·분석, 기준 대조 작업
- 인간이 담당 - 최종 판단, 감사 의견, 윤리적 결정, 고객 소통
- AI 활용 능력 - 디지털 감사 툴 활용, 데이터 분석 역량 필수
- 융합형 인재 - 회계 지식 + IT 역량 + 판단력 갖춘 전문가
- 경쟁력 차이 - "AI 쓰는 회계사가 안 쓰는 회계사 대체할 것"
해결책은?…"선발 인원 정상화·실무 인프라 구축"
비대위는 제2의 대형 회계부정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세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회계사 선발 인원 정상화다. 금융당국의 잘못된 수요 예측에서 탈피하고 회계법인에서 양질의 실무 수습이 가능한 수용 인원으로 선발 인원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수습 인프라 기반 정책 전면 재정비다. 현재는 구조적으로 미지정 회계사가 향후에도 계속 백수로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회계법인들의 동계감사 인턴제도를 활용해 미지정 회계사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셋째, 표준감사시간제도 도입과 내부회계관리제도 전면 시행이다.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회계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경기 침체와 AI 기술 발달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요구 사항 | 내용 |
|---|---|
| 선발 인원 정상화 | 회계법인 수용 가능 인원으로 조정 (약 1000명 수준) |
| 수습 인프라 재정비 | 동계감사 인턴제도 활용, 자체연수 프로그램 마련 |
|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 감사 품질 향상, 회계사 수요 증가 유도 |
| 내부회계관리제도 시행 | 회계 투명성 강화, 회계사 역할 확대 |
젊은 회계사들의 미래는?
한 회계사의 증언이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는 제가 아무리 눈을 낮추고, 심지어 감사를 포기해도 일반 중소기업조차 들어갈 수 없습니다. 기업들은 경험이 없는 회계사를 필요로 하지 않고, 우리는 실무를 배우지 못한 상태라 경쟁력이 없습니다. 5년을 공부했지만 이제는 어디에서도 저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젊은 회계사들의 절규는 단순히 개인의 취업난을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제대로 된 실무 교육을 받지 못한 회계사들이 양산되면 감사 품질이 떨어지고, 이는 결국 대형 회계부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의 안일한 정책이 청년들의 꿈을 짓밟고 자본시장의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AI 시대를 맞아 회계사라는 직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말처럼 AI를 활용할 줄 아는 회계사는 여전히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그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거리를 떠도는 600명의 청년들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실질적인 해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