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영화가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연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일본 애니메이션에 내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고, 2000년대 이후 한국 극장가의 상징이었던 '천만 영화'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11월 23일 기준, 일본 애니메이션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누적 관객수 563만 8737명을 기록하며 2025년 국내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애니메이션 외화가 연간 1위를 차지한 것은 통합전산망 운영을 시작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2025년 한국영화 위기 핵심
- 역대 최초 애니메이션 외화 1위 - 귀멸의 칼날 563만명, 좀비딸 563만명 근소차 2위
- 천만 영화 완전 실종 - 2019년 이후 6년 만에 천만 영화 0편
- 제작 편수 급감 - 상반기 상업영화 20편으로 2019년 60편 대비 1/3 수준
- 박찬욱 감독작도 부진 - 어쩔수가없다 293만명으로 기대 이하
- 관객 수 2000만명 감소 - 전년 대비 32% 급감
- 창고영화 재고 소진 - 팬데믹 때 쌓인 완성작들 2024년까지 대부분 개봉
- 투자 시장 얼어붙음 - 2026년 개봉 예정작 14편 내외로 역대 최저
일본 애니메이션의 역사적 1위 등극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8월 22일 개봉 이후 개봉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했다. 개봉 열흘 만에 300만 명을 넘어서며 올해 개봉작 중 가장 빠른 관객 증가 속도를 보였다.
이 작품은 혈귀의 본거지 무한성에서 펼쳐지는 귀살대와 최정예 혈귀들의 최종 결전을 그린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N차 관람 열풍에 힘입어 3개월째 장기 상영 중이며, 12월 뚜렷한 한국영화 기대작이 없는 상황에서 1위 자리를 굳힐 전망이다.
| 순위 | 영화명 | 누적 관객수 | 구분 |
|---|---|---|---|
| 1위 |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 563만 8737명 | 일본 애니메이션 |
| 2위 | 좀비딸 | 563만 7455명 | 한국 영화 |
| 3위 | F1 더 무비 | 450만 명 | 외화 |
| 4위 |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 339만 명 | 외화 |
| 5위 | 야당 | 337만 명 | 한국 영화 |
| 6위 | 미키17 | 301만 명 | 한국 영화 |
| 7위 | 극장판 체인소 맨: 레제편 | 297만 명 | 일본 애니메이션 |
| 8위 | 어쩔수가없다 | 293만 명 | 한국 영화 |
"2010년 '아바타', 2011년 '트랜스포머 3', 2021년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등 실사 외화가 연간 1위를 차지한 적은 있었지만, 애니메이션 영화가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영화계에 큰 타격을 안기는 기록입니다."
- 영화계 관계자
- 영화계 관계자
그나마 선방한 '좀비딸'의 분전
2025년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은 조정석 주연의 '좀비딸'이 차지했다. 7월 30일 개봉한 이 작품은 개봉 26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2025년 국내 개봉작 중 최초로 500만 고지를 넘었다.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한 딸바보 아빠의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가족애와 좀비를 결합한 독창적인 소재로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배포한 영화관 입장권 6000원 할인권의 수혜를 받아 개봉 첫날 43만 명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코미디 영화 중 개봉 첫날 최다 관객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조정석은 2019년 '엑시트'(942만 명), 2024년 '파일럿'(471만 명)에 이어 '좀비딸'까지 여름 극장가에서 3연타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여름의 남자'라는 타이틀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최종 563만 명이라는 성적은 과거 천만 영화들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 연도 | 최고 흥행작 | 관객수 |
|---|---|---|
| 2024년 | 파묘 | 1191만 명 |
| 2024년 | 범죄도시4 | 1150만 명 |
| 2023년 | 밀수 | 360만 명 |
| 2025년 | 좀비딸 | 563만 명 |
박찬욱 감독 '어쩔수가없다'도 관객 외면
거장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9월 24일 개봉한 이 작품은 2025년 한국영화 중 사전 예매량 최고 기록(30만 장)을 세우며 흥행을 예고했지만, 최종 293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하루아침에 실직한 중산층 가장의 재취업기를 그린 이 작품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9분간의 기립박수와 갈채를 받았고, 전 세계 200여 개국에 선판매되어 순제작비 170억 원을 회수하는 성과를 거뒀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100%를 기록하며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국내 관객들은 외면했다.
개봉 8일 만에 손익분기점 130만 명을 돌파했고, 개봉 13일 만에 2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전작 '헤어질 결심'(190만 명)의 최종 스코어는 넘어섰다. 그러나 '아가씨'(429만 명)의 기록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박찬욱 감독 주요 작품 흥행 기록
- 공동경비구역 JSA (2000) - 583만 명
- 올드보이 (2003) - 325만 명
- 친절한 금자씨 (2005) - 348만 명
- 박쥐 (2009) - 103만 명
- 아가씨 (2016) - 429만 명
- 헤어질 결심 (2022) - 190만 명
- 어쩔수가없다 (2025) - 293만 명
100만 관객 영화도 역대 최저…코미디만 선전
2025년 10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영화는 12편에 불과하다. 지난해 15편보다 3편이나 줄어든 수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100만 관객을 넘긴 작품 중 상당수가 코미디 장르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좀비딸' '어쩔수가없다' '히트맨2' '보스' 등 상위권에 오른 작품들이 모두 코미디 장르다. 영화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이후 영화산업의 장기화된 침체와 천만영화의 실종, 텐트폴 영화들의 부진에 따른 반사 이익을 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 연도 | 100만 관객 영화 | 천만 영화 | 특징 |
|---|---|---|---|
| 2019년 | 17편 | 2편 |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
| 2024년 | 15편 | 2편 | 파묘, 범죄도시4 |
| 2025년 | 12편 | 0편 | 코미디 장르 편중 |
한국영화 위기의 뿌리깊은 원인들
2025년 상반기 영화산업 전체 매출액은 4079억 원, 관객 수는 425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이상 낮아졌다. 한국영화의 극장 매출 점유율은 5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p 감소했다. 2019년 1억 1562만 명이었던 한국영화 관객 수는 2025년 5000만 명 수준으로 추정되며, 절반 이상 증발했다.
영화계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을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OTT 플랫폼의 확산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OTT가 폭넓게 보급되면서 영상 콘텐츠 소비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했다. 넷플릭스 스탠더드 요금 13500원으로 한 달간 무제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극장 평균 관람료 9700원은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선택이 됐다.
한국영화 위기의 주요 원인
- OTT 플랫폼 확산 - 코로나19 이후 영화관 대신 집에서 콘텐츠 소비 습관 고착화
- 제작비 상승 - 2022년 평균 제작비 124억원으로 2019년(100억원) 대비 24% 증가
- 투자 위축 - 2025년 상반기 상업영화 20편으로 2019년 60편의 1/3 수준
- 다양성 부족 - 검증된 장르와 소재에만 투자 집중, 실험적 기획 실종
- 인력 이탈 - 영화 인력들이 OTT 시리즈와 드라마 제작으로 이동
- 콘텐츠 경쟁력 약화 - 웹툰, 넷플릭스 시리즈, 유튜브 대비 재미 부족
제작비는 오히려 늘어났다. 2022년 기준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상업영화 36편의 편당 평균 총제작비는 124억원을 넘었다. 2019년 평균 제작비 약 100억원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관객 수는 줄어들고 제작비만 불어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됐다.
제작 편수가 줄면서 좋은 작품이 나올 확률도 자연스레 낮아졌다. 투자사들은 흥행 가능성이 검증된 장르와 소재에만 몰렸고,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기획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걸러졌다. 몇몇 유명 감독에게만 기대는 구조 역시 제작 생태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과거에는 제작 현장에 늘 50~60편의 상업영화가 포진해 있었지만, 지금은 체감상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관객이 줄다 보니 영화에 대한 투자도 줄고, 그러다 보니 볼 만한 영화는 더 줄어들어서 관객 수는 더욱 줄어드는 악순환이 명확해졌습니다."
- 영화계 관계자
- 영화계 관계자
"다음 작품이 마지막일 수도"…영화인들의 위기감
영화 감독들도 그 위기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은 "전 세계적으로 극장이 힘든 건 맞지만, 한국이 유독 힘들다"며 "다른 나라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70~80% 정도 회복했는데 한국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OTT가 관객들의 니즈를 해소해 주면서 극장에 사람들이 안 가게 되고, 그러다 보니 투자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고, 투자를 받기 힘드니까 영화를 기획 안 하게 된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지적했다.
영화 인력들도 대거 이탈하고 있다. 극장 영화가 개봉되지 않으면서 다수의 영화 인력들이 시리즈물이나 드라마 등의 분야로 이동했고, 참신한 기획이 전부 OTT와 드라마로 넘어가 시장에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영화 매출 및 관객 수 추이
- 2019년 - 매출 9708억원, 관객 1억 1562만명
- 2020년 - 매출 3504억원, 관객 4046만명 (코로나19 직격탄)
- 2021년 - 매출 1734억원, 관객 1822만명 (최저점)
- 2024년 - 매출 6910억원, 관객 7147만명 (회복 더딤)
- 2025년 추정 - 관객 5000만명 내외 (재하락)
'창고영화' 마저 바닥…2026년 개봉작 극심한 가뭄
한국영화계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소위 '창고영화' 덕분이었다. 창고영화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이나 초기에 제작을 완료했지만, 극장 상황이 좋지 않아 개봉 시기를 조율하지 못하고 대기 상태에 있던 영화들을 말한다.
2020~2021년 팬데믹 기간 동안 극장이 문을 닫거나 관객이 급감하면서 완성된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고 '창고'에 쌓이기 시작했다. 제작사와 배급사는 투자금 회수를 위해 적절한 개봉 시기를 기다렸고, 이 영화들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순차적으로 극장에 걸렸다.
2024년까지만 해도 상업영화 개봉작이 37편에 달했던 것은 이러한 창고영화들이 대거 개봉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그 창고가 거의 비었다는 점이다. 2024년까지 대부분의 창고영화가 개봉을 마쳤고, 2020~2022년 팬데믹 기간 동안 신규 투자와 제작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개봉 대기 중인 완성작 자체가 극소수에 불과하다.
창고영화 개봉 추이
- 2020~2021년 - 팬데믹으로 완성작들이 개봉 미루고 '창고' 적재
- 2022~2023년 - 창고영화 본격 개봉 시작 (35편)
- 2024년 - 창고영화 대거 소진 (37편)
- 2025년 상반기 - 창고영화 거의 바닥 (20편)
- 2026년 예상 - 신규 제작작만 의존 (14편 내외)
한 영화 제작자는 "2020~2021년에 제작된 영화들이 2024년까지 개봉하면서 극장가가 그나마 숨통을 틔웠지만, 이제 그 재고가 떨어졌다"며 "2022~2023년에 투자받아 제작한 영화들이 2025~2026년에 개봉해야 하는데, 그때는 투자 자체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창고영화는 단기적으로는 극장가를 살렸지만, 장기적으로는 독이 됐습니다. 창고영화가 계속 나오니까 투자사들이 '아직은 괜찮다'고 착각했고, 신규 투자를 더욱 미뤘어요. 그 결과가 지금 2026년의 텅 빈 개봉 스케줄입니다."
- 영화 제작자
- 영화 제작자
실제로 영화는 기획부터 개봉까지 평균 2~3년이 소요된다. 2020년에 투자가 중단됐다면, 그 여파는 2023~2024년에 나타나고, 2022년의 투자 부진은 2025~2026년의 개봉작 부족으로 이어진다. 현재 2025년 하반기와 2026년의 극심한 개봉작 가뭄은 바로 2~3년 전의 투자 중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 투자 시기 | 제작·완성 시기 | 개봉 시기 | 상태 |
|---|---|---|---|
| 2018~2019 | 2019~2020 제작 | 2020~2021 예정 | 창고행 (팬데믹) |
| 2020 | 2021 제작 (극소수) | 2022~2023 예정 | 창고 추가 |
| 2021 | 2022 제작 (미미) | 2023~2024 예정 | 제작량 자체 급감 |
| 2022 | 2023 제작 (부진) | 2024~2025 개봉 | 창고 소진 시작 |
| 2023 | 2024 제작 (회복 더딤) | 2025~2026 개봉 | 창고 바닥 |
| 2024 | 2025 제작 (최저) | 2026~2027 개봉 | 가뭄 예상 |
특히 심각한 점은 창고영화 효과가 2026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2024~2025년 투자도 여전히 저조한 상황에서, 2027~2028년까지 개봉작 부족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영화계는 "최소 3~4년간 극장가 암흑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창고영화가 소진되면서 극장 상영관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의 합병 소식이 전해지는 등 멀티플렉스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고 있다. 상영관이 줄어들면 설사 좋은 영화가 나와도 관객을 만날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창고영화 고갈로 인한 파급효과
- 극장 폐업 가속화 - 개봉작 부족으로 상영관 운영난 심화
- 멀티플렉스 재편 - 롯데컬처웍스·메가박스 합병 추진
- 배급사 통폐합 - 영화 배급사들의 구조조정 본격화
- 인력 대량 이탈 - 영화 제작 인력의 드라마·OTT 전환
- 외화 의존도 급증 - 한국영화 공백을 외화가 메우는 구조
- 투자 악순환 - 극장가 침체가 투자 회복을 더욱 저해
| 시기 | 투자·제작 상황 | 개봉 시기 (2~3년 후) |
|---|---|---|
| 2019년 | 정상 투자 (60편) | 2021~2022년 개봉 (창고 적재) |
| 2020~2021년 | 투자 급감 (17편) | 2023~2024년 개봉 부족 |
| 2022~2023년 | 투자 회복 더딤 (35편) | 2025~2026년 개봉 가뭄 |
| 2024년 | 투자 재위축 (20편 추정) | 2027~2028년 우려 |
2026년은 더 암울…개봉 예정작 14편 불과
창고영화 마저 바닥난 상황에서 2026년 전망은 더욱 어둡다. 국내 영화 투자·제작 시장의 핵심적 지표라 할 수 있는 주요 투자·배급사의 2026년 상업영화 개봉 예정작이 14편 내외로 예년보다 현저히 적은 상태다. 즉, 극장에 걸릴 신규 제작 영화의 투자·제작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는 의미다.
2026년 기대작으로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꼽힌다.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 등 국내외 스타 배우들이 총출동한 이 작품은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을 배경으로 미지의 존재와 마주친 주민들의 사투를 그린 SF 공포영화다. 예상 제작비 500억원으로 한국 영화 최대 제작비를 기록했으며, 2026년 여름 개봉을 확정했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는 마동석 주연의 할리우드 합작 영화 '돼지골'도 선보일 예정이다. 연상호 감독이 연출하고 지창욱, 구교환 등이 출연하는 아포칼립스 장르물 '군체',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 등도 제작 중이다.
| 작품명 | 감독 | 주요 출연진 |
|---|---|---|
| 호프 | 나홍진 | 조인성, 정호연,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
| 돼지골 | 미정 | 마동석 |
| 군체 | 연상호 | 지창욱, 구교환 |
| 왕과 사는 남자 | 장항준 | 미정 |
그러나 2026년 상반기 개봉 예정 한국영화가 극소수에 불과해 극장가는 외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26년 상반기 국내 개봉 예정 주요 외화는 45편에 달하며, '듄: 파트 3' '아바타: 불과 재' 속편 등 블록버스터 외화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극장 중심 산업 구조 재편 필요"…전문가 진단
영화평론가 박혜은 더 스크린 편집장은 "2025년 한국 영화계, 그동안 고생했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라는 극단적 표현으로 올해를 평가했다. 그는 "관객들이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천만 영화라는 타이틀의 작품이 나오지 않았고, 이는 몇 년간 누적된 피로와 위기가 발현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영화 시장의 위축으로 영화 인력들이 OTT나 드라마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멀티플렉스형 영화 산업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적으로 영화산업이 위기"라며 "결국 재편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계는 극장 중심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투자 시장의 독과점과 수직 계열화를 완화하며, 신진 감독과 다양한 장르에 숨 쉴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화적 경험은 더 이상 극장에만 머물지 않는다. 소비 방식이 달라진 만큼 산업 역시 변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 영화가 다시 관객을 부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설득력 있는 이야기와 선택의 다양성입니다. 관객의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극장에서 볼 만한 작품은 극도로 제한적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극장이니까 보는 영화'가 아닌, '이 영화여서 보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 영화계 관계자
- 영화계 관계자
영화진흥위원회의 대응…중급 영화 활성화 추진
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영화 산업의 투자 위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급 규모 영화의 활성화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영진위는 제작 지원 사업뿐 아니라 영화 기획·개발 지원 사업에도 2025년 기준 전년 대비 10억 원을 증액한 26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며 영화 시장의 장기적 지속을 도모하고 있다.
민관 협치 차원에서도 한국 영화 산업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는 중예산 영화 확대와 스크린 독과점, 홀드백 기간 정상화 등의 불공정 사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극적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영화계는 7년째 이어진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조적 개혁과 창작 생태계의 재정비가 필수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한국영화, 7년 위기의 갈림길에 서다
2025년은 한국영화 역사에 뼈아픈 한 해로 기록될 것이다. 연간 1위를 일본 애니메이션에 내준 것은 단순한 흥행 실패를 넘어, 한국영화가 관객들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을 보여준다.
그나마 '좀비딸'이 선방하며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켰지만, 563만 명이라는 성적은 과거 천만 영화 시대와 비교하면 초라하다. 박찬욱 감독 같은 거장의 작품도 300만 명을 간신히 넘기는 상황에서, 한국영화의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2026년 개봉 예정작이 14편 불과한 현실은 위기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나홍진 감독의 '호프' 같은 대작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한두 편의 작품으로 전체 시장을 살리기는 역부족이다.
한국영화가 다시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단순히 예산과 스타 배우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진정으로 관객들이 극장에서 보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OTT와 차별화된 극장만의 경험, 설득력 있는 스토리, 다양한 장르의 실험, 그리고 무엇보다 관객과의 신뢰 회복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영화 회복을 위한 과제
- 중급 영화 활성화 - 100억원 이하 다양한 작품 투자 확대
- 신진 감독 발굴 - 유명 감독 편중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재 양성
- 장르 다양화 - 검증된 소재 벗어나 실험적 기획 지원
- 투자 구조 개선 - 수직 계열화 완화, 독과점 해소
- OTT와 상생 - 대립 구도 벗어나 협력 모델 구축
- 극장 경험 혁신 - 특별관 확대, 관람료 합리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