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채용 급감·퍼블리싱 축소·디자인 대체...살얼음판 위 IT 프리랜서들

<이미지 : 이해 돕기 위하여 AI생성>
■ 핵심 포인트
- 네카라쿠배 7곳 중 6곳, 2025년 신입 IT 개발자 공채 전면 중단
- 대구 중소기업, AI 도입 후 직원 8명→5명으로 37% 감축
- 초중급 개발자 일자리 위협...ChatGPT가 코딩·문서 업무 대체
- 디자이너·퍼블리셔도 AI 직격탄...단순 작업은 자동화 급진전
- IT 프리랜서 경쟁률 급상승...지원자는 늘고 단가는 정체
- 전문가 경고: "AI 자체보다 AI 잘 쓰는 경쟁자가 더 위험"
"IT 개발자 일자리가 넘쳐난다는 건 이제 예전 얘기입니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개발자 구인난'이 화두였던 IT 업계가 AI 등장과 함께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신입 채용은 사실상 중단됐고, 초중급 개발자들은 생존 경쟁에 내몰렸다. 퍼블리싱과 디자인 영역까지 AI가 파고들며 IT 프리랜서 시장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신입은 이제 안 뽑는다"...네카라쿠배 공채 전면 중단
2025년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토스)' 가운데 네이버를 제외한 나머지 6개 기업이 올해 신입 IT 개발자 공개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공채가 아예 사라진 것이다.
물론 필요시 상시 채용은 한다고 하지만, 그 문턱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국내 개발자 커뮤니티 오키(OKKY)의 설문조사에서도 신입 개발자 채용이 급감하고 있다는 응답이 압도적이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AI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중급 이상 개발자(경력 3년 이상)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지만, 신입 개발자 채용은 크게 감소했다"며 "이제는 신입에게도 이전보다 훨씬 높은 역량과 경험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구 중소기업 "AI로 직원 37% 줄였다"
대구의 한 중소기업은 최근 직원 수를 8명에서 5명으로 줄였다. 연구용역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 특성상 코딩과 엑셀 등 문서 업무 소요가 컸는데, ChatGPT와 Claude 등 AI 기술로 충분히 대체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사람이 그동안 해왔던 단순 컴퓨터 업무들이 AI로 순식간에 처리되다 보니 굳이 인력을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3명과 계약을 연장하지 않아도 회사가 원활하게 유지되고 있어 앞으로도 채용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 사회동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ChatGPT 등 AI 기술이 대체할 가능성이 있는 일자리가 277만여 개(9.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사무직의 AI 노출도는 100%, 관리직도 65%에 달해 화이트칼라 직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초중급 개발자 생존 위협..."단순 코딩은 AI가"
생성형 AI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면서, 초급 개발자들이 주로 맡았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코드 작성, 테스트, 문서화 같은 작업은 이제 AI가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은 점점 신입 개발자 채용을 줄이고 있다.
한 IT 전문가는 "이제 간단한 프로그램은 비전공자라도 기본 지식만 있으면 AI를 이용해 불과 일주일 만에 꽤 완성도 높게 만들어낼 수 있다"며 "굳이 직원을 많이 고용하지 않아도 팀장과 디자이너가 기획만 하면 소수의 상급 개발자들이 ChatGPT나 GitHub Copilot이 짜준 코드를 약간 수정하고 취합하기만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의 '일자리의 미래 2023'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8,3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6,9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어 순수하게 1,4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계산원, 매표원, 컴퓨터 프로그래머, 기록 보관 및 관리 직책 등 최대 2,6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됐다.
디자이너·퍼블리셔도 안전지대 없다
개발자만 AI 위협에 노출된 것이 아니다. 처음 AI가 등장할 때는 육체적 노동을 요구하는 직업이 가장 먼저 대체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가 됐다.
예술적 창의성을 요구하는 직업인 작가, 디자이너, 웹툰 작가뿐만 아니라 전문성을 요구하는 금융 업종, 언론인, 개발자 등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특히 웹 디자인, 퍼블리싱, 단순 그래픽 작업 등은 AI 디자인 툴의 발전으로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AI 시대는 IT 직군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단순한 코더가 아닌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개발자, 단순 디자이너가 아닌 UX/UI 전문가, 단순 테스터가 아닌 QA 전문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프리랜서 시장은 커지지만...경쟁은 더 치열
역설적이게도 IT 프리랜서 시장 자체는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프리랜서 플랫폼 시장은 2024년 6.38억 달러에서 2030년 16.66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최대 IT 아웃소싱 플랫폼 위시켓에서도 2025년 상반기 프로젝트 의뢰가 약 2천 건에 달했다.
하지만 문제는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위시켓 관계자는 "프리랜서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원자 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정규직 자리를 구하지 못한 개발자들이 프리랜서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경쟁률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2025년 상반기 프리랜서 개발자 평균 단가는 프론트엔드 572만 원, 백엔드 570만 원, 풀스택 567만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 대비 주니어 레벨은 소폭 상승했지만, 미드 레벨은 정체되거나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가 협상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2025년 IT 프리랜서 시장 현황
▶ 프론트엔드 평균 단가: 572만 원 (주니어 425만 원, 시니어 758만 원)
▶ 백엔드 평균 단가: 570만 원 (주니어 400만 원, 시니어 732만 원)
▶ 인기 기술 스택: JAVA (20%), REACT (15%), Spring Boot
▶ 경쟁률: 2024년 대비 급상승, 지원자 수 눈에 띄게 증가
▶ 미드 레벨: 단가 정체 또는 소폭 하락 (협상력 약화)
IT 예산 축소에 SI/SM 프로젝트도 줄어
IT 업계 전반의 분위기도 냉랭하다. 2025년 국내 IT 시장 전망을 묻는 설문에서 비관적이라는 응답이 38.0%로 낙관적이라는 응답(33.8%)을 앞섰다. IT 예산이 감소한다는 응답도 26.4%에 달했다.
한 SI 기업 관계자는 "2025년 상반기까지 경기는 계속 하강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에 각 IT 기업들은 내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외주 프로젝트는 축소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IT 투자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클라우드 전환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이미 완료한 기업들이 많아 신규 수요도 줄어든 상태다.
KDI "2030년이면 일자리 90% 자동화 가능"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4년 7월 발표한 보고서는 더욱 충격적이다. 현재 노동시장 체제가 유지된다면 2030년에는 현재 형태 일자리의 약 90%에서 직무의 90% 이상을 자동화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인공지능 기술 도입이 주로 청년 일자리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 30~44세나 여성 15~29세 등 주로 청년층 및 전문대졸 이상 학력을 중심으로 고용과 임금에 부정적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중장년층이나 고졸 이하 학력에서는 고용과 임금에 별다른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AI가 육체노동보다 사무직, 전문직을 먼저 대체하면서 나타난 역설적 현상이다.
전문가 "AI 자체보다 AI 잘 쓰는 사람이 위협"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글루 MIT 교수는 "AI가 충분히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르게 산업 현장에 도입된다면, 불필요한 고용 감소만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프랑스 콜레주드프랑스의 필리프 아기옹 교수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근로자에게 가장 큰 위험은 AI 자체가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다른 기업의 근로자로 대체되는 것"이라며 "많은 기업이 AI를 채택한 경쟁사와 경쟁해야 하므로, AI 도입 속도를 늦추는 것은 오히려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프리랜서 플랫폼 업워크(Upwork)의 조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프리랜서의 54%는 고급 수준의 AI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정규직 직원(38%)보다 높은 수치였다. AI를 잘 다루는 프리랜서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의미다.
■ AI 시대 IT 개발자·프리랜서 생존 전략
▶ AI 활용 능력 필수: ChatGPT, GitHub Copilot 등 AI 툴을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이 기본
▶ 창의적 문제 해결: 단순 코딩이 아닌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필수
▶ 전문성 고도화: 단순 개발자가 아닌 특정 분야 전문가로 포지셔닝
▶ 소프트 스킬 강화: 의사소통, 팀워크, 문제 해결 능력 등 인간 고유의 역량
▶ 지속적 학습: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에 맞춰 끊임없이 공부
▶ 포트폴리오 강화: 실제 프로젝트 경험과 성과를 증명할 수 있어야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하지만 속도가 문제
물론 AI로 인해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은 향후 5년간 AI 및 머신러닝 전문가, 지속가능성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정보 보안 분석가 등의 일자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에서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프리랜서 고용이 260% 증가했다. 특히 동유럽 지역에서 웹 개발자, 프로그래머, 데이터 분석가를 고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비용 효율성과 높은 수준의 숙련 인재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자리가 사라지는 속도와 새로 생기는 속도의 차이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단순 반복 업무는 빠르게 사라지는데, 새로운 역량을 갖춘 인재로 전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며 "과도기에 많은 개발자와 프리랜서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근본 해법"
전문가들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비자발적으로 프리랜서나 N잡러가 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양호한 고용률·실업률 수치 뒤에 숨은 현실을 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한우 영남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산업혁명이 노동의 자동화를 가져왔다면 지능정보사회는 지식의 자동화를 가져온 것"이라며 "그동안 사람에게만 매기던 세금을 노동을 대신하는 AI에게도 매길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IT 개발자 일자리가 넘쳐나던 시대는 끝났다. 프리랜서 시장은 커지지만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단가는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있다. AI 시대, IT 프리랜서들은 새로운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깨알소식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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