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없애고 김밥만 집중하기로, 관람객 중심 축제 새 모델 제시
<이미지 : 2025년 김밥축제에 그릇에 담긴 김밥 모습, 김천시 제공>
핵심 포인트
- 10월 25~26일 이틀간 김천 직지문화공원 일원에서 개최
- 첫날 8만, 둘째날 9만... 총 17만 명 방문으로 김천시 인구 초과
- 작년 10만 명에서 70% 증가, 당초 예상 10만 명 크게 상회
- 개막식·내빈소개·축사 등 의전 전면 폐지로 화제
- 김밥 품질·가성비는 호평, 교통혼잡은 여전히 과제
경북 김천시에서 열린 제2회 김천김밥축제가 이틀간 약 17만 명의 인파를 동원하며 대성황을 이뤘다.
인구 13만 4천의 소도시에 시 인구보다 많은 방문객이 몰리며 전국적 화제를 모은 이번 축제는 지자체 행사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밥천국 김천"의 반전 성공
27일 김천시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26일까지 직지문화공원과 사명대사공원 일원에서 열린 '2025 김천김밥축제'에 첫날 8만 명, 둘째날 9만 명 등 총 17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처음 개최된 축제에 10만 명이 방문한 것에 비해 70% 증가한 수치다.
김천시는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김천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에 대한 답변이 분식 프랜차이즈 '김밥천국'이라는 점에 착안해 지난해부터 김밥축제를 기획했다. 지역 특산물인 자두나 쌀이 아닌 '김밥'이라는 소재 자체가 독특한 발상이었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 김천김밥축제 방문객 추이 |
| 구분 |
2024년 (1회) |
2025년 (2회) |
| 첫째날 |
약 7만 명 |
약 8만 명 |
| 둘째날 |
약 3만 명 |
약 9만 명 |
| 총 방문객 |
약 10만 명 |
약 17만 명 |
| 참고: 김천시 인구 |
13만 4,537명 (2025년 8월 기준) |
작년 실패 교훈 삼아 대폭 개선
김천시는 지난해 '김밥 없는 김밥축제'라는 오명을 쓴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준비에 사활을 걸었다. 작년에는 준비한 김밥 1만 6천 줄이 오전에 조기 매진되며 많은 관람객이 빈손으로 돌아갔다.
이번 축제를 위해 김천시는 김밥 준비량을 10만 줄로 6배 이상 늘렸고, 참여 업체도 8곳에서 32곳으로 확대했다. 전국 프랜차이즈부터 이색 김밥, 김천김밥쿡킹대회 수상작인 '호두마요제육김밥' 등 50여 종의 다양한 김밥을 선보였다.
올해 달라진 점
1. 김밥 준비량 대폭 증가
작년 1만 6천 줄 → 올해 10만 줄 (6배 증가)
2. 참여 업체 확대
작년 8개 업체 → 올해 32개 업체 (4배 증가)
3. 셔틀버스 대폭 증편
작년 10대 → 올해 50대 (5배 증가), 노선도 2개→6개 확대
4. 행사장 규모 확대
작년 대비 5배 넓은 공간 확보, 직지문화공원+사명대사공원 2곳 운영
5. 주차공간 확충
6,600면 규모 주차장 마련, 실시간 교통현황 안내 시스템 구축
지자체 축제의 혁신, "의전 전면 폐지"
이번 축제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것은 개막식 의전 폐지였다. 김천시는 지자체 축제에서 관행적으로 진행되던 내빈 소개, 축사, 환영사 등 형식적인 의전절차를 과감히 생략했다. 축제의 주인공은 정치인이 아니라 관람객이라는 철학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배낙호 김천시장은 "축제의 주인공은 방문객이라는 마인드로 공식 개막식을 폐지함으로써 행사 본질에 집중하고 실질적인 관광객 중심의 행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시장은 개막식 무대가 아닌 축제장 곳곳을 돌며 방문객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SNS 반응
긍정적 반응
"구경은 나중에 하고 김밥부터 사라. 다 품절이다"
"김밥 퀄리티 미쳤다. 가성비도 좋고"
"공무원분들 너무 고생하셨을 듯"
"의전 없앤 건 정말 혁신적이다"
"김밥 공장 오픈 키친 컨셉 대박"
아쉬운 점
"셔틀버스 기다리는데 1시간, 타고 가는데 1시간"
"교통체증이 너무 심했다"
"새치기 관리가 아쉬웠다"
"김밥 사는데 부스당 50명 이상 대기"
김밥 품질은 호평, 가성비 선방
관람객들의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김밥의 품질과 가격이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가족 7명이 17만원을 썼다"는 후기가 올라왔는데, 축제 음식임을 감안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김밥 공장을 콘셉트로 한 오픈 키친이 화제를 모았다. 위생복과 마스크를 착용한 요리사들이 일렬로 서서 컨베이어 벨트 위에서 김밥을 만드는 장면은 "효율 끝판왕"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시간당 1000줄 이상의 김밥이 생산되는 모습은 SNS에서 바이럴 영상으로 확산됐다.
| 축제장 주요 체험 프로그램 |
| 구역 |
주요 내용 |
| 무지링의 명품로컬김밥존 |
지역 업체 김밥, 메인 무대, 김밥공장, 특산물 홍보관 |
| 오잉이의 이색김밥존 |
전국 팔도 이색 김밥, 프랜차이즈 김밥, 냉동 김밥 등 50여 종 |
| 햄찌의 이벤트김밥존 |
김밥천국 등 유명 프랜차이즈, 플리마켓 |
| 꼬달이놀이터존 |
김밥 미로 탈출, 에어바운스, 전통놀이 등 가족 체험 |
| 공연 프로그램 |
자두('김밥' 노래), 노라조(삼각김밥 콘셉트), 스탠딩에그, 죠지 등 |
교통혼잡 여전히 과제... "천재지변급" 인파
김천시가 작년의 교훈을 바탕으로 대폭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인파로 인해 교통혼잡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됐다. 셔틀버스를 50대로 늘렸지만 대기 시간이 1~2시간에 달했고, 행사장 주변 도로는 사실상 주차장으로 변했다.
김천시는 이틀간 10만 명을 예상했으나 첫날 오전부터 5만 명 이상이 몰리면서 비상이 걸렸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게르만족 대이동 같다"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였다. 한 방문객은 "셔틀버스 기다리는데 1시간, 타고 축제장 가는데 1시간이 걸렸다"고 전했다.
김천시는 26일 오전 두 차례, 오후 한 차례에 걸쳐 '김밥축제 인파 및 교통혼잡 예상, 일반차량 행사장 진입 통제'를 알리는 안전안내문자를 발송했다. 일부 방문객은 셔틀버스 대신 김천역에서 일반 버스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이동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방문객 생생 후기
교통 관련
"셔틀버스는 포기하고 김천역에서 직지사 방향 일반 버스 이용하니 훨씬 빨랐다"
"11시~13시 사이 김천IC에서부터 터널 전까지 완전히 막혔다"
"주차장도 많고 셔틀버스도 잘 운영되지만 도로가 좁아서 일부 구간이 막힌다"
축제 만족도
"축제장 자체는 널찍하고 구경거리 많다"
"김천시청에서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돗자리 무상대여, 물 무상공급 등"
"여태 다녀본 축제 중에 제일 재밌었다"
"김밥 정말 맛있었다. 여유있게 잔디에 앉아서 먹는 건 사치다"
개선 제안
"2회차다보니 경험치 부족으로 미흡한 점이 많지만 차차 나아질 것"
"새치기 방지 관리가 강화되면 좋겠다"
"셔틀버스를 최소 두 배 이상 확보해야 한다"
'케데헌' 효과와 글로벌 인기
이번 축제의 흥행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영향도 컸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 루미가 김밥 한 줄을 통째로 베어 무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SNS에서 '#kimbapchallenge(김밥 한입에 먹기 챌린지)'가 유행했고, 인스타그램의 '#kimbap' 해시태그는 65만 건을 넘어섰다.
김천시는 외국인 방문객 증가를 예상해 통역이 가능한 자원봉사자와 안내 부스를 확충했다. 동시기에 목포에서도 전남세계김밥페스티벌이 열렸는데, 이곳에 6만 명이 방문하면서 관람객이 분산되는 효과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돗물 깔따구 사태, 생수로 대응
축제 개최 직전인 22일, 김천시 황금정수장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으로 의심되는 물질이 발견되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김천시는 깔따구 유충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보고는 없다고 밝혔지만, 방문객 안전을 위해 축제장 내 음수대를 잠그고 생수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축제 기간 동안 마시는 물과 조리용수 모두 생수를 사용했으며, 방문객에게는 500mL 생수를 1병씩 무료로 배포했다. 이러한 신속한 대응으로 수돗물 문제가 축제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전문가 평가
지역축제 전문가
"김천김밥축제는 지자체 축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특산물이 아닌 대중적 음식 소재를 선택하고, 의전을 없애고 관람객에 집중한 점이 성공 요인이다. 다만 급격한 성장에 따른 인프라 확충이 과제로 남았다."
관광마케팅 전문가
"'김밥천국=김천'이라는 언어유희를 지역 브랜딩으로 연결한 발상이 탁월했다. SNS 마케팅과 캐릭터 '꼬달이' 활용도 MZ세대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다. 케데헌 효과는 예상치 못한 보너스였다."
교통전문가
"셔틀버스를 5배 늘렸지만 방문객이 예상의 2배 가까이 몰리면서 한계에 부딪혔다. 내년에는 주변 도로 확장이나 행사장 분산, 입장 시간대별 예약제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결론: 관람객이 주인공인 축제의 성공
인구 13만의 소도시 김천에 17만 명이 몰린 '김밥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를 넘어 지역 브랜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김밥천국=김천'이라는 언어유희를 역발상으로 활용한 기획력과, 작년의 실패를 교훈 삼아 대폭 개선한 실행력이 빛을 발했다.
특히 개막식과 의전을 과감히 폐지하고 관람객 중심의 축제를 지향한 점은 전국 지자체 행사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배낙호 김천시장이 축제 전날 사전점검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준비했지만, 정작 행사 당일에는 무대에 오르지 않고 축제장을 돌며 방문객과 소통하는 모습은 '축제의 주인공은 시민'이라는 철학을 실천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미지 : 김밥축제 공간 속에서 캐릭터 "꼬달이"와 사진 찍는 축제 참여자들>
김밥의 품질과 가성비가 호평받은 점도 성공 요인이다. 다른 지자체 축제에서 바가지 요금 논란이 불거진 것과 달리, 김천김밥축제는 합리적인 가격에 퀄리티 높은 김밥을 제공하며 입소문을 탔다. 김밥 공장 콘셉트의 오픈 키친은 효율성과 위생을 동시에 보여주며 SNS에서 화제가 됐다.
다만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인파로 인한 교통혼잡, 대기시간 등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방문객들은 대체로 "2회 차 축제치고는 선방했다"며 너그러운 평가를 내렸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인파가 예상되는 만큼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천시는 이번 축제의 성공을 발판으로 김천을 '김밥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역 특산물인 자두축제를 과감히 중단하고 김밥축제에 집중한 결정이 옳았음이 입증된 셈이다. 내년 3회 축제에서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교통, 대기시간, 새치기 관리 등을 개선해 더욱 완성도 높은 축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깨알소식 (박예현 기자)
참고 자료
- 서울신문,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머니S, 서울경제, 문화일보 외 종합
- 김천시청 공식 발표 자료
- 나무위키, 루리웹,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 방문객 후기
- 김천김밥축제 공식 인스타그램 (@gc_gimbapcity)
- 대한민국 구석구석 축제 정보
- 각종 사회·문화·관광 전문 매체 종합
Copyright (c) 2025 깨알소식.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