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저 - 영화 '731'포스터
중국 영화 '731'이 개봉 직후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월 18일 본토 전역에서 일제히 상영을 시작한 이 작품은 첫날에만 약 3억 위안(한화 약 580~600억 원대)의 매출을 기록하며 흥행 1위에 올랐다.
중국 최대 예매 플랫폼에서도 하루 만에 300만 명 이상의 예매 건수를 돌파해, 중국 영화사에서 손꼽히는 개봉 성적을 남겼다. 관객들의 반응은 단순한 오락적 소비를 넘어, "역사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상영관을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일본 731부대 생체실험 정면으로 다뤄
'731'은 일본 제국주의 시절 비밀리에 운영되었던 '731부대'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 부대는 만주 하얼빈 인근 핑팡 지역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과 전쟁포로를 상대로 생체실험과 세균전 연구를 진행했다는 사실이 이미 역사적으로 확인된 바 있다.
영화는 당시 실험 장면을 고증에 기반해 재현하며, 세균을 주입해 인체 반응을 관찰하거나 저체온 실험을 통해 극한 상황에서의 인간 생존 가능성을 시험하는 장면까지 보여준다. 영화 속 묘사는 잔혹하고 충격적이지만,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미를 강조하는 평가도 많다.
중국 내 반일 정서 자극… 대학가 단체 관람도
작품이 공개되자 중국 내 여론은 크게 들끓었다. SNS에서는 "이 영화는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역사의 증언"이라는 반응이 잇따랐고, 일부 대학에서는 단체 관람을 조직하며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그러나 동시에 반일 감정을 자극한다는 점도 뚜렷하다. 영화 상영 직후 일본 관련 제품 불매 운동이 다시 언급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일본 문화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사례도 보고됐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이지만, 그 정치적 함의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 자국민에 "중국 내 외출 자제" 권고
일본 정부는 이 영화가 중국 내 반일 감정을 고조시킬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일본 외무성은 자국민을 대상으로 "중국 내 체류 시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일본어 사용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일본 기업 주재원 가족들 사이에서는 아이들에게 일본어 대신 영어를 쓰게 하거나, 일본식 이름 대신 서양식 별명을 사용하게 하는 사례까지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영화 한 편이 단순한 문화 콘텐츠를 넘어, 외교적 긴장과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해외 확산 중… 일본 개봉은 여전히 불투명
'731'은 이미 홍콩, 마카오, 호주, 뉴질랜드에서 개봉되었으며, 미국과 캐나다, 한국, 싱가포르 등에서도 상영이 예정되어 있다. 해외 동포 사회에서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특히 한국에서는 역사 교육적 측면에서의 가치가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일본 내 개봉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본 배급사들은 작품의 성격과 사회적 파장을 고려할 때 상영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내 일부 네티즌들은 "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상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 일본 사회 내부에서도 역사적 책임을 둘러싼 인식 차이가 존재함을 드러낸다.
역사 기억 vs 외교 갈등… 동아시아 과거사 담론 주목
전문가들은 '731'이 단순한 상업적 성공을 넘어, 중국 사회 전반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역사적 진실을 알리고 기억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지만, 동시에 국가 간 외교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일부 학자들은 "역사를 다룬 영화가 감정적 대립을 부추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동아시아 국가들이 과거사를 정직하게 마주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한 편의 극영화가 역사와 정치, 외교 문제까지 아우르며 사회적 파급력을 지니는 경우는 드물다. 흥행 성적과 사회적 반향을 고려할 때, '731'은 앞으로도 중국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영화의 파장이 단순한 반일 정서 고조에 머물지 않고, 동아시아 역사 담론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예현 기자 yhpar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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