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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도국 특혜 포기 선언

09-28
글로벌 무역 질서 대전환, 미국의 관세 영향 때문

중국, 개도국 특혜 포기 선언...글로벌 무역 질서 대전환




< 이미지 생성 = 재미나이 AI >


중국이 마침내 '개발도상국 특별대우'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2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세계개발구상 고위급 회의에서 리창(李强) 중국 총리는 WTO 개도국 특혜를 더 이상 추구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면서도 개도국 지위를 유지해온 '이중적 지위'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창 총리는 "중국은 공동 발전을 추진하는데 있어 중요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며 "대국으로서의 책임감을 보이고 다자 무역 체제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6년간 유지해온 개도국 특혜를 스스로 포기한 역사적 결정이다. 이번 선언의 배경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압박이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는 집권 1기부터 "세계 2위 경제대국이 개도국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반칙"이라고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실제로 트럼프는 2019년 11월 연설에서 "중국이 개도국 지위를 갖는 것은 불공정하다. 미국은 더 이상 살찐 젖소로 취급받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 WTO 개도국 특혜 주요 내용

  • 관세 인하 의무 완화 (선진국 대비 50% 수준)
  • 농업 보조금 지급 허용 한도 확대
  • 무역 규제 이행 유예기간 연장
  • 지적재산권 보호 의무 완화
  • 기술이전 요구 권한 인정

46년간 누린 혜택...연간 수천억 달러 규모

중국이 그동안 개도국 지위로 누린 경제적 혜택은 천문학적 규모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분석에 따르면, 중국은 개도국 특혜를 통해 연간 3,500억 달러(약 455조원) 이상의 경제적 이익을 얻어왔다. 특히 관세 혜택이 가장 컸다. 중국은 개도국 지위를 활용해 평균 관세율을 9.8%로 유지하며 선진국(3-4%)보다 2-3배 높은 관세 장벽을 쌓을 수 있었다. 반면 수출품에는 선진국들로부터 특혜관세를 적용받아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구분 중국 (개도국) 미국 (선진국) 한국 (선진국)
평균 관세율 9.8% 3.4% 13.9%
농업 보조금 한도 GDP의 8.5% GDP의 5% GDP의 5%
무역협정 이행 유예 5-10년 즉시 이행 즉시 이행
농업 분야 혜택도 막대했다. 중국은 개도국 지위를 근거로 농업 보조금을 GDP의 8.5%까지 지급할 수 있었다. 이는 선진국 기준(5%)보다 70% 높은 수준이다. 실제로 중국은 연간 2,000억 달러 이상을 농업 보조금으로 지출하며 자국 농업을 보호해왔다.

미중 무역전쟁 2.0 대비한 전략적 선택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결정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전략적 선택으로 분석한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고, 개도국 지위 문제를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중국이 먼저 개도국 특혜를 포기함으로써 미국과의 협상에서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는 것입니다. 이제 양국이 동등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게 됐죠. 중국으로선 어차피 포기해야 할 카드를 선제적으로 내려놓고 실리를 챙기려는 전략입니다."
- 왕후이융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실제로 중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개도국 지위 유지는 명분상 어려웠다. 중국의 GDP는 18조 달러로 미국(25조 달러)에 이어 세계 2위이며, 1인당 GDP도 1만 3,000달러를 넘어섰다. 세계은행 기준으로는 이미 '중상위 소득국'에 해당한다.

한국 기업들 영향 불가피..."중국발 저가 공세 완화 기대"

중국의 개도국 특혜 포기는 한국 기업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에 기반한 저가 공세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철강, 석유화학, 태양광, 전기차 배터리 등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는 "중국 철강업체들의 덤핑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며 환영 입장을 밝혔고, LG에너지솔루션도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 한국 기업 예상 영향

  • 철강업 : 중국산 덤핑 완화로 가격 경쟁력 회복
  • 석유화학 : 중국 과잉생산 억제로 수급 개선
  • 배터리 : 보조금 축소로 기술 경쟁 우위 확대
  • 태양광 : 중국 저가 패널 공세 완화
  • 조선 : 중국 정부 지원 축소로 수주 경쟁력 상승
다만 부정적 영향도 예상된다. 중국이 관세를 낮추면서 한국 제품의 중국 수출이 늘어날 수 있지만, 동시에 중국 내수 시장 보호 장벽도 낮아져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 또한 중국이 선진국 의무를 이행하면서 환경·노동 규제를 강화할 경우,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EU·일본도 환영..."공정한 무역 환경 조성"

중국의 결정에 대해 EU와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중국의 책임감 있는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제 모든 국가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중국이 경제 규모에 걸맞은 국제적 책임을 지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일본은 그동안 중국의 개도국 지위를 가장 강하게 비판해온 국가 중 하나다.
국가/기구 반응 주요 발언
미국 긍정 평가 "올바른 방향으로의 첫걸음"
EU 환영 "책임감 있는 결정 높이 평가"
일본 환영 "경제 규모에 걸맞은 책임"
인도 우려 "개도국 단결 약화 우려"
브라질 신중 "각국의 자율적 선택 존중"

개도국 진영 균열..."중국 없는 개도국 연대"

중국의 결정으로 개도국 진영에도 균열이 생겼다.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 주요 개도국들은 중국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인도는 "개도국 단결이 약화될 수 있다"며 중국 없는 새로운 개도국 연대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G77(개도국 그룹) 내에서는 중국의 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국가들은 중국이 개도국을 배신했다고 비판하는 반면, 다른 국가들은 중국의 성장을 축하하며 이해를 표시했다.
"중국이 떠난 자리를 인도가 채울 것입니다. 우리는 진정한 개도국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선진국들의 일방적인 무역 규제에 맞서 싸울 것입니다. 중국과 달리 우리는 개도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습니다."
-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

"개도국 지위는 유지" 애매한 입장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개도국 특혜는 포기하면서도 개도국 '지위'는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경제적 혜택은 포기하되,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개도국 진영의 리더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개발도상국"이라며 "개도국의 정당한 권익을 옹호하고 글로벌 사우스와의 연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대항하는 개도국 연합의 구심점 역할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WTO 개혁 논의 가속화 전망

중국의 결정은 정체됐던 WTO 개혁 논의에도 새로운 동력을 제공할 전망이다. 그동안 WTO 개혁의 최대 걸림돌은 중국의 개도국 지위 문제였다. 이제 이 문제가 해결되면서 본격적인 개혁 논의가 시작될 수 있게 됐다. 은고지 오콘조이웰라 WTO 사무총장은 "중국의 결정을 계기로 21세기 무역 현실에 맞는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야 한다"며 "개도국 지위 기준을 객관화하고, 디지털 무역 등 새로운 분야의 규칙을 정립할 때"라고 밝혔다.

■ WTO 개혁 주요 의제

  • 개도국 지위 기준 객관화 (1인당 GDP, HDI 등)
  • 디지털 무역 규범 제정
  • 환경 상품 관세 철폐
  • 보조금 규제 강화
  • 분쟁해결기구 개선
  • 투명성 의무 강화

글로벌 공급망 재편 가속화

중국의 개도국 특혜 포기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더 이상 관세와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애플, 삼성전자, 나이키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베트남, 인도, 멕시코 등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다. 중국의 비용 우위가 사라지면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기존 생산지 이전 국가 이전 규모
애플 중국 인도, 베트남 생산량 25%
삼성전자 중국 베트남, 인도 스마트폰 50%
나이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생산량 40%
아디다스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생산량 35%

한국, 신남방 정책 가속화 기회

한국 정부는 중국의 결정을 신남방·신북방 정책을 가속화할 기회로 보고 있다. 중국의 비용 우위가 약화되면서 아세안, 인도 등과의 협력 여지가 커졌다는 판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의 개도국 특혜 포기로 우리 기업들의 아세안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과의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안에 '신남방 정책 3.0'을 발표하고, 아세안과의 경제협력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결론: 새로운 글로벌 무역 질서의 시작

중국의 개도국 특혜 포기는 단순한 지위 변경을 넘어 글로벌 무역 질서의 대전환을 예고한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6년간 이어진 '중국 특수'의 종말이자,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의 시작이다. 이제 중국은 명실상부한 경제 대국으로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하게 됐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은 이러한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 중국 개도국 특혜 포기 주요 영향

  • 글로벌 무역 : 공정 경쟁 환경 조성
  • 미중 관계 : 대등한 협상 기반 마련
  • 공급망 :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 가속
  • WTO : 개혁 논의 본격화
  • 개도국 : 새로운 연대 모색
  • 한국 : 중국 저가 공세 완화 기대
중국의 선택이 과연 '자발적 양보'인지, 아니면 '불가피한 후퇴'인지는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번 결정이 21세기 글로벌 경제 질서를 재편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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