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통령 "우린 피해국이지 공범 아냐" 강력 반박

<이미지 : 발트3국과 폴란드 국기>
핵심 포인트
- 메르켈, 헝가리 언론 인터뷰서 충격 발언 "폴란드·발트3국이 침공 간접 기여"
- 2021년 EU-푸틴 직접 대화 추진했으나 4개국 반대로 무산됐다 주장
- 폴란드 두다 대통령 "피해국을 공범 취급 말라" 강력 반박
- 러시아의 8년간 지속적 침략 행위는 언급 않아 비판 증폭
- 독일 내에서도 "역사적 왜곡" 비판...메르켈 책임론 재점화
- 유럽 외교계 전반 파문, "푸틴 책임 희석시키려는 시도"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71)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폴란드와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발언해 유럽 전역에 파문이 일고 있다.
퇴임 후 침묵을 지켜왔던 메르켈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외교적 실패에 대한 책임 소재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정작 침공 주체인 푸틴의 책임은 직접 지적하지 않고 주변국의 '공포와 불신'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대화 거부한 4개국이 전쟁 초래"...메르켈 충격 발언
8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 등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지난 3일 헝가리 야당 온라인 매체 '파르티잔(Partizán)'과 인터뷰에서 "2021년 유럽연합(EU)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대화하려던 시도를 폴란드와 발트 3국이 가로막았다"며 "이로 인해 외교적 해법이 무산됐고 결국 침공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전 총리 발언 요지
"푸틴과 유럽연합이 직접 마주 앉는 회담을 추진했으나, 폴란드와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가 '공동 러시아 정책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나는 곧 퇴임했고, 그 직후 푸틴의 침공이 시작됐다. 대화의 부재는 언제나 위험하다. 대면 외교가 불가능한 시대는 불신의 시대가 된다."
메르켈은 2021년 EU 차원의 새로운 대화 형식을 제안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려 시도했으나, 이 네 나라의 강력한 반대로 대화가 결렬되고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해당 인터뷰는 5일 유튜브에 영상으로 공개됐으며, 즉각 유럽 전역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폴란드 두다 대통령 "피해국을 공범 취급 말라"
메르켈의 발언에 폴란드와 발트 3국이 즉각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폴란드 안드레이 두다 대통령(53)은 "폴란드는 러시아 침공의 피해국이지 공범이 아니다"라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폴란드·발트3국의 반박
- 안드레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푸틴과의 대화는 전쟁을 막지 못했으며, 오히려 그에게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했을 것이다"
- 발트3국 공동 입장: "우리는 러시아의 위협을 누구보다 정확히 예측했고, 대화가 아닌 억지력 강화를 주장했다"
- 외교 소식통: "메르켈이야말로 2008년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막아 푸틴에게 공격 기회를 준 장본인"
- 역사적 맥락: "발트3국은 소련 점령을 경험한 국가로, 러시아의 팽창주의를 가장 잘 이해한다"
두다 대통령은 "2021년 당시에도 러시아는 이미 대규모 침공을 준비하고 있었다"며 "대화로 푸틴을 설득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순진한 환상"이라고 일축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가장 적극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한 국가 중 하나다. 535km의 국경을 공유한 폴란드는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을 수용했고, 막대한 군사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 8년간 침략 행위는 언급 안 해...비판 증폭
메르켈의 해석이 더욱 비판받는 이유는 러시아의 침공 책임을 희석시킨다는 점 때문이다. 메르켈은 인터뷰에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불법 점령이나 이후 8년간의 돈바스 전투, 친러 민병대 활동 등 러시아의 지속적 침략 행위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 시기 |
러시아의 침략 행위 |
| 2014년 3월 |
크림반도 불법 점령 및 합병 |
| 2014~2022년 |
돈바스 지역 8년간 전투, 우크라이나 병사 5천명 이상 사망 |
| 2021년 봄 |
대규모 침공 준비 시작 (병력 집결) |
| 2022년 2월 |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개시 |
2015년 이후에도 약 5천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병사가 전투 중 사망했으며, 2021년 봄부터 러시아는 이미 대규모 침공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유럽 외교 전문가들은 "메르켈이 푸틴의 책임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주변국의 불신만을 강조한 것은 러시아 침공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내에서도 "역사적 왜곡" 비판...메르켈 책임론 재점화
이번 발언은 독일 내에서도 "역사적 왜곡"이라는 비판을 불러일으키며 메르켈 전 총리의 친러 정책에 대한 책임론을 다시 점화시켰다.
메르켈의 친러 정책 이력
- 2008년: 프랑스 사르코지와 함께 우크라이나·조지아의 NATO 가입 반대
- 2011~2018년: 노르트스트림 1·2 가스관 건설 적극 지원, 러시아 가스 의존도 55%
- 2014년: 크림반도 합병 후에도 러시아 경제 제재 최소화 노력
- 2021년: 미국의 노르트스트림2 중단 요구 무시, 바이든 대통령과 담판
- 결과: 독일의 러시아 가스 의존 → 에너지 위기 초래
독일의 로베르트 하벡 부총리는 "현 에너지 사태는 독일이 값싼 러시아 가스에 이례적으로 의존한 결과이며, 독일 당국이 알고도 초래한 것"이라고 자책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2년 부차 학살 사건 직후 "앙겔라 메르켈과 니콜라 사르코지를 부차로 초대해 러시아에 대한 양보가 14년 만에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보여주고 싶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당시 메르켈은 자신의 결정이 아직도 옳다고 주장하며 부차 학살 현장도 가지 않겠다고 언급해 비판을 받았다. 전직 외무장관이었던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현 독일 대통령은 과거에 러시아를 잘못 봤다며 공개 사과했지만, 메르켈은 여전히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유럽 외교계 전반 파문..."대화 만능주의 환상 깨져"
메르켈의 발언은 유럽 외교계 전반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퇴임 후 처음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외교적 실패에 대해 구체적인 책임 소재를 언급했기 때문이다.
전문가 분석
- 대화 만능주의의 한계: "푸틴과의 대화는 전쟁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시간만 벌어줬다"
- 억지력의 중요성: "폴란드·발트3국의 경고가 옳았음이 입증됐다"
- 독일 외교의 실패: "경제적 이익을 위해 안보를 희생한 독일의 실책"
- NATO 확장 논란: "동진이 아니라 푸틴의 제국주의가 문제의 본질"
존 미어세이머, 스티븐 월트 등 일부 학자들은 'NATO 동진'을 러시아 침공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메르켈의 시각과 유사한 현실주의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침략의 책임을 피해국에 전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반박한다.
특히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소련 점령을 경험한 우리가 러시아의 위협을 가장 정확히 이해한다"며 "대화가 아니라 강력한 억지력만이 평화를 지킨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자 코멘트
앙겔라 메르켈이 헝가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뱉은 한 마디는 유럽 외교계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켰다. "폴란드와 발트 3국이 러시아 침공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발언은, 침략의 책임을 피해국에 전가하는 전형적인 '피해자 비난하기'에 다름 아니다.
메르켈의 논리는 간단하다. "2021년 EU와 푸틴의 직접 대화를 4개국이 막았고, 그래서 전쟁이 일어났다." 하지만 이는 중요한 사실들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왜곡된 서사다.
첫째,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를 불법 점령한 이후 8년간 돈바스에서 전쟁을 벌였다. 5천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 병사가 사망했고, 2021년 봄부터는 이미 대규모 침공을 준비하고 있었다. 대화가 무산돼서 침공한 것이 아니라, 침공을 준비하면서 대화로 시간을 벌려 한 것이다.
둘째, 정작 푸틴과 가장 적극적으로 '대화'했던 사람이 바로 메르켈 자신이다. 그는 2008년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막았고,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을 밀어붙였으며, 2021년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바이든과 담판까지 벌였다. 그 결과는? 독일의 러시아 가스 의존 55%, 그리고 지금의 에너지 위기다.
셋째, 폴란드와 발트 3국은 소련 점령을 경험한 국가들이다. 이들은 러시아의 위협을 누구보다 정확히 예측했고, 대화가 아니라 억지력 강화를 주장했다. 역사가 증명하듯, 이들의 판단이 옳았다.
메르켈의 발언은 단순한 역사 해석의 차이가 아니다. 이는 자신의 16년 친러 정책 실패를 가리고, 책임을 다른 나라에 떠넘기려는 시도다. 폴란드 두다 대통령의 반박은 명확했다. "폴란드는 러시아 침공의 피해국이지 공범이 아니다."
독일 내에서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과거 러시아 정책을 사과했지만, 메르켈은 여전히 침묵하거나 책임을 부인한다. 심지어 부차 학살 현장 방문도 거부했다.
메르켈 시대의 독일은 '대화'와 '경제'를 앞세워 러시아를 포용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유럽은 에너지 위기에 빠졌으며, 독일의 국제적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이제 메르켈은 묻는다. "대화의 부재가 위험하지 않은가?" 하지만 역사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침략자와의 대화가 과연 평화를 가져왔는가?" 1938년 뮌헨 협정이 제2차 세계대전을 막지 못했듯, 2021년 푸틴과의 대화도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지 못했을 것이다.
메르켈의 발언은 유럽에 하나의 교훈을 남겼다. 침략자에 대한 유화정책은 평화를 가져오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재앙을 초래할 뿐이다. 폴란드와 발트 3국의 경고를 무시한 대가를, 지금 유럽 전체가 치르고 있다.
역사의 교훈
메르켈의 이번 발언이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이것이다. "대화가 만능인가, 아니면 강력한 억지력이 필요한가?" 중동부 유럽 국가들은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침략자는 약함을 보이면 더 공격적으로 나온다. 대화는 그들에게 시간을 벌어줄 뿐이다. 진정한 평화는 강력한 억지력에서 나온다. 메르켈이 이 교훈을 받아들이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깨알소식 박예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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