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행금지 발령에 합동대응팀 급파견 하기로
납치 신고 4년새 90배 폭증...대학생 살해에 뒤늦은 총력 대응

<이미지 :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 핵심 포인트
-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감금 2021년 4건 → 2024년 221건 급증
- 2025년 8월까지만 330건...소재 불명 80여명
- 22세 대학생 고문 살해 충격...중국인 3명 기소
- 정부, 15일 합동대응팀 급파...김진아 2차관 단장
- 보코산·바벳·포이펫 '여행금지' 발령 (16일 0시)
- 전국 최소 2단계 이상...캄보디아 전역 경보 격상
- 구금된 한국인 63명 전원 송환 계획
- 캄보디아 측 "유감...일반 관광객과 구분하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납치·감금 사건이 폭증하면서 한국 정부가 뒤늦게 총력 대응에 나섰다. 특히 지난 8월 한국인 대학생이 고문당해 사망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충격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15일 합동대응팀을 급파하고 일부 지역에 여행금지를 발령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4년새 90배 폭증..."2025년 8월까지 330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캄보디아에서 납치되거나 감금됐다고 신고된 건수는 2021년 4건, 2022년 11건, 2023년 21건이었다가 2024년 221건으로 급증했다. 2025년에는 8월까지만 330건에 달해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에서 소재가 확인되지 않은 한국인은 80여명에 이른다. 또한 범죄 행위에 연루된 혐의로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63명으로 파악됐다. 지난 7월과 9월에는 캄보디아 경찰 단속으로 한국인 90명이 온라인 스캠 범죄 현장에서 검거되기도 했다.
최근 동남아시아 취업 사기는 2023년 말쯤 미얀마·라오스·태국 접경지대인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번창하다가 지난해부터 캄보디아로 근거지를 옮긴 것으로 파악된다. 범죄 조직들은 고수익 일자리를 미끼로 한국인을 유인한 뒤 여권을 압수하고 감금해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대학생 고문 살해 충격...중국인 3명 기소
지난 8월 경북 예천 출신의 22세 대학생 A씨가 캄보디아 캄폿주 보코산 인근에서 현지 범죄조직에 의해 폭행·고문당한 뒤 사망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줬다. 330명의 피해 신고자 가운데 사망자는 A씨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깜폿지방검찰청은 10월 11일 A씨를 살해한 혐의로 30~40대 중국인 3명을 살인 및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그러나 캄보디아 경찰은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피해자 가족이나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신고나 협조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2024년 6월에도 40대 한국인이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현지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는 안내만 받았다는 보도가 있었다. 주캄보디아 대사 자리가 공석인 상황에서 대사관의 대응이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합동대응팀 급파...박일 전 대사 TF 팀장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총력 대응"을 지시했고, 정부는 15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급파했다. 합동 대응팀에는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을 필두로 한 경찰청과 국가정보원 직원도 참여한다.
특히 박일 전 주레바논대사가 현지 TF 팀장으로 임명돼 주목받고 있다. 박 대사는 2021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주레바논대사로 재임하며,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헤즈볼라 군사 충돌 당시 군 수송기를 투입해 레바논 체류 한국인과 가족 97명을 안전하게 귀국시킨 경험이 있다.
박 대사는 신임 대사 부임 전까지 캄보디아에 체류하며 대사관의 관련 업무를 총괄하고 캄보디아 측과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구금된 국민들을 전부 다 송환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보코산·바벳·포이펫 '여행금지' 발령
외교부는 16일 0시를 기해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를 발령했다. 현재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지역 중 캄폿주 보코산 지역, 스바이리엥주 바벳시, 바탐방주 포이펫시가 여행금지 지역으로 지정됐다.
보코산은 지난 8월 한국인 대학생이 숨진 곳이며, 바벳시와 포이펫시는 범죄 단체들이 많이 포진한 곳으로 알려졌다. 여행금지 지역에 방문 또는 체류하는 경우 여권법 제26조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또한 범죄단체 밀집지역인 시하누크빌주에는 3단계 '출국권고'가 발령됐다. 프놈펜시를 포함한 8개 지역은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가 유지되며, 캄보디아 전역이 최소 2단계(여행자제) 이상으로 격상됐다. 캄보디아에서 1단계(여행유의) 지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됐다.
여행경보 단계 |
지역 |
특징 |
4단계 여행금지 (흑색경보) |
캄폿주 보코산 지역 스바이리엥주 바벳시 바탐방주 포이펫시 |
대학생 살해 지역 범죄 조직 밀집 방문 시 처벌 |
3단계 출국권고 (적색경보) |
시하누크빌주 |
범죄단체 밀집 즉각 출국 권고 |
2.5단계 특별여행주의보 |
프놈펜시, 웃더민체이주 프레아비히어주, 반테이민체이주 파일린주, 바탐방주, 푸르사트주 코콩주 |
수도권 포함 긴급 용무 외 방문 자제 |
2단계 여행자제 (황색경보) |
캄보디아 전역 (상기 지역 제외) |
최소 경보 수준 불필요한 여행 자제 |
한-캄 합동 대응 TF 구성...국제 공조 강화
대통령실은 캄보디아 정부와 긴급 접촉해 양국 경찰을 중심으로 수사당국이 참여하는 '한-캄 스캠 합동 대응 TF' 구성에 합의했다. 경찰청은 아세안 국가 내에서 발생하는 한국인 납치·감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 공조협의체를 주도적으로 출범시켜 합동작전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한 10월 중 대국민 특별신고 기간을 운영해 피해 사례 누락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외교부는 주캄보디아대사관 인력을 보강하고 경찰 주재관 증원을 비롯한 대응 역량 강화에도 나선다. 현지에 '코리안데스크' 설치도 추진 중이다.
법무부 주도로 출범한 '해외 보이스피싱 사범 대응 TF'를 통해 국민을 대상으로 캄보디아 방문·취업 관련 유의사항을 지속 안내할 예정이다. 정부는 현지에서 발생한 한국인 대학생 고문 사망사건에 대한 공동 조사에도 나서기로 했다.
캄보디아 측 "유감...일반 관광객과 구분해야"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한국 정부의 대응에 대해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셈 속헹 캄보디아 한국관광가이드협회장은 13일 현지 매체 프놈펜포스트 인터뷰에서 "최근 피해자들은 대부분 불법 고수익 일자리에 지원했다가 범죄조직에 연루된 경우"라며 "한국 정부가 온라인 사기와 관광 문제를 분리하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캄보디아를 위험지역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온라인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과 피해 예방 방법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열흘 동안 캄보디아를 여행한 한국 관광객들은 모두 안전하게 지냈다"고도 덧붙였다.
사르 소카 캄보디아 내무장관은 최근 사이버 범죄 대응 세미나에서 "우리는 외국 범죄 네트워크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꾸준히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지난 2년간 온라인 사기에 연루된 외국인 1만5000명 이상을 추방했다"고 발표했다.
터치 속학 캄보디아 내무부 대변인은 "한국 국민이 느끼는 분노와 슬픔을 이해한다"며 "하지만 캄보디아 역시 국제 범죄조직의 피해국이라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비상..."ODA 회수·군사작전" 주장까지
정치권도 비상이 걸렸다. 국민의힘은 김병주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현지 조사단을 파견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캄보디아 군경과 협조해 우리 군이 군사작전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캄보디아가 군경 합동작전을 거부한다면 ODA(공적개발원조) 회수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캄보디아에 대한 선전포고를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정치인들이 "캄보디아에 전쟁 선포", "중국인 무비자 재검토" 등 극언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ODA(공적개발원조)란?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는 선진국 정부나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과 복지 증진을 목적으로 제공하는 원조입니다. 한국은 2024년 기준 캄보디아에 약 1억 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ODA를 지원하고 있으며, 주요 분야는 교통인프라 구축, 교육, 보건의료, 농업 등입니다. 캄보디아는 한국의 10대 ODA 지원 대상국 중 하나로, 수교 이후 약 20억 달러 이상의 원조를 받았습니다.
■ 피해 예방 수칙
▶ 고수익 일자리 제안 의심: 월 400만원 이상 고액 연봉, 숙식 제공, 경력 무관 채용 등은 대부분 사기입니다.
▶ SNS·텔레그램 구인 주의: 정식 채용 절차 없이 SNS나 메신저로 접근하는 해외 취업 제안은 거부하세요.
▶ 출국 전 가족에게 알리기: 여행 목적지, 체류 장소, 연락처 등을 반드시 가족에게 공유하세요.
▶ 여권 절대 보관 금지: 도착 후 여권을 회사나 중개인에게 맡기라는 요구는 즉시 거부하고 대사관에 연락하세요.
▶ 긴급 연락처: 주캄보디아 대사관 +855-23-212-071, 외교부 영사콜센터 +82-2-3210-0404
▶ 피해 발생 시: 112 해외 긴급전화, 국가정보원 스캠 피해 신고센터 1338 이용
외교부는 "캄보디아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고, 여행경보 추가 조정 필요성을 지속 검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캄보디아 사태는 단순히 범죄 피해를 넘어 정부의 재외국민 보호 역량과 위기 대응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깨알소식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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