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 기사의 이해돕고자 AI생성>
"아프리카의 EU가 온다"... 동아프리카공동체, 인구 3억·GDP 5,120억 달러의 '잠자는 거인'이 깨어난다
8개국 연합 EAC, 관세동맹-공동시장 넘어 단일통화-정치연방 향해 전진 | 2026년 성장률 5.8%, 아프리카 대륙 최고 | 케냐-에티오피아-탄자니아가 이끄는 '아프리카판 유로존' | 2050년 인구 3억 8,000만, 중위연령 20세 미만의 '세계에서 가장 젊은 경제권' | 북미-유럽-동아시아-동남아에 이은 제5의 지역 세력이 될 수 있을까
핵심포인트
- 동아프리카공동체(EAC) 8개국, 관세동맹-공동시장-단일여권 이미 실현... 단일통화-정치연방이 다음 단계
- 총 GDP 5,120억 달러, 인구 3억 명... 2026년 성장률 5.8%로 아프리카 전체(4.0%)를 크게 상회
- EU 모델을 벤치마킹하되, '세계에서 가장 젊은 인구구조'라는 고유의 무기 보유
- 콩고민주공화국 합류로 아프리카 최대 면적-자원 확보... 대서양-인도양 연결 회랑 완성
- 내전-빈곤-거버넌스 리스크는 여전... '잠자는 거인'이 진짜 깨어나려면 넘어야 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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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아프리카에서 '나라'가 태어나고 있다
유럽에 EU가 있다면, 동남아시아에 ASEAN이 있다면, 아프리카 동부에는 EAC(East African Community, 동아프리카공동체)가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인은 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EAC가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아프리카'라는 단어에 붙어 다니는 선입견 때문이다. 빈곤, 내전, 질병. 그러나 숫자는 선입견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EAC는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소말리아 등 8개국이 참여하는 경제-정치 통합체다. 본부는 탄자니아 아루샤에 있다. 이미 2005년부터 역내 관세를 철폐하고 역외 공동관세를 적용하는 관세동맹이 가동 중이며, 2018년부터는 단일 전자여권을 발급해 EU처럼 여권 도안을 통일했다. 물자, 서비스, 자본, 노동력의 자유로운 역내 이동이 점진적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공동체는 한 단계 더 나아가려 하고 있다. 단일통화 도입과 정치적 연방 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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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공동체(EAC) 기본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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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국 |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르완다, 부룬디,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소말리아 (8개국) |
| 설립 |
2001년 재출범 (원조는 1967년, 1977년 해체 후 부활) |
| 총 인구 |
약 3억 명 (2050년 3억 8,000만 전망) |
| 총 면적 |
약 490만 km2 (아프리카 최대, 한반도의 약 22배) |
| 합산 GDP |
약 5,120억 달러 (PPP 기준 약 4,730억 달러), 아프리카 전체 GDP의 약 18% |
| 공용어 |
영어, 스와힐리어 |
| 본부 |
탄자니아 아루샤 |
| 통합 단계 |
관세동맹(2005) - 공동시장(2010) - 단일여권(2018) - 통화동맹(추진 중) - 정치연방(최종 목표) |
2. 숫자가 말하는 '아프리카의 기적'... 5.8% 성장의 비밀
2026년 동아프리카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다. 유엔(UN)의 '세계경제전망 2026' 보고서에 따르면, 동아프리카의 GDP 성장률은 5.8%로 전망된다. 아프리카 전체 평균(4.0%)을 크게 웃돌 뿐 아니라, 서아프리카(4.4%), 중앙아프리카(3.0%), 남부아프리카(2.0%)를 모두 압도하는 수치다. 세계은행도 동아프리카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권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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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C 주요 회원국 경제 현황 (2025-20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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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
GDP (2025) |
2026 성장률 |
성장 동력 |
| 케냐 |
1,317억 달러 |
5.1% |
핀테크-디지털 서비스, 동아프리카 금융 허브 |
| 에티오피아 |
1,175억 달러 |
6.3% |
수력발전-인프라-제조업 전환, 통화-금융 개혁 |
| 탄자니아 |
약 850억 달러 |
6.4% |
관광-사파리, 농업, SGR 철도 건설 |
| 우간다 |
약 550억 달러 |
9.8% |
석유 생산 본격화, 동아프리카 원유 파이프라인(EACOP) |
| 르완다 |
약 140억 달러 |
7.5% |
'아프리카의 싱가포르', ICT-관광-서비스 혁신 |
| EAC 전체 |
약 5,120억 달러 |
5.8% |
아프리카 최고 성장 지역, 대륙 GDP 18% 차지 |
성장의 동력은 다양하다. 케냐의 나이로비는 동아프리카의 월스트리트로 불리며 핀테크와 디지털 결제 혁신의 중심지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역사상 최대 규모인 125억 달러짜리 비쇼프투 국제공항을 건설 중이며, 수력발전과 도로-철도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우간다는 동아프리카 원유 파이프라인(EACOP) 완공을 앞두고 석유 생산국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무세베니 대통령은 "우간다는 이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경제 5개국 안에 든다"고 선언했다. 르완다는 1994년 제노사이드의 폐허에서 '아프리카의 싱가포르'로 변신한 기적적 사례로, ICT와 청정 거버넌스를 무기로 외국인 직접투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역내 무역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유엔아프리카경제위원회(UNECA)에 따르면 2024년 EAC 역내 교역 규모가 110억 달러를 넘어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아프리카 내부 교역 성장률(8.5%)이 대외 수출 성장률(0.4%)을 크게 앞지른다. 밖으로 파는 것보다 안에서 사고파는 것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은 경제 통합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3. EU를 꿈꾸되, EU와 다른 길... EAC만의 '세 가지 무기'
EAC는 EU를 명시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관세동맹에서 공동시장으로, 공동시장에서 통화동맹으로, 통화동맹에서 정치연방으로. EU가 60년간 밟아온 통합의 계단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EAC에는 EU에 없는 고유의 무기가 세 가지 있다.
첫째, 세계에서 가장 젊은 인구다. EAC 회원국의 중위연령은 대부분 20세 미만이다. 2050년 인구가 3억 8,000만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3~4%에 해당한다. 유럽과 동아시아가 고령화에 시달리는 동안, 동아프리카는 '인구 배당(demographic dividend)'을 누릴 수 있는 지구상 몇 안 되는 지역이다. 젊은 노동력은 제조업, 서비스업, 디지털 경제 모두에서 성장의 원천이 된다.
둘째, 대서양에서 인도양까지 연결하는 지리적 회랑이다. 2022년 콩고민주공화국이 EAC에 합류하면서 게임 체인저급 변화가 일어났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가진 콩고의 합류로 EAC는 대서양과 인도양을 모두 품는 대륙 횡단 경제 회랑을 완성했다. 케냐 몸바사항(인도양)에서 콩고를 거쳐 대서양까지, 물류와 교역의 동맥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다. 여기에 콩고가 보유한 코발트, 구리, 콜탄 등 세계 최대 규모의 전략 광물 자원이 EAC의 산업적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확대한다.
셋째, '후발주자의 이점'이다. EAC 국가들은 유선 전화 시대를 건너뛰고 곧바로 모바일 결제 시대로 도약한 사례(케냐의 M-Pesa)에서 보듯, 기존 인프라의 부재가 오히려 최신 기술의 도입을 촉진한다. 디지털 금융, 재생에너지, 전자상거래에서 '리프프로그(leapfrog)' 성장이 가능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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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지역 경제블록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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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블록 |
인구 |
GDP |
성장률 |
통합 수준 |
| EU (유럽연합) |
4.5억 |
18.3조 달러 |
~1.5% |
단일통화-정치연합 완성 |
| ASEAN (동남아연합) |
6.7억 |
3.8조 달러 |
~4.5% |
경제공동체, 느슨한 협력체 |
| EAC (동아프리카공동체) |
약 3억 |
0.51조 달러 |
5.8% |
관세동맹-공동시장, 연방 추진 중 |
| USMCA (북미) |
5.0억 |
30.7조 달러 |
~2.5% |
자유무역협정 수준 |
숫자만 보면 EAC의 경제 규모는 다른 블록에 비해 아직 미미하다. 합산 GDP 5,120억 달러는 EU의 36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성장률이 5.8%라는 것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연평균 6%로 성장하면 12년마다 경제 규모가 두 배가 된다. 인구 증가까지 더하면, 2050년의 EAC는 지금과 전혀 다른 경제적 무게감을 갖게 된다.
4. EU의 유로처럼... '동아프리카 실링'은 가능한가
EAC가 EU와 가장 닮아가려는 지점은 단일통화다. 2023년 EAC 각료회의는 향후 4년 이내에 단일통화를 발행하겠다는 로드맵을 확정했다. 동아프리카 통화연구소(EAMI) 설립을 통해 통화, 재정, 회계 정책의 공통화를 추진하고 있다. EU의 유럽중앙은행(ECB)에 해당하는 기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의 장벽은 높다. EU가 유로를 도입하기까지 마스트리히트 조약(1992)에서 실제 유로 출범(1999)까지 7년이 걸렸고, 그마저도 재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국가들이 속출했다. EAC 회원국 간 경제 격차는 EU보다 훨씬 크다. 1인당 GDP가 케냐는 약 2,100달러이지만, 부룬디는 250달러에 불과하다. 인플레이션율, 재정적자, 국가부채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남수단은 내전으로 인한 초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고, 콩고민주공화국은 동부 무장세력과의 분쟁이 지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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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C 통합 로드맵: EU와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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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계 |
EAC 현황 |
EU 참고 사례 |
| 관세동맹 |
2005년 시행, 역내 무관세-역외 공동관세 적용 중 |
EU 1968년 완성 |
| 공동시장 |
2010년 출범, 인력-물자-서비스-자본 자유 이동 추진 |
EU 1993년 단일시장 완성 |
| 통화동맹 |
중앙은행-단일통화 추진 중 (목표 2027년경), 회원국 간 격차가 최대 과제 |
EU 1999년 유로 출범 (마스트리히트 수렴 기준 적용) |
| 정치연방 |
2020년 연방 헌법 초안 완성, 수도 후보지 논의 중 (아루샤-나이로비-다르에스살람) |
EU는 국가연합 수준 (완전한 정치연방은 미달성) |
흥미로운 점은, EAC가 EU보다 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EU도 달성하지 못한 '정치적 연방(Political Federation)' 결성을 공식 목표로 내걸고 있다. 만약 실현된다면, EAC는 단순한 경제블록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에 가까운 실체가 된다. 연방 헌법 초안은 이미 2020년에 완성됐다. 물론 초안 완성과 실제 연방 출범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방향만큼은 명확하다.
5. '제5의 세력'이 되려면... 넘어야 할 다섯 개의 산
그렇다면 EAC는 정말 북미, 유럽, 동아시아, 동남아시아에 이은 제5의 지역 경제 세력이 될 수 있을까. 잠재력은 분명하지만, 현실의 장애물도 만만치 않다. 다섯 가지 핵심 과제가 있다.
'제5의 세력'을 향한 다섯 가지 과제
1. 분쟁과 불안정 - 남수단 내전,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무장세력(M23), 소말리아 알샤바브. 8개국 중 절반이 심각한 안보 불안을 겪고 있다. 경제 통합 이전에 '평화의 기초'가 필요하다
2. 극심한 경제 격차 - 1인당 GDP가 케냐(2,100달러)와 부룬디(250달러) 사이에 8배 이상 차이. 단일통화 도입 시 약소국의 경제 주권 상실 우려. EU의 그리스 사태가 EAC에서 더 큰 규모로 재현될 수 있다
3. 거버넌스와 민주주의 - 우간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40년째 집권 중이고, 르완다 카가메 대통령도 25년째 장기 집권. 민주적 거버넌스 없이 지속가능한 경제 통합이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
4. 인프라 병목 - 도로, 전력, 통신 등 기초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 역내 물류비용이 세계 평균보다 2~3배 높다. '연결된 시장'이 되려면 물리적 연결이 먼저다
5. 외부 의존도 - 원조, 외채, FDI에 대한 높은 의존. 자체적인 재정 역량과 내수 시장 확대 없이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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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EAC에 대해 "관세동맹과 공동시장에서 가시적 성과를 도출하고 있으나, 통화동맹 이행은 지체되고 있다"면서도 "당사국들의 지속적인 협력 의지가 확인되며 해체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느리지만 후퇴하지 않는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궤적이다.
6. 한국에게 동아프리카는 어떤 의미인가
동아프리카는 한국 기업과 투자자에게 '다음 시장'이 될 수 있다. 3억 명의 젊은 인구, 연 5~6%의 고성장, 디지털 인프라의 급속한 확산,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를 통한 14억 아프리카 시장으로의 관문. EAC가 가동하는 공동시장은 역내에서 한번 진입하면 8개국을 하나의 시장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모바일 기기 시장을 선점하고 있고, 현대건설은 동아프리카 인프라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한국 정부도 2005년부터 아프리카연합(AU)에 옵서버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동아프리카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바라보는 전략적 접근은 부족한 실정이다. EU에 진출할 때 '유럽 전략'을 세우듯, 동아프리카에 진출할 때 'EAC 전략'을 세워야 할 때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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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프리카공동체의 비전 2050은 '안전하고 정치적으로 통합된 동아프리카를 기반으로, 포용성과 책임성의 원칙 위에 세워진 중상위 소득 지역'을 만드는 것이다."
- EAC Vision 2050 공식 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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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유럽에서 석탄철강공동체(ECSC)가 출범했을 때, 그것이 오늘날의 EU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시작한 6개국의 실험이 27개국, 4.5억 인구, 18조 달러 경제의 초국가적 연합으로 성장하는 데 70년이 걸렸다. 동아프리카공동체는 아직 그 여정의 초입에 있다. GDP는 작고, 불안정은 크고, 넘어야 할 산은 높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젊은 인구, 가장 빠른 성장률, 가장 풍부한 자원을 가진 지역이 '하나의 경제'로 통합되는 실험은 21세기 지정학의 가장 흥미로운 변수 중 하나다. '잠자는 거인'이 정말 깨어난다면, 세계 경제의 지도는 다시 그려져야 할 것이다.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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