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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2기 규모, 24조 원 프로젝트 - 추자 해상풍력, 첫 삽도 못 뜨고 좌초
노르웨이 에퀴노르 불참, 중부발전마저 제안서 미제출 - 세계 최대 해상풍력 사업 두 차례 연속 유찰의 이면
핵심 포인트
1. 추자도 해역 2.37GW 해상풍력 사업 - 원전 2기급, 추정 사업비 24조 원(제주 제2공항의 3.5배)
2. 노르웨이 국영기업 에퀴노르, 풍황계측기 10기 설치하고도 1차 공모 불참 - 공모 조건에 문제 제기
3. 한국중부발전, 1차-재공모 모두 단독 응찰했으나 최종 제안서 미제출로 재공모까지 유찰
4. 유찰 핵심 원인: 연 1,300억 원 도민이익공유금, 전력 제주 연계 의무, 출력제어 심화 우려
5. 제주도 전체 풍력 누적 용량이 1GW 미만인 상황에서 단일 사업 2.37GW 추진 - 전례 없는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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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계 최대 해상풍력, 시작도 못 하고 두 번 유찰
추자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사업은 추자도 동측과 서측 해역에 총 2.37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기를 설치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발전 용량은 원자력발전소 2기와 맞먹는 세계 최대 규모이며, 최근 해상풍력 개발비용이 1MW당 80억 원으로 상승하면서 추정 사업비는 약 24조 원에 달한다. 이는 제주 제2공항 1단계 사업비(5조 4,532억 원)의 약 3.5배, 2단계 포함 총사업비(6조 8,900억 원)의 약 3.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2035년 상업운전 개시를 목표로 추진되어 왔다.
그러나 이 거대 프로젝트는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좌초 위기에 놓였다. 제주에너지공사가 2025년 7월 사업자 공모에 착수했지만, 당초 유력 후보로 꼽혔던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Equinor)가 1차 공모에서 입찰하지 않았다. 한국중부발전이 유일하게 단독 응찰했지만, 1개 업체만 응찰하면서 재공모 절차로 전환됐다. 재공모에서도 중부발전이 다시 홀로 응찰해 1단계 평가(PQ)를 통과했고, 관련 법에 따라 수의계약이 가능한 수순까지 갔다.
그러나 중부발전은 2단계 평가서류 제출 마감일인 2026년 2월 9일까지 사업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제주에너지공사는 2월 10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2단계 평가서류가 접수되지 않으면서 최종 유찰됐다"고 밝혔다. 사실상 이 사업에 관심을 보였던 모든 기업이 발을 뺀 셈이다.
추자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 개요
| 항목 |
내용 |
| 위치 |
추자도 동측 및 서측 해역 (제주특별자치도) |
| 발전 용량 |
2.37GW (원전 약 2기 규모, 국내 최대·세계 최대급) |
| 추정 사업비 |
약 24조 원 (1MW당 80억 원 기준, 제2공항 건설비의 약 3.5배) |
| 자기자본 요건 |
총사업비의 15% 이상 (이 중 3% 제주에너지공사, 1% 이상 주민참여형 채권) |
| 도민이익공유금 |
연간 최소 1,300억 원 (제주도 조례에 따른 공유화기금) |
| 운전 목표 |
2035년 상업운전 개시, 운영 기간 20년 |
| 현재 상태 |
재공모 최종 유찰 (2026.2.10), 전면 재검토 예정 |
2. 에퀴노르는 왜 발을 뺐나 - "제도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
에퀴노르의 불참은 이 사업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드러냈다. 에퀴노르는 2020년부터 추자도 인근 해역에 공유수면점용 허가를 받아 풍황계측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2021년에는 지역 어민들과 협약을 체결했고, 이후 계측기를 10기까지 늘려 방대한 바람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확보했다. 2024년 9월에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노르웨이 에퀴노르 본사를 직접 방문해 경영진과 면담하기도 했다. 사실상 '에퀴노르가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에퀴노르는 공모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입찰을 거부했다. 에퀴노르가 지적한 핵심 문제는 두 가지였다. 첫째, 추자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되는 전력을 반드시 제주도로만 연계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2.37GW의 전력이 제주도에 유입되면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 '출력제어'가 극심하게 악화된다. 출력제어란 전력 과잉공급 시 전력계통 안정을 위해 일부 발전시설 가동을 강제 중단하는 조치로, 기존 태양광-풍력 개별사업자들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에퀴노르 입장에서는 수익성에 직결되는 문제였다.
둘째, 연간 최소 1,300억 원의 도민이익공유금 출연 의무다. 이 기금은 제주도 조례에 따라 공공재인 제주의 바람을 이용해 얻는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것으로, 취약계층 냉난방비와 복지사업 등에 사용된다. 그러나 태풍 등 기상 악화로 발전기를 가동하지 못하는 기간에도 이 금액을 출연해야 한다는 점은 사업자에게 상당한 부담이다. 에퀴노르 측은 "대규모 해상풍력 개발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에는 제도적, 상업적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제주도가 에퀴노르에 특혜를 주지 않기 위해 풍력자원 계측 자료 대신 위성자료로도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고시를 개정한 것도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 에퀴노르가 수년간 막대한 비용을 들여 확보한 풍황 데이터의 경쟁 우위가 사라진 셈이었고, 이는 에퀴노르의 참여 의지를 더욱 꺾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3. 중부발전도 결국 포기 - "컨소시엄 구성이 안 됐다"
에퀴노르가 빠진 자리를 메운 것은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인 한국중부발전이었다. 중부발전은 제주 한림에서 100MW 규모의 해상풍력을 운영한 실적이 있으며, 5대 공기업 발전회사 중 하나로 사업 참여 자격을 충족했다. 1차 공모와 재공모에서 모두 단독 응찰했고, 재공모 1단계 평가(PQ)를 통과하면서 수의계약 수순을 밟는 듯했다. 제주에너지공사는 2026년 2월 9일까지 2단계 제안서를 받고, 3월 11일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부발전은 마감일까지 사업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제주에너지공사 최명동 사장은 "중부발전 측이 공식 입장을 제출하지 않았다"면서도 "컨소시엄 구성 등 사업 여건과 추진 환경이 맞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부발전 측은 이전부터 "태풍 등 기상 상황으로 발전시설을 가동하지 못하는 날이 상당할 것이며, 이런 경우에도 연간 1,300억 원을 출연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업계에서는 중부발전이 24조 원 규모의 사업을 감당할 컨소시엄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업자는 총사업비의 15% 이상을 자기자본으로 충당해야 하는데, 이는 약 3조 6,000억 원에 해당한다. 단독으로 이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기에는 정책 불확실성과 경제성 리스크가 너무 컸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은 "제주 전체 풍력발전 누적 규모가 1GW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일 사업으로 2GW가 넘는 발전단지를 추진하는 것은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자들이 발을 뺀 이유
| 유찰 원인 |
구체적 내용 |
| 전력 제주 연계 의무 |
2.37GW 전체를 제주도로만 송전해야 하며, 전남 등 육지 연계 불가. 제주도 내 출력제어 심화로 기존 재생에너지 사업자 반발 불가피 |
| 도민이익공유금 |
연간 최소 1,300억 원 출연 의무. 태풍 등으로 발전 불가 시에도 납부해야 하는 고정비 부담 |
| 전례 없는 규모 |
제주 전체 풍력 누적 용량이 1GW 미만인데, 단일 사업이 2.37GW. 자기자본 요건만 약 3.6조 원 |
| 컨소시엄 구성 난항 |
24조 원 투자를 함께 감당할 파트너 기업 확보 실패. 에퀴노르 불참으로 글로벌 자본 유치 무산 |
| 해상 경계 분쟁 |
전남도와의 해상 경계 문제가 잠재적 리스크로 작용. 제주에너지공사 측은 "국가기본도에 충실했다"고 해명 |
| 정책 불확실성 |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 변화 가능성, 신재생에너지 지원 제도의 지속성에 대한 우려 |
4. 출력제어의 딜레마 - 전력이 너무 많아도 문제
이번 유찰의 기술적 배경에는 제주도 특유의 전력계통 문제가 있다. 제주도는 이미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급증하면서 전력 과잉공급이 일상화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전력계통의 안정성이 위협받기 때문에, 한국전력은 발전시설의 출력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를 실시한다. 이 조치가 발동되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전기를 생산하고도 팔 수 없게 되어 직접적인 수익 손실을 입는다.
이 상황에서 2.37GW의 대규모 해상풍력이 제주 전력계통에 추가 연결되면, 출력제어 빈도와 강도가 비교할 수 없이 심화된다. 현재 제주 전체 풍력 누적 용량이 1GW 미만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추자 해상풍력 단독으로 기존 용량의 2배가 넘는 전력이 한꺼번에 투입되는 것이다. 기존 태양광-풍력 개별사업자들의 반발은 물론, 추자 해상풍력 단지 자체도 상당 기간 출력제어 대상이 되어 투자금 회수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
에퀴노르가 문제를 삼은 '전력 제주 연계 의무'는 이 딜레마의 핵심이다. 만약 추자도에서 생산된 전력을 제주가 아닌 전남 등 육지로 송전할 수 있다면 출력제어 문제는 크게 완화된다. 그러나 제주도는 '공공재인 제주의 바람에서 나오는 이익은 제주도민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고 있어, 전력 송전 경로 문제는 사업의 근본적 구조와 맞닿아 있다.
5. 향후 전망 - 규모 축소와 조건 재설계가 불가피
제주도와 제주에너지공사는 "이번 공모 결과를 면밀히 분석한 뒤 추자 해상풍력 사업의 추진 전략과 계획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중히 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주에너지공사 최명동 사장은 "이번에 응찰을 안 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며,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전면 재설계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디어제주에 따르면 재검토의 핵심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된다. 첫째, 사업 규모의 축소다. 2.37GW라는 전례 없는 규모가 사업자들의 진입을 가로막은 만큼, 단계적으로 나누어 추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둘째, 도민이익공유금의 조정이다. 규모가 줄면 1,300억 원이라는 최소 기준도 함께 낮출 수 있다. 셋째, 전력 연계 경로의 재검토다. 제주 전력계통의 한계를 고려해 육지 송전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선순위 사업으로 지정된 서부 해상풍력(181MW) 사업은 주민 수용성을 전제로 추진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추자 해상풍력의 좌초가 제주도의 2035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목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미지수다. 확실한 것은, 24조 원짜리 꿈이 현실이 되려면 사업의 규모와 조건부터 현실에 맞게 재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추자 해상풍력 사업 경과
| 시기 |
사건 |
| 2020년 |
에퀴노르, 추자도 해역에 공유수면점용 허가 취득, 풍황계측기 설치 시작 |
| 2021년 |
에퀴노르, 지역 어민과 협약 체결. 풍황계측기 10기로 확대 |
| 2022년 |
에퀴노르 산하 법인, 총사업비 18조 원 규모 해상풍력 추진 의사 표명 |
| 2024.9 |
오영훈 제주도지사, 노르웨이 에퀴노르 본사 방문-경영진 면담 |
| 2025.7 |
제주에너지공사, 사업자 1차 공모 착수 |
| 2025.9 |
1차 공모 결과: 에퀴노르 불참, 중부발전 단독 응찰 - 재공모 결정 |
| 2025.9.11 |
재공모 현장설명회 (중부발전, 에퀴노르, 남부발전 등 5개사 참석) |
| 2025.10.20 |
재공모 1단계 평가(PQ): 중부발전 단독 응찰, 평가 통과. 에퀴노르 최종 불참 |
| 2026.2.9 |
2단계 제안서 마감: 중부발전, 사업제안서 미제출 |
| 2026.2.10 |
제주에너지공사 긴급 브리핑 - 재공모 최종 유찰 발표, 전면 재검토 선언 |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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