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 기사의 이해차원 AI생성>
'검은 화요일'에서 '검은 수요일'로 - 이란전쟁 발발 후 48시간, 한국 증시에 무슨 일이 벌어졌나
코스피 이틀간 1,150p 증발, 9.11 테러 넘은 역대 최악의 폭락 - 서킷브레이커 발동, 환율 1500원 돌파, 빚투 32조 반대매매 공포까지
핵심 포인트
1. 3월 3일 코스피 -7.24%(452p), 4일 -12.06%(698p) - 이틀 합산 -1,150p, 역대 최악
2. 4일 서킷브레이커 발동(코스피-코스닥 동시), 사이드카 이틀 연속 발동
3. 원/달러 환율 한때 1,505.8원 -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00원 돌파
4. 신용거래융자잔고 32.3조 사상 최대 상태에서 폭락 - 반대매매 연쇄 청산 공포
5. 외국인 이틀간 약 10조 원 이상 순매도, 개인은 레버리지 ETF 반등 베팅
6. 한은 이창용 총재, 해외 출장 취소하고 긴급 TF 가동 - "과거 위기와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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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월 3일 '검은 화요일' - 연휴 끝나자마자 폭탄
2월 28일(금)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 한국은 3월 1일 삼일절 대체 휴일로 3월 2일(월)까지 증시가 열리지 않았다. 연휴 동안 전쟁은 확대됐고,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식 선언했다. 시장이 사흘간의 공포를 한꺼번에 소화해야 했던 3월 3일 화요일, 코스피는 개장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코스피는 전장 대비 1.26% 하락한 6,165.15로 출발했다. 시장은 "미국 증시가 버텨줬으니 충격이 완충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오전 장에서 6,000선이 무너졌고,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장중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공식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낙폭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결국 코스피는 452.22포인트(-7.24%) 폭락한 5,791.91로 마감했다. 일일 낙폭 452.22포인트는 당시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었다. 사상 첫 '6천피'를 찍은 지 불과 3거래일 만에 6,000선을 반납한 것이다.
이날 외국인은 5조 1,731억 원을 순매도하며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이탈을 기록했다. 기관도 8,895억 원을 내다 팔았다. 반면 개인은 5조 8,006억 원을 순매수하며 낙폭을 방어하려 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VKOSPI는 16.37% 급등한 62.98을 기록했는데, 이는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치였다.
3월 3일, 시장의 목소리
"속도 조절도 정도껏 해야지, 하루에 -7%가 말이 되나" - 증시 참여자 반응
"유가라는 변수에 워낙 민감하고 노출도가 크다. 이란전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한 번 더 밀리는 모양새를 만들었다" -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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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월 4일 '검은 수요일' - 9.11 기록마저 무너졌다
시장은 '하루 자고 나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간밤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했다는 소식이 새벽에 전해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군사작전이 4~5주간 지속될 것"이라고 시사하면서 공포는 더욱 증폭됐다.
4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3.44% 하락한 5,592.59로 출발했다. 개장 직후 매도 사이드카가 연이틀 발동됐다. 전날까지 5조 8천억 원을 순매수하며 버텨냈던 개인마저 7,301억 원 순매도로 돌아서면서, 마지막 버팀목이 무너졌다. 오전 11시 16분 코스닥이 -8.11%를 기록하며 서킷브레이커 1단계가 발동됐고, 곧이어 코스피도 -8.1% 하락으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동시 서킷브레이커는 2020년 3월 코로나 폭락 이후 처음이었다.
20분간 거래가 중단된 뒤 재개됐지만, 낙폭은 더욱 깊어졌다. 코스피는 장중 한때 5,059.45까지 밀렸다가 결국 698.37포인트(-12.06%) 폭락한 5,093.54로 마감했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직후(-12.02%)를 넘어선 코스피 역사상 최악의 하락률이다. 코스닥은 159.26포인트(-14.00%) 급락한 978.44로 마감하며 '천스닥(1,000선)'이 붕괴됐다. 코스닥 역시 역대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3월 3~4일 한국 증시 폭락 종합
| 지표 |
3월 3일 (화) |
3월 4일 (수) |
이틀 합산 |
| 코스피 |
5,791.91 (-7.24%) |
5,093.54 (-12.06%) |
-1,150.59p |
| 코스닥 |
1,137.70 (-4.62%) |
978.44 (-14.00%) |
-214.34p |
| 원/달러 환율 |
1,466.1원 |
1,476.2원 (야간 1,505.8원) |
17년 만에 1,500원 돌파 |
| VKOSPI (공포지수) |
62.98 (+16.37%) |
- |
코로나 이후 최고치 |
| 사이드카 |
코스피 매도 발동 |
코스피-코스닥 동시 발동 |
이틀 연속 |
| 서킷브레이커 |
미발동 |
코스피-코스닥 동시 발동 |
2020년 3월 이후 처음 |
3월 4일 주요 종목 하락률
| 종목 |
하락률 |
종목 |
하락률 |
| 삼성전자 |
-11.74% (17만2,200원) |
현대차 |
-15.80% |
| SK하이닉스 |
-9.58% (84만8,000원) |
기아 |
-14.04% |
| 한화시스템 |
-20.93% |
현대로템 |
-18.88% |
| LG에너지솔루션 |
-11.58% |
HD현대중공업 |
-13.39% |
3. 왜 한국만 이렇게 깊이 빠졌나 - 세계 1위 상승률의 대가
전 세계 증시가 동반 약세를 보였지만, 한국의 충격은 유독 거대했다. 3월 3일 코스피 하락률(-7.24%)은 세계 주요 지수 중 1위, 코스닥(-4.62%)은 3위를 기록했다. 4일에도 코스피(-12.06%)와 코스닥(-14.00%)은 글로벌 최대 낙폭이었다. 같은 아시아인 일본 닛케이가 3% 빠질 때, 한국은 7% 빠졌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구조적 취약점을 지목한다. 첫째, 과열 랠리의 역설이다. 연초부터 2월 말까지 코스피는 48.17% 상승하며 세계 주요 지수 중 1위를 달렸다. 지난해에도 75.63% 상승으로 G20 1위였다. 유안타증권 최현재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부터 전쟁 직전까지 160% 오른 코스피가 유가 우려에 많이 빠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간 이격도는 닷컴버블 시절을 상회하는 115%까지 치솟아 있었다.
둘째, 한국 경제의 높은 중동 에너지 의존도다. 한국은 전체 원유 도입량의 70%를 중동에 의존하며,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르면 경제성장률이 0.3%p 하락하고, 150달러까지 치솟으면 0.8%p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JP모건 등 글로벌 IB는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 시 유가가 120~13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셋째, 외국인 자금의 대규모 이탈이다. 외국인은 2월 마지막 거래일 약 7조 원, 3월 3일 5.1조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원화 약세로 달러 기준 수익률이 훼손되면서, 통화 약세에서 자금 유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작동했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코스피를 팔고 당분간 관망한다는 전략"이라며 "기술적으로 코스피가 5,000까지 떨어진다는 분석도 해외 쪽에서 꽤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 증시가 유독 취약했던 3가지 구조적 요인
(1) 연초 이후 +48% 과열 랠리 -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2) 원유 수입의 70%가 중동, 95% 이상 호르무즈 해협 경유
(3) 외국인 연이틀 10조 원대 순매도 + 원화 약세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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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빚투 32조의 시한폭탄 - 반대매매 공포가 시장을 덮치다
폭락장의 가장 날카로운 공포는 '반대매매'였다. 코스피가 6,000을 향해 달릴 때,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2월 2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잔고는 32조 3,685억 원으로, 올해 초(27조 4,207억 원) 대비 두 달도 안 돼 5조 원 넘게 불어났다. 1월 29일 사상 처음 30조 원을 돌파한 뒤 한 달 만에 2조 원이 추가된 것이다. 코스피 6,000 시대에 대한 기대와 '소외 불안(FOMO)' 심리가 겹치며 개인들이 막대한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인 결과다.
종목별로 보면 삼성전자 신용잔고 2조 3,313억 원, SK하이닉스 1조 7,315억 원, 현대차 9,089억 원 등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의 신용거래 합산액만 10조 3,760억 원에 달했다. 문제는 27일 이후 코스피가 15% 이상 폭락하면서 담보유지비율을 밑도는 계좌가 속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국 금융매체 제로헤지는 한국 개인투자자의 극단적 레버리지 구조를 지적하며 "주가가 단 10%만 하락해도 모든 포지션이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될 수밖에 없는 모래성 구조"라고 경고했다.
대형 증권사들은 선제적으로 문을 걸어 잠갔다. 한국투자증권은 4일 오전 8시부터 신용거래융자 및 대주 신규 거래를 '별도 공지시까지' 사실상 무기한 중단했다. NH투자증권도 신용거래 융자를 일시 중단했다. 증권사들이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됐다"고 밝힌 것은 빚투 규모가 이미 시스템이 감당할 한계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3일 개인투자자들은 공포 속에서도 KODEX 레버리지 ETF를 4,624억 원어치 순매수하며 반등에 베팅했고, 반대로 인버스 ETF인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서는 1,357억 원을 순매도했다. 하락장 속 반등을 기대한 것이지만, 4일 폭락이 이어지면서 이 베팅마저 큰 손실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빚투-반대매매 위험 현황 (2월 26~27일 기준)
| 지표 |
규모 |
| 신용거래융자잔고 |
32조 6,689억 원 (사상 최대) |
| 투자자예탁금 |
119조 4,832억 원 (역대급) |
| 대차거래 잔액 |
157조 9,298억 원 (사상 최대) |
| 공매도 순보유잔고 |
15조 1,127억 원 (재개 후 4배 증가) |
| 시총 상위 20개 종목 신용거래 |
10조 3,760억 원 |
| 증권사 대응 |
한투-NH 등 신용거래 신규 무기한 중단 |
5. 환율 1,500원 돌파 - 이창용 총재, 공항에서 발길을 돌리다
증시 폭락과 함께 외환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4일 새벽 0시 20분, 원/달러 환율이 1,505.8원까지 치솟았다. 2009년 3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17년 만에 처음으로 심리적 지지선인 1,500원을 넘어선 것이다. 원화는 한때 2009년 이후 최약세 수준에 도달했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당초 스위스 바젤 BIS 총재회의와 태국 방콕 IMF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오전 출국 예정이었다. 그러나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자 공항에서 되돌아와 오전 8시 30분 긴급 '중동상황 점검 TF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한은 총재가 IMF-BIS 등 주요 국제 포럼 일정을 미룬 것 자체가 시장에 강력한 신호로 읽혔다.
이 총재는 회의 후 "현 상황은 과거와는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대외차입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도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시장 불안 진화에 나섰다. 다만 "중동 사태 전개에 따라 환율-금리-주가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당분간 TF를 가동하고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전쟁 장기화 시나리오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나아가 한은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기준금리는 2월 금통위에서 2.5%로 6회 연속 동결된 상태다.
6. 전문가들은 뭐라고 했나 - "패닉셀링은 자제하되, 빠른 회복은 어렵다"
전문가들의 진단은 '단기 회복은 어렵지만, 역사적으로 전쟁 후 증시는 결국 돌아온다'로 수렴했다. 다만 이번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실물 경제 타격 요인이 있어 과거 지정학적 이벤트 때처럼 빠르게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 전문가 |
핵심 발언 |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
"유가 안정화가 관건. 사안 자체가 한 번에 해결되기보다 시차를 둘 가능성이 있어 분할하거나 강도를 나눠서 접근해야 한다" |
최현재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 |
"유가 상승에 대한 우려로 증시 상승 기대감이 변했고, 160% 오른 코스피가 많이 빠지게 된 것" |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
"호르무즈 봉쇄 등 실질적 경제 영향으로 빠르게 반등하기 어렵지만, 5,000 후반 진입 투자자는 패닉셀링은 자제해야" |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
"주가가 많이 올랐던 업종부터 우선 매도하는 무차별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 |
"원/달러 1,500원 돌파, 중동 전면전 우려와 유가 폭등 -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초로 대내외 불안이 확대" |
이성수 미르앤리투자자문 대표 |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면서 예측 불허의 영역. 과거 전쟁 시 3~6개월 후 상승 전환했지만, 지금은 급하게 대하지 말아야" |
7. 48시간이 남긴 질문들
이틀간의 폭락이 남긴 숫자는 냉혹하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이틀간 수백조 원이 증발했다. '20만 전자'와 '100만 닉스'를 꿈꾸던 투자자들은 하루아침에 '17만 전자'와 '84만 닉스'의 현실과 마주했다. 연초 이후 48% 상승이라는 화려한 숫자는, 이틀 만에 '세계 1위 상승률이 세계 1위 하락률'로 뒤바뀌는 잔인한 반전을 맞았다.
남은 질문은 분명하다. 트럼프가 예고한 '4~5주간의 군사작전'이 얼마나 오래 갈 것인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실물 경제에 어느 수준의 충격을 줄 것인지, 그리고 32조 원의 빚투가 반대매매 도미노로 이어질 것인지. 한은은 "과거 위기와 다르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아직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회복의 열쇠는 유가 안정화와 원화 가치 회복,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충족되는 시점에 달려 있다.
48시간의 기록
| 시점 |
사건 |
| 2/28(금) |
미국-이스라엘 이란 공습 개시. 한국 증시는 3/1 삼일절 대체휴일로 휴장 |
| 3/1~2(토~월) |
연휴 동안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 한은 긴급 태스크포스 소집 |
| 3/3(화) 오전 |
코스피 6,000선 붕괴, 매도 사이드카 발동. 외국인 5.1조 원 순매도 |
| 3/3(화) 마감 |
코스피 -7.24%(5,791.91), 역대 최대 낙폭. 한투-NH 신용거래 중단 발표 |
| 3/4(수) 새벽 |
원/달러 1,505.8원(17년 만에 1,500원 돌파). 이창용 총재 출국 취소, 긴급회의 |
| 3/4(수) 9시 |
코스피 -3.44% 출발, 이틀 연속 사이드카 발동. 개인마저 순매도 전환 |
| 3/4(수) 11:16 |
코스닥 서킷브레이커 발동(-8.11%), 이어 코스피도 발동(-8.1%). 20분 거래 중단 |
| 3/4(수) 마감 |
코스피 -12.06%(5,093.54), 9.11 넘는 역대 최악. 코스닥 -14.00%(978.44) '천스닥' 붕괴 |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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