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저 : 영원그룹 페이지 - 성기학 회장>
'노스페이스' 영원 성기학 회장, 계열사 82곳 숨기고 대기업 규제 3년간 회피...공정위, 역대 최대 허위신고로 검찰 고발
본인 지분 100% 회사부터 딸·남동생·조카 소유 회사까지 통째 누락...누락 자산만 3조 2,400억 원, 역대 최대 규모·최장 기간 지정 회피. 간소화 제도 악용해 5개사만 신고, 실제론 87개 계열사 거느린 대기업집단. 미지정 기간 경영승계도 '감시 사각지대'에서 진행202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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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포인트]
- 성기학 영원 회장, 2021~2023년 지정자료 제출 시 계열사 82곳(자산 3조 2,400억 원) 누락 - 5개 주력사만 신고, 본인·딸·남동생·조카 소유 회사 등 통째로 빠뜨려 - 실제 자산총액 5.7조~6.9조 원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5조 원) 초과 - 3년간 대기업 지정 회피→부당이익 제공 금지·공시 의무 등 규제 미적용 - 공정위 "간소화 제도 악용, 책임 가볍지 않다"...역대 최대 규모 허위제출 적발 |
1. 5개만 신고하고 82개는 숨겼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로 유명한 영원무역그룹의 성기학(79) 회장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성 회장이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자료를 제출하면서 총 82개 계열사를 소속회사 현황에서 누락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누락 규모가 압도적이다. 성 회장은 2021년 69개사, 2022년 74개사, 2023년 60개사를 각각 빠뜨렸고, 중복을 제외하면 총 82개 회사가 지정자료에서 사라져 있었다. 누락된 회사의 자산 합계액만 3조 2,400억 원에 달한다. 공정위가 동일인(총수)의 지정자료 허위제출 행위를 적발한 건 중 역대 최대 규모이자, 역대 최장 기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회피한 사건이다.
| 연도별 계열사 누락 현황 | ||
| 연도 | 누락 회사 수 | 실제 자산총액 |
| 2021년 | 69개사 | 5조 7,417억 원 |
| 2022년 | 74개사 | 6조 2,419억 원 |
| 2023년 | 60개사 | 6조 8,863억 원 |
| 누락 자산 합계 | 3조 2,400억 원 | |
더욱 놀라운 것은 성 회장이 2022년까지 지정자료에 포함한 회사가 단 5개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영원무역홀딩스, 영원무역, 영원아웃도어, 스캇노스아시아, 와이엠에스에이(YMSA) 등 지주회사 체제의 주력 계열사만 신고하고, 나머지는 전부 빠뜨린 것이다. 실제 영원그룹의 소속회사는 87개에 달한다.
2. 본인 지분 100% 회사도, 딸의 회사도 '몰랐다'?
누락된 82개사의 면면을 보면 '실수'라는 해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공정위에 따르면 성 회장은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한 솜톰, 지분 6.67%를 가진 푸드웰을 비롯해 딸, 남동생, 조카가 소유한 회사까지 빠짐없이 누락했다. 친족 소유 회사 43개사, 임원 소유 회사 39개사가 지정자료에서 통째로 사라져 있었다.
| 누락된 주요 친족 소유 회사 | ||
| 관계 | 인물 | 소유 회사 |
| 본인 | 성기학 회장 | 솜톰(지분 100%), 푸드웰(6.67%) |
| 차녀 | 성래은 부회장 | 래이앤코(유) |
| 삼녀 | 성가은 부사장 | 이케이텍, 피오컨텐츠, 티오엠 |
| 남동생 | 성기인 | 트레이드하우스보고 |
| 조카 | 성민겸 | 푸드웰, 푸르온, 후드원 |
특히 공정위가 주목한 것은 딸들의 회사와 주력 계열사 간의 거래 관계다. 차녀 성래은 부회장의 래이앤코, 삼녀 성가은 부사장의 이케이텍·피오컨텐츠는 영원무역홀딩스, YMSA 등 그룹 핵심 계열사와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노스페이스가 2023년 진행한 '노스페이스 에디션' 사업의 브랜드 소유권이 삼녀의 개인 회사 이케이텍에 있어 부당지원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계열사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모를 수 없는' 회사들이었던 셈이다.
공정위는 이 밖에도 친족으로부터 계열회사임을 제출받았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누락한 정황, 기존 계열회사의 감사보고서를 통해 누락 회사의 존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전혀 파악하지 않은 정황 등을 확인했다.
3. '간소화 제도'라는 빈틈을 파고들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공정위가 중소 규모 기업집단에 제공한 '간소화 제도'의 악용이다. 공정위는 자산총액이 5조 원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집단(2~3.5조 원 규모)에 대해 업무 부담 경감 차원에서 계열회사 현황 등 핵심 자료만 제출하도록 운영해왔다. 영원 측은 이 점을 파고들었다.
영원그룹의 해명은 이렇다. "2022년까지는 자산총액이 5조 원에 미치지 못해 공정위가 핵심 자료만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담당 실무자가 동일인(회장)에게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실무 착오였으며, 고의적 은폐나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 "핵심 자료만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은 기업집단의 업무 부담 경감을 위해 일부 항목을 간소화해준 것에 불과하다. 제출 의무 관련 법적 근거와 허위 제출에 대한 법적 책임은 일반 지정자료와 동일하다." — 공정거래위원회 (2026.2.23 보도자료) |
공정위의 판단은 단호했다. 성 회장은 1974년 영원무역을 창업한 이래 50년 넘게 그룹의 동일인이었고,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로 재직한 기간만 42년(1974~2016년)에 달한다. 2009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15년 이상 공정위에 사업현황을 보고해왔고, 2015년부터는 10년 넘게 지정자료를 제출해온 집단이다. '실무자 착오'라는 해명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공정위의 논리다.
4. 대기업 지정 3년 회피, 그 사이 무슨 일이
누락의 실익은 분명했다. 누락 회사를 포함하면 영원의 자산총액은 2021년부터 이미 5조 원을 넘긴 상태였다. 그러나 자료 누락 덕분에 영원은 2023년까지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에서 빠져나갔고, 2024년에야 처음으로 지정됐다.
대기업 지정을 피했다는 것은 곧 대기업에 적용되는 각종 규제와 감시망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이익 제공 금지(이른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규모 내부거래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비상장회사 중요사항 공시, 기업집단 현황 공시 등의 의무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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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지정 회피로 빠져나간 규제들
1. 특수관계인 부당이익 제공 금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2.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및 공시 의무 3. 비상장회사 중요사항 공시 의무 4. 기업집단 현황 공시 의무 5. 공정위의 기업집단 지배구조 감시·분석 대상 |
주목할 점은 이 미지정 기간 동안 경영 승계 작업도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2023년에는 차녀 성래은 부회장에 대한 지분 증여가 이루어졌는데, 이 과정이 대기업 규제의 감시 사각지대에서 진행된 것이다. 딸들의 개인 회사가 그룹 주력 계열사와 거래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자료 누락을 넘어선 전략적 회피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5. 영원그룹, 50년 무적자의 '불투명한 이면'
영원무역은 1974년 성기학 회장이 영창실업이라는 이름으로 창립한 의류 제조·수출 기업이다. 노스페이스, 나이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 약 40개 글로벌 브랜드의 아웃도어·스포츠 의류와 신발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제조한다.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엘살바도르 등 4개국에 생산거점을 두고 해외 직원만 약 8만 명을 거느리고 있다.
특히 1997년 자회사 골드윈코리아(현 영원아웃도어)를 통해 노스페이스를 국내에 소개하면서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창업 이래 단 한 번의 적자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제조 OEM 부문 매출만 2023년 기준 4조 167억 원에 달한다.
| 기업집단 '영원' 프로필 | |
| 동일인(총수) | 성기학 회장 (79세, 1974년 창업) |
| 지주회사 | 영원무역홀딩스 (2009년 지주사 체제 전환) |
| 주요 계열사 | 영원무역, 영원아웃도어, 스캇노스아시아, YMSA 등 |
| 소속회사 수 | 87개사 (2024년 공시집단 최초 지정 기준) |
| 자산총액 (2023년) | 6조 8,863억 원 (누락 포함 시) |
| 대표 브랜드 | 노스페이스(국내 유통), 글로벌 OEM(나이키·룰루레몬 등) |
| 성 회장 보수·배당 (2023) | 110억 6,200만 원 |
문제는 이 거대 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옥상옥' 구조라는 점이다. 지주회사 영원무역홀딩스 위에 비상장사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구조로, 외부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 관계와 내부거래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공정위 적발은 바로 이 불투명한 구조의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
6. '최초 심결'의 의미, 그리고 남은 쟁점
이번 고발은 간소화된 지정자료 제출 과정에서 계열회사를 누락한 행위에 대해 동일인(총수)을 고발한 최초의 심결이다. 공정위는 이를 "기업집단의 편의를 위해 운영되어 온 제도의 취지를 왜곡한 허위 제출 행위에 엄중한 책임을 물은 것"이라며, "향후 유사한 위법행위 시도에 경종을 울렸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자료 제출 누락을 이유로 총수가 고발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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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타임라인 1974년 — 성기학, 영창실업(현 영원무역) 창립 2009년 — 영원무역홀딩스 중심 지주회사 체제 전환 2015년~ — 공정위에 지정자료 제출 시작 2021~2023년 — 매년 60~74개 계열사 누락 제출 (자산총액 5조 원 이미 초과) 2023년 — 차녀 성래은에 대한 지분 증여 등 경영 승계 진행 (감시 사각지대) 2024년 — 공시대상기업집단 최초 지정 (3년 지연) 2026년 2월 23일 — 공정위, 성기학 회장 검찰 고발 결정 |
향후 쟁점은 '고의성' 입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되려면 단순한 실무적 착오가 아닌, 자료 누락에 대한 총수의 명백한 고의성이 입증되어야 한다. 영원 측은 "실무 착오"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지만, 공정위는 본인 지분 100% 보유 회사조차 누락한 점, 친족이 직접 제출한 계열회사 정보를 무시한 점, 10년 이상 지정자료를 제출해온 경험이 있는 점 등을 들어 고의성을 주장하고 있다.
|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제도는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의 근간이며, 다른 법령에서도 대기업 판단기준으로 다수 활용되고 있다. 고의적인 계열사 누락은 시장의 투명성을 훼손하고, 총수 일가의 편법적인 부의 이전이나 일감 몰아주기를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공정거래위원회 |
이번 사건은 대기업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기업의 자료 제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선의의 간소화 제도'가, 오히려 규제를 피하는 빈틈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정확한 지정자료 제출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감시활동을 지속하고, 위법행위가 적발되면 엄중히 제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사후 적발이 아닌 사전 검증 시스템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수사 결과가 이 사건의 성격을 '실무 착오'로 정리할지, '의도적 규제 회피'로 판단할지가 향후 대기업 감시 정책의 방향을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박예현 기자 ⓒ 2026 깨알소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