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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성수동! 이제는 카페거리도 한물간 유행인가? 조용히 임대 매물이 줄줄이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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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성지' 성수동, 가로수길의 전철을 밟는가...핫플의 화려한 이면


<이미지 : 기사 이해 돕고자 AI생성>


'팝업 성지' 성수동, 가로수길의 전철을 밟는가...핫플의 화려한 이면

연무장길 임대료 평당 280만 원, 서울 평균의 16배. 하루 대관료 1,000만 원에 건물 통임대 월세 2억 원. '한국의 브루클린'을 만들었던 수제화 장인·로컬 상점은 밀려나고, 팝업스토어 사이사이 '임대문의' 현수막만 늘어간다. 가로수길 공실률 41.6%라는 전례 앞에서, 성수동은 다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2026.02.24
[핵심 포인트] - 성수동 뚝섬 상권 공실률 3.94% → 5.94%로 상승 (2023~2024), 경고등 켜져
- 연무장길 핵심지 임대료 평당 100만~280만 원, 팝업 대관료 하루 1,000만 원
- 팝업 단기임대는 '상임법' 연 5% 인상 제한 적용 안 돼...건물주 '부르는 게 값'
- 가로수길 공실률 41.6%, 경리단길 24%까지 치솟았던 '몰락 공식' 반복 우려
- 다만 성수동은 오피스·IT기업·대형개발 등 '복합 생태계'...가로수길과 구조적 차이도

1. 가로수길·경리단길...선배 상권들의 몰락 공식


성수동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핫플레이스의 무덤'이 된 선배 상권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한때 서울에서 가장 트렌디한 거리로 불렸던 신사동 가로수길. 2025년 1분기 기준 공실률이 41.6%에 달한다. 상가의 절반 가까이가 텅 비어 있는 것이다. 도산대로 초입의 4층 건물이 통째로 비워진 채 방치되고, 메인 도로 680m를 걷는 동안 줄줄이 '임대문의' 현수막이 나부끼는 풍경이 가로수길의 현주소다.
경리단길은 더 처참하다. 2015년 8.9%였던 공실률이 2019년 26.5%까지 치솟으며 서울 1위의 불명예를 기록했다. 나무위키에는 "2024년 기준으로 완전히 다 망해버렸다"는 서술이 올라와 있을 정도다. 형형색색의 이색 카페가 즐비하던 골목은 무채색 오피스와 부동산 중개소로 바뀌었고, 10평짜리 상가 월세가 700만 원까지 치솟았던 기억만 남았다.
핫플레이스 '몰락의 공식' 1단계 — 저렴한 임대료 + 독특한 개인 상점 → 상권 형성
2단계 — SNS 바이럴 → 유동 인구 폭증 → '핫플' 등극
3단계 — 건물주 임대료 인상 → 개인 상점 퇴출
4단계 — 대형 프랜차이즈·브랜드 입점 → 지역 개성 소멸
5단계 — 소비자 이탈 → 프랜차이즈마저 철수 → 공실 지옥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서울 주요 상권 공실률은 가로수길 39.4%, 강남 20%, 청담 17.4%, 홍대 14.4%로, 명동과 홍대를 제외한 모든 상권의 공실률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 '핫플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 숫자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가장 뜨거운 성수동은 어떤가.

2. '팝업으로 흥하고, 팝업으로 흔들린다'


성수동은 지금 한 주에 60개 이상의 팝업스토어가 동시에 열리는 '팝업의 성지'다. 2025년 서울 팝업스토어 오픈 비중 1위. 연간 3,000개 이상이 전국에서 열리는 팝업스토어 중 상당수가 이곳에 집중된다. 외국인 방문객도 2024년 1~2월 기준 전년 대비 73.3% 증가한 43만여 명을 기록했다. 수치만 보면 성수동은 여전히 '서울 최강 상권'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숫자 이면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임대료 폭등이다. 연무장길 핵심지의 100평 건물은 보증금 11억 원에 월세 1억 1,000만 원. 전년 대비 보증금 3배, 월세 4배 이상 뛰었다. 10평도 안 되는 1층 상가 월세가 2,400만 원, 평당 280만 원에 달한다. 서울 평균 임대료(평당 약 17만 원)의 16배다. 가장 비싼 매물은 보증금 25억 원에 월세 2억 5,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성수동 연무장길 임대료 현황 vs 서울 평균
구분 연무장길 핵심지 서울 평균
평당 월 임대료 (장기) 100만~280만 원 약 17만 원
팝업 대관료 (50평 기준) 하루 1,000만 원
건물 통임대 월세 1억~2억 5,000만 원
평당 매입가 최대 3억 5,000만 원
공실률 (뚝섬 소규모 상가) 5.94% (2024년 2분기) 6.3% (서울 평균)
임대가격지수 상승률 109.1% (2025년 1분기, 전국 1위)
출처: 한국부동산원, 어패럴뉴스, 아주경제, 리얼캐스트 종합
핵심 원인은 '단기 임대'의 구조적 함정에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임대료 인상률을 연 5%로 제한하지만, 팝업스토어 같은 단기 임대에는 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건물주들은 기존 월세 500만 원짜리 공간을 1,000만 원 이상으로 올려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한 공인중개사는 "한 달에 팝업 임대료로 1억 원 이상 받는 건물도 있다"고 전했다. 건물주에겐 '단기 고수익', 소상공인에겐 '퇴출 통보'인 이 구조가 성수동의 가장 큰 리스크다.

3. 쫓겨나는 토박이들, 사라지는 성수의 정체성


성수동을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만든 건 팝업스토어가 아니었다. 1960년대부터 이어진 수제화 공장, 원단·가죽을 다루는 장인들, 그 사이로 스며든 공장형 카페(대림창고, 할아버지 공장)와 개성 있는 로컬 맛집들이 만들어낸 '공업과 문화의 공존'이 성수동의 본래 DNA였다.
그러나 지금 이 정체성이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수제화 장인들은 연무장길에서 이미 쫓겨난 지 오래다. 임대료 부담에 성수동 안에서도 여러 번 가게를 옮기거나, 아예 다른 지역으로 내몰리고 있다. 연무장길에 남아 있던 공장들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건물주들이 팝업 고수익 모델에 매료되면서 장기 임차인보다 단기 임대를 선호하게 되었고, "수익성 높은 브랜드의 팝업 예약을 받기 위해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밀려난 상인들은 서울숲 외곽이나 건대입구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
"임차인은 높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나가기도 하고, 요즘은 임대인들이 직접 나서서 팝업만 추진하려는 분위기여서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성수에서 오래 장사한 상인들은 팝업 열풍이 끝나면 상권 침체와 함께 지역 정체성이 사라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 성수동 공인중개사 (아주경제 인터뷰)

더 심각한 문제는 '팝업 피로감'이다. 매주 수십 개가 열리고 사라지는 팝업에 소비자들이 식상해하기 시작했다. 기업들 사이에서도 '탈성수' 바람이 불고 있다. 대원미디어는 짱구 팝업을 잠실과 전주에서 열었고, 롯데칠성은 새 소주 브랜드 팝업을 대전·대구·부산으로 분산시켰다. 더현대서울, 아이파크몰 등 백화점들이 직접 팝업을 유치하면서, 정률제 임대료라는 가격 경쟁력으로 성수동의 고객을 빼앗고 있다.
정인부동산그룹 박준연 대표의 경고는 무겁다. "팝업스토어들은 썰물이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무섭게 빠지는 특징이 있다. 3년에서 5년이 팝업이 유지될 수 있는 임계치다."

4. 그래서, 가로수길과 같은 길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같은 길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불안 요소와 차별 요소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먼저 가로수길 몰락과 닮은 점은 분명하다.
성수동 vs 가로수길 — 닮은 점과 다른 점
비교 항목 가로수길 성수동
상권 성격 리테일(쇼핑) 단일 기능 오피스+리테일+문화 복합
앵커 테넌트 SPA 브랜드 중심 (자라 등) 무신사 본사, IT 스타트업, 젠틀몬스터 등
오피스 수요 거의 없음 오피스 공실률 0%대 (2022~2024)
대형 개발 호재 없음 이마트 부지 초대형 오피스(2027), 성수대교 확장(2026) 등
부동산 투자 동향 자라 회장·강호동 매각 후 이탈 평당가 역삼동 추월, 강남서 투자수요 이동 중
임대가격지수 상승률 하락 중 (-2.58%) 전국 1위 (+109.1%)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별도 조치 없었음 2015년 전국 최초 방지 조례, 토지거래허가구역 추진
현재 공실률 41.6% 5.94% (상승 추세)

가로수길은 '쇼핑 거리'라는 단일 기능에 의존했다. SPA 브랜드가 밀려들어와 개성 있는 편집숍을 몰아내고, 소비자들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브랜드뿐"이라며 발길을 돌렸다. 접근성도 불리했다. 3호선 신사역 하나에 의존하는 구조였고, 주차도 어려웠다.
반면 성수동은 구조적으로 가로수길과 다른 면이 있다. 2호선 뚝섬역·성수역, 수인분당선 서울숲역 등 3개 지하철역이 관통한다. 무엇보다 성수동은 단순한 쇼핑 상권이 아니라 '복합 생태계'다. 무신사가 본사를 이전했고, IT 스타트업이 밀집해 있으며, 오피스 공실률은 2022년부터 0%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마트 부지에 연면적 65,000㎡ 규모의 초대형 오피스 단지(2027년 완공 예정), 성수대교 확장공사(2026년 완료 예정), 젠틀몬스터 신사옥(2025년) 등 대형 개발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부동산 투자 흐름도 다르다.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에 따르면 2025년 성수동2가의 상업용 부동산 평당가는 1억 6,768만 원으로, 역삼동(1억 5,684만 원)을 추월했다. 강남구에서 성수동으로 투자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2023년 1분기~2025년 4분기 임대가격지수 상승률은 뚝섬이 29.2%로 전국 1위를 기록했다.

5. 진짜 위기는 '경기 침체'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성수동의 위기가 가로수길처럼 "경기가 어려워서" 찾아온 것이라는 진단은 절반만 맞다. 물론 경기 침체가 소비 위축을 불러오고 이것이 상권에 타격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성수동의 진짜 위기는 외부 충격이 아니라 내부 구조에 있다. 팝업 '단기 고수익' 모델이 장기 임차인을 밀어내고, 임대차보호법의 사각지대에서 임대료가 무한히 올라가는 구조적 문제가 핵심이다.
업계에 따르면 성수동 상가의 30%는 서울시 환산보증금 기준인 9억 원을 초과해 상가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국회에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3법'이 발의됐지만 현재 계류 중이다. 성동구는 2015년 전국 최초로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하고, 서울숲길 일부에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임대료 안정 이행협약 체결 시 용적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23년에는 성수동 전역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서울시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의 법적 구속력이 약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성수동 임대료 폭등의 구조적 원인
1. 팝업스토어 단기임대 → 상임법 연 5% 인상제한 미적용
2. 건물주, 장기 임차보다 단기 팝업 선호 → '부르는 게 값' 구조
3. 상가의 30%가 환산보증금 9억 원 초과 → 법적 보호 사각지대
4. 팝업 전용 임대 → 팝업 공백기 공실 발생 → 공실률 상승
5.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3법 국회 계류 중 → 제도적 안전망 부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남신구 이사는 "성수는 상권 생애주기로 보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진입하고 있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성숙기의 특징은 성장 속도는 둔화되지만 구조가 안정화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전환기에 투기적 임대료 상승이 통제되지 않으면, 성숙기를 건너뛰고 곧바로 쇠퇴기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6. '죽은 거리'와 '살아있는 도시' 사이에서


성수동은 가로수길이 아니다. 적어도 아직은. 오피스 수요, 대형 개발 프로젝트, 복합 기능이라는 가로수길에 없던 버팀목이 있다. 상업용 부동산 평당가가 역삼동을 넘어섰고, 부동산 투자 수요가 강남에서 이동해오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반짝 핫플'을 넘어선 구조적 수요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고등은 분명히 켜졌다. 뚝섬 상권 공실률이 3.94%에서 5.94%로 오르고, 임대가격지수가 전국 1위로 치솟고, 성수동의 DNA를 만들었던 로컬 상인들이 밀려나고 있는 현실은 가로수길과 경리단길이 걸었던 초기 경로와 놀랍도록 닮아 있다. '팝업으로 흥하고, 팝업으로 흔들리는' 이 역설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성수동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특색 없는 상권은 젠트리피케이션을 피하기 어렵고, 입지의 중요성이 감소하면서 그 사이클은 점점 짧아질 수밖에 없다." —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매일경제 인터뷰)

성수동이 '죽은 거리(가로수길)'와 '살아있는 도시'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가느냐는, 결국 세 가지에 달려 있다. 첫째, 팝업 단기임대에 대한 임대료 규제의 법적 장치가 마련되느냐. 둘째, 로컬 상인과 대형 브랜드가 공존하는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느냐. 셋째, 성수동이 '팝업 관광지'를 넘어 '직주근접(職住近接) 복합도시'로의 전환에 성공하느냐다. 가로수길이 보여준 교훈은 단순하다. 건물주만 돈을 버는 상권은 결국 모두가 잃는다. 성수동이 그 교훈을 외면할 때, '제2의 가로수길'이라는 꼬리표는 현실이 될 수 있다.



박예현 기자 ⓒ 2026 깨알소식.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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