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 쿠팡 발표 모습의 '김범석' 의장모습 중 >
'3370만명 정보유출' 쿠팡, 4분기 영업이익 97% 증발... 김범석 의장 첫 육성 사과
연매출 49조 사상 최대에도 4분기 영업이익 115억으로 급감 | 순손익 377억 적자 전환, 상장 후 첫 분기 매출 역성장 | 공정위, 납품업체 갑질로 22억 과징금 별도 부과 | 미국 투자자 집단소송에 USTR 무역법 조사 가능성까지
핵심포인트
- 2025년 4분기 영업이익 115억원, 전년 동기(4,353억) 대비 97% 급감... 순손실 377억 적자 전환
- 4분기 매출 12.8조, 직전 분기 대비 5% 감소... 2021년 상장 이후 첫 분기별 매출 역성장
- 김범석 의장, 컨퍼런스콜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태 첫 육성 사과... 서면 사과 이후 약 3개월 만
- 연간 매출 49조 1,197억원 사상 최대에도 50조 벽 넘지 못해... 영업이익률 3년 연속 하락
- 공정위, 납품업체 갑질로 22억 과징금 부과... 미국에선 주주 집단소송과 ISDS 중재까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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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숫자가 말한다... 4분기 '97% 급감'의 의미
쿠팡Inc가 27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가 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15억원(800만 달러)에 그치며, 전년 동기 4,353억원(3억 1,200만 달러)에서 97% 급감한 것이다. 영업이익률은 0.09%로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당기순손익 역시 377억원(2,600만 달러) 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1,827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더 주목할 대목은 매출 흐름이다. 4분기 매출은 12조 8,103억원(88억 3,500만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지만, 직전 3분기(12조 8,455억원)보다는 약 5% 줄었다.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감소한 것이다. 쿠팡이라는 성장 기계의 엔진에 처음으로 브레이크가 걸렸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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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분기 실적 비교 (단위: 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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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분 |
2024년 4분기 |
2025년 4분기 |
증감 |
| 매출 |
111,139 |
128,103 |
+11% |
| 영업이익 |
4,353 |
115 |
-97% |
| 영업이익률 |
3.92% |
0.09% |
-3.83%p |
| 당기순이익 |
1,827 |
-377 |
적자전환 |
| 활성고객수 |
- |
2,460만명 |
3분기 대비 -10만명 |
연간 실적만 놓고 보면 겉보기엔 나쁘지 않다. 2025년 연간 매출은 49조 1,197억원(345억 3,400만 달러)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연간 영업이익도 6,790억원(4억 7,300만 달러)으로 전년 대비 12.7% 늘었다. 3년 연속 영업흑자다. 그러나 시장이 기대한 '매출 50조원 벽'은 넘지 못했다. 연간 영업이익률은 1.38%로 첫 흑자를 낸 2023년(1.93%)부터 3년 연속 내리막이다. 2025년이라는 한 해의 성적표에서, 11월 터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마지막 한 달여 만에 모든 것을 뒤집어놓은 셈이다.
2. 3,370만건 유출... 사고의 전말과 파장
사건의 시작은 2025년 6월 2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전직 내부 직원이 재직 중 탈취한 보안키를 이용해 해외 서버를 통해 쿠팡 시스템에 무단 접근했다. 이 접근은 11월 8일까지 약 5개월간 이어졌지만, 쿠팡의 보안 시스템은 이를 감지하지 못했다. 결국 유출 사실을 처음 인지한 것은 11월 18일, 그것도 유출범에게 협박당한 고객의 문의를 통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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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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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6월 24일 |
전직 내부 직원, 해외 서버 통해 쿠팡 시스템 무단 접근 시작 |
| 11월 6일 |
액세스 토큰 비인가 접근 발생 (당시 미인지) |
| 11월 18일 |
고객 문의 통해 유출 사실 첫 인지... 약 4,500건 유출 신고 |
| 11월 29일 |
유출 규모 3,370만건으로 폭증 확인... 사실상 전 고객 정보 유출 |
| 11월 30일 |
박대준 전 대표 공식 사과, 정부 민관합동조사단 구성 |
| 12월 2일 |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에서 질타, 국회 긴급 현안 질의 |
| 2026년 1월 15일 |
쿠팡, 1인당 5만원 구매이용권 보상안 발표... '마케팅 빙자' 비판 |
| 2월 5일 |
16만 5,000여 계정 추가 유출 확인 |
| 2월 10일 |
민관합동조사 최종 결과 발표... 배송지 목록 1억 4,000만회 조회 확인 |
| 2월 26일 |
공정위, 납품업체 갑질로 22억 과징금 부과 (정보유출 후 첫 행정제재) |
| 2월 27일 |
4분기 실적 발표, 김범석 의장 첫 육성 사과 |
최초 신고 때 4,500건이던 유출 규모는 11일 만에 3,370만건으로 약 7,500배 폭증했다. 유출된 정보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 일부 주문 정보 등이다. 결제정보와 비밀번호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쿠팡 측은 밝혔으나, 배송지 목록이 1억 4,000만회 조회되고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포함된 수정 페이지도 5만여 회 열람된 것으로 확인되며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쿠팡 측은 SEC 제출 보고서에서 이번 사고가 "4분기 매출 성장률과 활성고객 수, 와우 멤버십, 12월부터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4분기 활성고객 수는 2,460만명으로 3분기 대비 10만명 감소했다. '탈팡족'(쿠팡 탈퇴 고객)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소비자 이탈이 현실화된 것이다. 다만 쿠팡은 "최근 실적에서 성장률 영향은 안정화됐으며, 2026년 1분기부터는 회복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3. 김범석, 석 달 만의 '육성 사과'...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빠뜨렸나
김범석 쿠팡Inc 의장이 27일(한국시간)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직접 목소리를 냈다. 사고 발생 후 약 3개월 만이고, 육성으로는 처음이다. 지난해 12월 말 서면 입장문을 낸 적은 있으나, 투자자 대상 공식 행사에서 직접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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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로 심려와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고객은 쿠팡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이며,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매일 같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보다 더 엄중한 일은 없다."
- 김범석 쿠팡Inc 의장,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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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장은 "쿠팡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모든 것은 '고객 감동'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에 집중했다"며 "우리 팀이 보여준 대응이 매우 자랑스럽고, 오직 고객을 섬기는 데 집중하며 사고를 수습했다"고 자평했다. 사과와 자화자찬이 동시에 나온 셈이다.
그러나 빠진 것이 더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5개월간 유출을 감지하지 못한 보안 체계의 근본적 결함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유력 용의자인 중국인 전직 직원의 신병 확보 경과도 언급되지 않았다. 쿠팡이 자료 보전 명령을 거부해 약 5개월치 웹 접속기록이 삭제됐다는 정부 조사 결과에 대한 해명도 빠졌다. '탈팡족'의 원인에 대한 구조적 반성보다는, 회복세가 보인다는 전향적 메시지에 힘을 실은 모양새다.
4. 안팎으로 사면초가... 과징금, 집단소송, 무역분쟁까지
실적 충격에 앞서 전날(26일)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소식이 먼저 나왔다. 쿠팡은 2020년부터 2년여간 납품업체에 목표 이익률 달성을 강요하며 납품단가 인하와 광고비 부담을 요구한 혐의로 21억 8,5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상품대금 2,809억원을 법정시한(60일)을 넘겨 최대 233일까지 지연 지급한 사실도 확인됐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정부가 쿠팡에 내린 첫 행정제재다.
다만 매출 49조원 기업에 22억원 과징금은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공정위 관계자는 "쿠팡이 증거를 잘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요구를 전달한 경우가 많아 피해 금액을 정확히 산정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쿠팡은 즉각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2021년 유사 사안으로 부과된 과징금 33억원도 서울고등법원에서 전액 취소된 바 있어, 이번 처분의 실효성도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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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을 둘러싼 제재 및 소송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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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분 |
내용 |
비고 |
| 공정위 과징금 |
납품업체 갑질 21.85억원 |
쿠팡 법적 대응 예고 |
| 개인정보위 조사 |
안전조치 의무 위반 여부 조사 중 |
SKT 과징금(1,348억) 넘을 수 있다는 전망 |
| 경찰 수사 |
서울경찰청 86명 규모 TF팀 운영 |
용의자 출국, 신병 확보 난항 |
| 한국 집단소송 |
온라인 카페 80만명 규모 소비자 집단 |
1인당 최대 300만원 법정손해배상 청구 가능 |
| 미국 주주 집단소송 |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뉴욕 연방법원 |
김범석 의장, CFO 대상 증권 집단소송 |
| 미국 ISDS/무역법 |
미 투자자들 USTR에 301조 조사 요청 |
한미 통상 관계 영향 우려 |
| ESG 등급 하향 |
S&P글로벌, ESG 점수 9점에서 8점으로 하락 |
100점 만점 중 한 자릿수 |
국내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불이 번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과 뉴욕동부연방법원에서 주주 및 피해자 집단소송이 잇따라 제기됐다. 시가총액은 사고 이후 약 13조원이 증발했다.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 정부의 대응이 과도하다며 USTR에 무역법 301조 조사를 요청했고,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는 "적법한 대응이며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한미 통상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 '최저가 신화'의 이면... 쿠팡이 놓치고 있는 것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보안 사고를 넘어 쿠팡이라는 기업의 체질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5개월간 유출을 감지하지 못한 보안 시스템, 최초 4,500건에서 3,370만건으로 7,500배 늘어난 규모 번복, '유출' 대신 '노출'이라는 용어 선택, 사과문을 이틀 만에 내리고 세일 광고로 대체한 대응 방식까지. 법률 전문가들은 이를 '무능, 기만, 혼란, 회피'의 연쇄로 요약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최저가 보장'이라는 쿠팡의 사업 모델 자체에 내재된 구조적 모순이다. 이번 공정위 제재에서 드러난 것처럼, 쿠팡은 최저가 매칭에 따른 마진 감소 위험을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성장해왔다. 납품단가 인하, 광고비 강요, 대금 지연 지급. 소비자에겐 '로켓배송'의 편리함을, 납품업체에겐 생존의 위협을 동시에 안긴 구조다. 한쪽에서 빠르게 배송받는 물건의 이면에, 대금 결제를 233일이나 기다리는 납품업체가 있었던 셈이다.
향후 전망 - 쿠팡 앞에 놓인 과제들
단기 - 개인정보위 과징금 결정 (SKT 1,348억 상회 가능성), 경찰 수사 결과, 한국 및 미국 집단소송 진행 경과
중기 - 2026년 1분기 실적 회복 여부가 핵심 분기점. 쿠팡은 이미 "회복 시작"을 언급했으나, 와우 멤버십 가입 추이와 활성고객 반등이 실제로 확인되어야
장기 - 보안 인프라 전면 재구축, 납품업체 거래 관행 개선, ESG 신뢰도 회복. 미국 ISDS 중재 및 USTR 조사가 현실화될 경우 한미 통상 관계에 구조적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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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주가는 실적 발표 후 약 5.5% 하락하며 18달러대에 머물고 있다. 52주 최고가 34.08달러에서 거의 반토막 난 수준이다. 14명의 애널리스트가 여전히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평균 목표주가는 29.51달러이지만, 시장의 신뢰가 회복되려면 숫자가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김범석 의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저희가 더 잘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3,370만명의 개인정보를 잃어버린 기업이 신뢰를 되찾는 길은 결코 한 번의 사과로 열리지 않는다. 매일 수백만 개의 택배 상자를 쏟아내는 로켓배송의 속도보다, 지금 쿠팡에 필요한 것은 한 발 멈춰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일지 모른다.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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