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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의 손자, 정의선 그가 할아버지의 유업 새금금을 잇다. 정경유착은 옛말, 이제는 '정경합심' 시대다!

15:55

<이미지 : 새만금 MOU현장에서 이재명대통령과 정의선회장의 악수장면>


"정주영 회장님도 자랑스러워하실 것"... 이재명-정의선, '정경합심'의 새 장을 열다
현대차그룹 새만금에 9조 투자 | 이재명 대통령, 정의선 회장에 감사 박수 요청하며 선대 언급 | 10대 그룹 270조 지방투자에 이어 또 한 번의 '관민 호흡' | 정경유착 아닌 '정경합심', 박정희-정주영 시대와 닮은꼴 재조명

핵심포인트
- 현대차그룹, 새만금 112만㎡에 9조원 투자... AI 데이터센터·로봇·수소 복합 클러스터 구축
- 이재명 대통령 "정주영 회장님께서 자랑스러워하실 것"... 정의선 회장에게 감사 박수 요청
- 10대 그룹 5년간 270조 지방투자, 올해만 66조·5만 1,600명 신규 채용 약속에 이은 후속 행보
- '정경유착'이 아닌 '정경합심'... 정부가 판 깔고 기업이 뛰는 새로운 관민 협력 모델 주목
- 7만 1,000개 일자리 창출, 16조원 경제 유발 효과 기대... 전북 '홀대론' 불식 계기
1. "우리 정의선 회장에게 박수 한번 드리겠습니다"

27일 오전, 전북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 이재명 대통령이 축사를 시작하자마자 한 말은 정책 설명이 아니었다. "우리 정의선 회장에게 우선 감사의 박수 한번 드리겠습니다." 대통령이 먼저 기업인에게 박수를 치자고 청한 것이다. 200여 명의 참석자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축사의 마무리는 더 뭉클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를 믿고 상당히 리스크가 있을 수도 있는 대결단을 해준 현대차그룹에 우리 국민을 대신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정주영 회장께서 자랑스러워하실 것입니다." 현대그룹의 창업주 이름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순간, 회장 안에는 짧은 침묵이 흐르다 다시 한번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국가와 국민이 함께 키워낸 현대차그룹이 새만금에 대대적 투자를 시작한다. 기업의 어려운, 그리고 과감한 결단에 정부는 더 과감한 지원으로 화답하겠다. 정주영 회장께서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다." - 이재명 대통령, 새만금 로봇·수소·AI 시티 투자협약식 축사에서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었다. 정주영이라는 이름은 이 자리에서 단순한 추모를 넘어 하나의 서사를 소환했다. 맨손으로 조선소를 짓겠다며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들고 영국 은행을 찾아간 이야기, 소 떼를 몰고 판문점을 넘은 이야기. 그 시절 정주영 옆에는 '하면 된다'고 뒷받침해준 국가가 있었다. 반세기가 지난 오늘, 그 손자뻘 되는 정의선 회장 옆에 이재명 대통령이 서 있었다.

2. 새만금에 9조... 현대차가 그리는 '미래 도시'의 청사진

현대차그룹이 이날 공개한 투자 계획은 단순한 공장 하나가 아니다. 새만금 112만 4,000㎡(약 34만평) 부지에 AI 데이터센터, 로봇 공장, 수소 생산 설비, 태양광 발전, 스마트 시티를 한데 엮는 '복합 산업 클러스터'다. 2026년 착공, 2029년 1단계 완공을 목표로 한다.

현대차그룹 새만금 9조원 투자 세부 내역
사업 투자액 핵심 내용
AI 데이터센터 5조 8,000억 GPU 5만장급, 자율주행·로보틱스 데이터 처리, 향후 500MW까지 확장
태양광 발전 1조 3,000억 GW급 발전 설비, 데이터센터·수전해 설비에 전력 공급
수전해 플랜트 1조 200MW 규모, 연간 그린수소 3만톤 생산, 장기 1GW 목표
로봇 제조 클러스터 4,000억 연 3만대 로봇 양산, 파운드리(위탁생산) 기능, 중소기업 상생
AI 수소 시티 4,000억 로봇·수소·AI 융합 스마트 도시, 새만금 수변도시에 구현
합계 약 9조원 고용 7만 1,000명, 경제 유발 효과 16조원
눈에 띄는 것은 전체 투자의 64%인 5조 8,000억원이 AI 데이터센터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이 더 이상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피지컬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한 셈이다.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물리적 세계에서 움직이는 기체들이 수집하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학습하려면, 그 규모의 연산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인프라의 전력을 새만금의 바람과 햇빛으로 충당한다.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하고, 다시 수소로 전환하는 순환 구조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새만금에서 시작되는 차세대 산업 패러다임은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대전환의 중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발표한 125조 2,000억원 규모 국내 중장기 투자 계획의 핵심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3. 박정희-정주영, 그리고 이재명-정의선... 반세기를 잇는 '정경합심'

한국 경제사에서 정부와 기업의 관계는 늘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1960~70년대 박정희 대통령과 정주영 회장의 관계는 '관치경제'의 원형이었지만, 동시에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엔진이기도 했다. 정부가 방향을 잡으면 기업이 실행했다. 고속도로, 조선소, 제철소, 자동차 공장이 그렇게 세워졌다.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협력이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의 골격을 만들었다는 데에는 이견이 적다.

이후 수십 년간 '정경유착'은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였다. 전두환 정권의 강제 기부금, 노태우 정권의 비자금,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각종 특혜 의혹까지. '정경'이라는 두 글자 뒤에는 늘 '유착'이라는 불편한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대통령과 재벌 총수가 만나면, 국민들은 반사적으로 '무슨 거래를 하는 건가'를 의심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 들어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월 4일 청와대 기업간담회가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은 10대 그룹 총수들을 불러 "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이나 지방, 청년 세대에도 골고루 온기가 퍼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재벌에게 부탁한 것은 뒷돈이 아니라 '지방 투자와 청년 일자리'였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즉석에서 "10대 그룹이 5년간 270조원을 지방에 투자하겠다"고 답했다. 올해만 66조원, 5만 1,600명 신규 채용이 약속됐다.

한국 정경 관계의 변천
시대 성격 키워드
박정희-정주영 (1960~70년대) 정부 주도 산업화, 기업이 실행 고속도로, 조선, 제철, 수출 드라이브
전두환~노태우 (1980~90년대) 권력과 자본의 거래 비자금, 강제 기부, 정치자금
IMF 이후~이명박·박근혜 특혜·규제 교환 구조 4대강, 자원외교, 최순실 사태
이재명-정의선 (2026년~) 정부가 판 깔고, 기업이 뛰는 구조 지방투자, 균형발전, 미래산업, 일자리
오늘 새만금 협약식은 그 연장선에 있다. 정부가 5개 부처(국토부·과기부·산업부·기후에너지환경부·새만금청)와 전북도까지 총동원해 인허가, 전력 공급, 교통 인프라, 규제 특례를 패키지로 내놓았다. 기업에 "투자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깔아줄 테니 여기서 하라"고 판을 짠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그 판 위에 9조원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경제는 생태계다. 풀밭도 있고 메뚜기도 있고 토끼도 있어야 호랑이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비유한 바 있다. 정경유착이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는 먹이사슬'이었다면, 지금 정부가 지향하는 것은 '생태계 전체가 함께 돌아가는 순환 구조'에 가깝다.

4. 왜 새만금인가... '전북 홀대론'을 뒤집은 한 수

이번 투자가 '새만금'이라는 사실 자체가 메시지다. 전북은 오랫동안 개발에서 소외됐다는 인식이 강한 지역이다. 특히 지난해 1조 2,000억원 규모의 핵융합 인프라 사업이 전남 나주로 결정되면서 '전북 홀대론'이 한층 거세졌다. 그 분위기를 현대차그룹의 9조원 투자가 단번에 뒤집었다.

새만금은 여의도 면적의 약 140배에 달하는 409km² 부지를 보유하고 있다. 풍부한 일조량과 해상풍, 철도·항만·공항 등 광역 교통망을 갖추고 있어 에너지 집약형 산업의 최적지라는 평가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2021년부터 새만금 육상태양광 1구역에서 99MW 규모 태양광 발전시설 운영에 참여해왔다. 이번 투자는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라, 수년간 쌓아온 현장 경험 위에 세워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새만금의 바람과 햇빛은 친환경 그린수소로 전환된다"며 "국내외 인재들이 새만금과 전북·호남으로 모여들고, 지역 청년들도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고 이곳에서 꿈을 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극3특' 지역균형발전 전략의 한 축이 구체적 투자로 현실화되는 첫 사례다.

정부 부처별 지원 분담 체계
국토교통부 피지컬 AI 활용 특례, AI 시티 기반 조성, 산단·정주 여건 및 광역교통 개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조성, 피지컬 AI 기술 개발 및 확산 정책
산업통상부 로봇 산업 육성 및 진흥 정책, 부품 클러스터 지원
기후에너지환경부 청정수소 육성 정책, 안정적 전력 공급 방안 마련
새만금개발청 인허가 행정절차 간소화, 신재생 에너지 연계, 글로벌 협력기업 유치
전북특별자치도 법령·조례 기반 인허가, 보조금 지급, 산업 육성 행정·재정 총괄
5. '정경합심'의 조건... 이번에는 다를 수 있을까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역대 정부마다 대규모 투자 약속이 있었지만, 실제 집행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향서에 가깝다. 9조원이 실제로 언제, 얼마나 집행되느냐가 관건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2026년 착공, 2029년 1단계 완공이라는 일정이 지켜지려면 '피지컬 AI 활용 특례'와 행정 절차 간소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와 기업의 관계가 이전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과거의 정경유착이 '뒷주머니를 채우기 위한 밀실 거래'였다면, 지금은 '정부가 공개적으로 판을 깔고 기업이 공개적으로 올라서는' 구조다. 이 대통령이 기업인에게 요청하는 것은 정치자금이 아니라 지방투자와 일자리다. 기업이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규제 완화와 인프라다. 거래의 대상이 '사적 이익'에서 '공적 의제'로 바뀐 것이다.

'정경합심' 모델이 작동하려면
투명성 - 투자 집행 과정의 실시간 공개, 정부 지원 내역의 투명한 공시. 밀실이 아닌 공론장에서의 협력이 신뢰의 전제조건

실행력 - MOU를 넘어 실제 착공과 예산 집행이 이뤄지는지 6개월 이내 검증. 270조 지방투자 약속의 집행률이 첫 시금석

균형 - 대기업 투자 유치에 그치지 않고 지역 중소기업, 협력사, 주민에게 실질적 혜택이 돌아가는 구조 설계. '낙수효과'가 아닌 '분수효과' 필요

견제 - 정경합심이 정경유착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국회, 시민사회, 언론의 감시 기능 유지. 건강한 긴장이 건강한 협력을 만든다
박정희와 정주영이 고속도로와 조선소를 세울 때, 그것은 '먹고사는 문제'였다. 이재명과 정의선이 AI 데이터센터와 로봇 공장을 세우려는 지금, 그것은 '다음 세대가 먹고살 문제'다. 반세기 전에는 '할 수 있다'가 화두였다면, 지금은 '어디서 할 것인가'가 화두다. 수도권에 몰린 성장의 과실을 전국으로 퍼뜨리겠다는 구상, 그 첫 번째 열매가 새만금에서 싹을 틔우고 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기업이 마음껏 역량을 펼치고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규제와 행정 지원의 문턱을 파격적으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정의선 회장이 그 약속을 믿고 9조원을 꺼내놓은 것이라면, 이제 공은 정부에 넘어갔다. '정주영 회장님도 자랑스러워하실 것'이라는 한마디가 빈말이 되지 않으려면, 약속된 지원이 약속된 속도로 현실이 되어야 한다. 정경합심의 성패는, 결국 행동으로 증명된다.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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