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으로 만난 여성과 4시간 만에 결혼한 중국 남성이 한 달도 안 돼 전 재산을 잃는 사건이 발생해 중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한 이 사건의 피해자는 중국 후난성 헝양 출신의 40세 남성 황중청 씨다. 황 씨는 지난 8월 21일 마을 중매인의 소개로 미용실에서 일한다는 한 여성을 만나러 갔다. 그런데 소개 장소에 도착하자 예상치 못한 광경이 펼쳐졌다. 무려 8명의 중매인이 추가로 나타나 총 9명이 동일한 여성을 강력히 추천한 것이다. 황 씨는 현지 후난TV 인터뷰에서 "만나자마자 그녀가 그날 안에 혼인을 마무리하자고 계속 요구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결국 두 사람은 오후 5시쯤 혼인신고를 마쳤다. 황 씨는 "모든 게 너무 빨리 진행됐다. 하루 종일 멍한 상태였고, 심지어 오늘은 꿈만 같다고 그녀에게 말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결혼 이틀 만에 시작된 금전 요구

두 사람은 그날 밤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냈고, 황 씨는 그때가 "유일하게 친밀했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상황은 결혼 직후 급변했다. 여성은 황 씨가 포옹하려 할 때마다 밀쳐냈고, 결혼 이틀 만에 광둥성으로 가서 돈을 벌라고 재촉했다. 일터로 돌아간 황 씨는 하루 종일 아내 생각에 위챗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아내는 대부분 답장하지 않았고, 전화도 귀찮다는 투로 받았다. 황 씨는 "연락할 때면 항상 돈 이야기였다"고 한탄했다. 황 씨가 공개한 위챗 대화 기록에 따르면, 중국에서 '영원'을 상징하는 숫자 조합인 1314위안을 붉은 봉투로 보내자 여성은 "고마워, 여보"라고 답장했다. 8월 21일 첫 만남부터 9월 8일까지 불과 18일 만에 황 씨의 전 재산 24만 위안이 전부 사라졌다.

친언니의 양심 고백…"9명 중매인 전원 연기자"

사건의 전모는 예상치 못한 경로로 밝혀졌다. 결혼 사흘 뒤 양심에 가책을 느낀 아내의 친언니가 황 씨에게 연락해 진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언니는 동생이 과거에도 다른 지역 남성을 같은 수법으로 속인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조직적 결혼 사기였던 것이다.

3000만 명이 결혼 못 하는 나라

이 사건이 중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단순한 개인 사기를 넘어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중국은 현재 심각한 성비 불균형과 결혼난에 직면해 있다. 중국인구학회 위안신 부회장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21년까지 42년간 태어난 남성이 여성보다 3400만~3500만 명 많았으며, 이 중 최소 3000만 명 이상이 중국 내에서 배우자를 찾지 못하는 '피동적 독신' 상태에 놓일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농촌 지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젊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떠나면서 농촌의 결혼 적령기 남성들은 배우자를 구하기가 극도로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신랑 측이 신부 측에 지불하는 '차이리'(결혼 지참금)는 급등해 장시성의 경우 평균 38만 위안(약 7000만원)에 달한다.

피해 회복은 미지수…"승소해도 돈 못 받을 수도"

황 씨는 지난 20일 이 사건을 영상으로 촬영해 온라인에 올리며 도움을 호소했다. 현재 경찰에 신고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 않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는 "마약상도 이 소비 속도를 보면 눈물 흘릴 것", "9명의 중매인을 전부 조사해야 한다. 이것은 조직적 공동 사기"라는 반응이 쏟아졌다. 동시에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혼인신고부터 하고 돈을 보내는 것이 무모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됐다. 인구 구조의 왜곡이 만들어낸 결혼난 속에서, 외로운 중년 남성들이 조직적 사기의 표적이 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황 씨의 사례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중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의 단면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