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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 진상규명 청원 2만명 돌파…20년 만의 호소

01-14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 진상규명 청원 2만명 돌파…20년 만의 호소 - 깨알소식

<이미지 : 재미나이 AI 생성>

2004년 12명에게 집단 성폭행 피해…자매·아버지 잇따라 사망
홀로 남은 어머니, 10년 넘게 1인시위…"청문회·특검 요청"
2026년 1월 4일

핵심 요약

  • 2004년 단역배우 A씨, 보조출연 관리반장 등 12명에게 40여 차례 성폭행·성추행 피해
  • 경찰 수사 중 2차 피해·가해자 협박에 1년 7개월 만에 고소 취하
  • 2009년 피해자 A씨 사망 → 동생·아버지도 연이어 사망, 가족 4명 중 3명 잃어
  • 국회 청원 8일 만에 2만명 동의…30일 내 5만명 시 국회 심사

국민청원 2만명 돌파…"공권력의 참담한 실패 밝혀달라"

20여 년 전 발생한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등록 8일 만에 2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3일 국회전자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등록된 '단역배우 집단 성폭행 사건에 대한 청문회 및 특검 요청에 관한 청원'이 이날 오후 5시 기준 2만명 이상의 동의를 기록했다. 청원인 조모씨는 "단역 배우였던 피해자가 2004년 당시 보조 출연자 반장 12명에게 40여 차례의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하고도 공권력의 부존재로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못한 사건"이라며 "피해자가 강제 고소 취하를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자세한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국회 청문회와 특검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국민동의청원 현황

청원 등록일 2025년 12월 26일
현재 동의 인원 2만명 이상 (1월 3일 기준)
국회 심사 요건 30일 내 5만명 동의
청원 내용 국회 청문회 및 특검 요청

사건의 전말…"나는 그들의 노리개였다"

'단역배우 자매 사망 사건'은 2004년 8월부터 11월까지 약 3개월간 발생했다. 당시 대학원생이던 피해자 A씨는 동생의 소개로 방송국 단역배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보조출연 기획사 관리반장과 관계자 등 12명에게 40차례 이상 집단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다. A씨는 어머니의 권유로 2004년 12월 가해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 과정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고통이 됐다. A씨 어머니에 따르면, 경찰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은 채 대질심문을 진행했고, A씨에게 가해자들의 성기 모양을 그림으로 그려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가해자들은 수사 중에도 "동생과 어머니를 죽여버리겠다"며 A씨를 협박했다. 심적 압박과 2차 피해를 견디지 못한 A씨는 고소 1년 7개월 만인 2006년 고소를 취하했다. 취하 사유란에는 단 한마디, "힘들어서요"라고만 적혀 있었다.
"나는 그들의 노리개였다.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 — 피해자 A씨가 남긴 유서 중
2009년 8월 28일 오후 8시 18분, A씨는 아파트 18층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8월 28일', '8시 18분', '18층'이라는 숫자에는 세상을 향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는 해석이 있다. 6일 뒤, 언니에게 단역배우 일을 소개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동생 B씨도 "언니의 억울함을 풀어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같은 방법으로 세상을 떠났다. 두 달 뒤인 11월 3일, 두 딸을 잃은 충격에 아버지마저 뇌출혈로 사망했다.

사건 일지

2004년 8~11월
A씨, 보조출연 관계자 12명에게 40여 차례 성폭행·성추행 피해
2004년 12월
경찰 고소, 수사 과정서 2차 피해·가해자 협박
2006년
심적 압박 견디지 못해 고소 취하
2009년 8월 28일
피해자 A씨 사망
2009년 9월 3일
동생 B씨 사망
2009년 11월 3일
아버지 뇌출혈로 사망
2014~2015년
유족 손해배상 소송 → 소멸시효로 패소
2017년
가해자들의 명예훼손 고소 → 어머니 무죄 판결
2018년
미투 운동으로 재조명, 경찰 TF 구성 → 공소시효 만료로 종결
2025년 12월~현재
국회 국민동의청원 등록, 8일 만에 2만명 동의

법적 대응과 좌절…"공권력의 총체적 실패"

홀로 남은 어머니는 다시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취하한 고소는 번복할 수 없었고, 2014년 가해자 12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민사소송도 패소했다. 2015년 법원은 "피해자가 생전에 쓴 일기장 등을 토대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면서도 "소멸시효가 지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어머니가 할 수 있는 일은 1인 시위뿐이었다. 가해자들이 근무하는 건물 앞에서 실명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갔지만, 가해자들은 오히려 어머니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검찰은 어머니를 재판에 넘겼다.
"이 법원은 공권력의 한 수임자로서 공권력의 총체적 실패를 자책하고 반성하는 한편, 피고인과 두 딸이 겪어야 했던 길고도 모진 고통에 대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의 사과와 간곡한 위로의 뜻을 전한다." — 2017년 명예훼손 재판 판결문 中
2017년 법원은 어머니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이례적으로 위로의 말을 남겼다. 재판부는 "기록을 종합하면 고소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며 "공권력이 범한 참담한 실패와 이로 인해 가중됐을 극심한 괴로움을 보며 깊은 좌절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10년 넘게 이어지는 외로운 싸움

청원인은 "4명이었던 단란했던 한 가정은 어머니만 홀로 남겨진 채 지금까지 당시 성폭력 및 성추행을 한 12명과 경·검찰에 대해 인권유린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가해자들이 어머니를 상대로 끊임없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원인에 따르면 70대의 어머니는 현재까지 30여 건의 명예훼손 재판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부 가해자들은 아예 일손을 놓고 어머니를 계속 고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사건이 재조명됐고, 경찰청장도 "수사 과정을 재점검하겠다"며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하지만 공소시효 만료 등의 이유로 재수사에 착수하지 못한 채 사건은 다시 잊혀졌다. 가해자 중 일부는 현재까지도 방송 관련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청원이 요구하는 것

  • 공권력에 의해 고소가 취하된 경위 규명
  • 피해자가 가해자로 뒤바뀌게 된 과정 조사
  • 피해자의 사망에 이르게 된 배경 규명
  • 당시 부실 수사를 진행한 경찰에 대한 책임 추궁
  • 국회 청문회 및 특별검사 임명

5만명 동의 시 국회 심사…관심 확산 중

국민동의청원은 등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청원 내용을 심사해 본회의 상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현재 속도라면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2024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 공개로 주목받은 유튜버 '나락보관소'도 이 사건을 다루겠다고 예고하면서 관심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해당 유튜버는 피해자 어머니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어머니는 "내 자식들은 다 죽었는데 가해자들은 지금도 잘 살고 있다"며 "사과도 없고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딸들이 '복수하고 20년 뒤 만나자'고 했다. 원수 갚았다고 말하러 갈 테니 그때까지 하느님 옆에서 잘 지내라고 부탁하고 싶다"고 딸들을 향한 마음을 전했다.

도움받을 수 있는 곳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아래 기관에서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박예현 기자 ⓒ 2026 깨알소식.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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