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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 문화
북한판 '아이리스'? 수령 암살 다룬 첩보영화 '대결의 낮과 밤' 전국 상영 '초만원'
기존 수령찬양 일색에서 탈피...할리우드식 액션에 금기 소재까지, 변화하는 북한 선전 전략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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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0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 암살 시도를 정면으로 다룬 첩보영화가 등장해 전국 극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할리우드식 액션 연출과 파격적인 소재로 기존 수령 찬양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치 한국의 드라마 '아이리스'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북한 선전 전략의 '세대교체'가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핵심 요약
- 북한 영화 '대결의 낮과 밤', 김정일 암살 시도 소재로 전국 상영
- 열차 위 격투, 자동차 추격전, 폭발 장면 등 할리우드식 액션 연출
- 2025년 평양국제영화제 3개 부문 수상
- 후속작 예고...김정은 암살 음모 다룰 전망
'수령 암살' 금기 깨뜨린 파격 영화
노동신문은 지난 5일 "조선4.25예술영화촬영소에서 새로 만든 예술영화 '대결의 낮과 밤'이 정초부터 평양시내 영화관들과 인민문화궁전을 비롯한 전국의 영화상영단위에서 상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TV도 지난 3일 이 영화를 처음으로 방영했다.
영화의 배경은 1990년대. 주인공 '리태일'은 겉으로는 검사로 활동하지만, 실은 김일성 암살을 시도했던 '반혁명분자'의 아들이다. 그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열차 폭파로 김정일을 암살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검사가 사실은 범인이라는 반전이 담긴 이 영화는 북한에서 금기시되던 최고 지도자의 신변 안전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 영화 '대결의 낮과 밤' 개요 |
| 제작사 |
조선4.25예술영화촬영소 |
| 시대 배경 |
1990년대 (김정일 시대) |
| 장르 |
첩보/액션/스릴러 |
| 전작 |
'하루낮 하루밤' (2022년, 김일성 암살 시도) |
| 수상 |
2025년 평양국제영화제 3개 부문 |
| TV 방영 |
2026년 1월 3일 조선중앙TV |
할리우드 뺨치는 액션...기존 영화와 '결' 다르다
이 영화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기존 북한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할리우드식 연출이다. 달리는 열차 위에서 벌어지는 격투신, 자동차 추격전, 폭탄 조끼를 입은 주인공의 긴박한 장면 등 강렬한 액션이 쏟아진다.
기존 북한 영화 vs '대결의 낮과 밤'
기존 북한 영화
- 수령 찬양 일색
- 체제 순응/희생 강조
- 감동적 서사 위주
- 느린 전개
대결의 낮과 밤
- 수령 암살 시도 소재
- 악당 주인공 + 반전
- 할리우드식 액션
- 빠른 전개/긴장감
노동신문은 "잘 짜인 극구성의 도입과 예상을 뒤집으며 발전하는 인물관계 등으로 하여 영화는 관람자들을 시종 긴장과 흥분 속에 빠져들게 하였다"고 평가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연일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는 반응이다.
성경 소지, 뇌물 수수, 성적 장면까지...금기 총출동
더욱 파격적인 것은 북한 사회의 금기 요소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악당의 사악함을 드러내기 위해 당국이 금지하는 '반공화국 행위'가 노골적으로 묘사된다.
영화에 등장하는 '금기' 요소들
- 찬송가와 성경 소지 장면
- 간부들의 뇌물 수수 및 부패 행위
- 성적으로 부적절한 만남 장면
- 아내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장면 (북한 금지 한국식 표현)
- 살인 장면의 사실적 묘사
특히 주인공의 아내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오빠'는 북한에서 법으로 금지된 한국식 표현으로, 주인공이 외부 세력, 특히 한국의 조종을 받는다는 점을 암시하는 장치로 해석된다.
"(김정은 총비서가) 왜 이렇게 시대를 못 따라가느냐, 특히 영화 문학이. 계속 촉구를 했었고. 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일단 인민들이 보게 해라..."
- 전영선 건국대학교 교수
2004년 용천역 폭발 사건이 모티브
영화에서 핵심 소재로 등장하는 열차 폭파 사건은 2004년 평안북도 용천역 폭발 사고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질산암모늄과 연료 탱크를 실은 열차가 폭발해 154명이 사망하고 1,300명 이상이 부상했다.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하던 김정일의 전용 열차가 용천역을 통과한 지 불과 몇 시간 뒤 발생해 '김정일 암살 시도설'이 끊이지 않았다.
2004년 용천역 폭발 사건
2004년 4월 22일 평안북도 용천역에서 발생한 대형 폭발 사고. 공식적으로는 화학물질 운반 열차의 전선 접촉 사고로 발표됐으나, 김정일의 전용 열차가 불과 몇 시간 전 통과했다는 점에서 암살 시도설이 제기됐다. 북한 당국은 당시 대대적인 내부 수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3부작' 예고...다음 편은 '김정은 암살'?
영화는 암살 시도가 실패로 끝난 뒤 주인공 리태일이 해외로 탈출하고, 그의 후손이 2024년 평양 전위거리 준공식에 다시 잠입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노동신문은 "영화의 끝부분에서는 우리 제도에 대한 앙갚음으로 복수를 다짐하며 이를 갈고 있는 손자놈이 등장한다"며 후속작을 예고했다.
'수령 암살' 시리즈 구성
1편: 하루낮 하루밤 (2022)
6.25 전쟁 후 김일성 암살 시도 / 아버지 세대
2편: 대결의 낮과 밤 (2025)
1990년대 김정일 암살 시도 / 아들 세대
3편: 제목 미정 (제작 예정)
현재 김정은 암살 시도 / 손자 세대 (추정)
전문가 분석: "젊은 층 겨냥한 선전 전략 변화"
전문가들은 이번 영화를 두고 북한 선전 전략의 중대한 변화로 분석한다.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스토리텔링과 선정적인 콘텐츠로 젊은 층을 겨냥한 선전 활동의 일환"이라며 "국가 선전을 현대화하고 외부 미디어에 노출된 젊은 층을 사로잡으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정부 소식통도 "김정은이 선대 수령들보다 신변 안전과 체제 보위 문제에서 훨씬 불안을 느끼는 것 같다"며 "영화를 통해 '수령 결사옹위' 정신을 강조하고 체제 결속을 도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영화 속 암살범이 한국과 연계된 인물로 설정된 점에서 대남 적개심을 자극하려는 목적도 엿보인다.
NK뉴스 분석
"적나라한 장면들과 사회악에 대한 이례적으로 솔직한 묘사가 돋보이며, 특히 악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이 주목할 만하다"
한국 정부 분석
"체제 전복 시도가 대를 이어 계속된다는 메시지로 주민 결속 강화 및 대남 적개심 자극 의도"
한국 정부의 시선
한국 정부와 정보당국은 북한의 이례적인 영화 공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존 수령 찬양 일색에서 벗어나 자극적인 소재와 할리우드식 연출을 도입한 것은 북한 내부의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부 문물에 노출된 젊은 세대를 체제 내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해석되며, 향후 북한 문화 콘텐츠의 변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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