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 기사의 이해를 돕고자 AI 생성>
금메달에도 '금수저' 딱지, 나락에 '득달'...대한민국은 왜 '물어뜯는 사회'가 됐나
최가온 축하 현수막 민원 철거, 장원영 악플러 징역 확정...사이버폭력 뒤에 숨은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의 심리학2026.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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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포인트
- 최가온 금메달 축하 현수막, '금수저 위화감' 악성 민원에 철거...17세 선수에 쏟아진 비난 - 장원영 비방 '탈덕수용소' 운영자,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확정...2억 5천만원 수익 - 국민 92%가 "사이버렉카는 사회문제", 청소년 40.8%가 사이버폭력 가해/피해 경험 - 2030세대 외로움 원인 1위 '타인과의 비교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SNS가 증폭기 역할 - 경제적 양극화 심화가 온라인 분노 폭발의 구조적 원인...사회학자 "르상티망 사회" 경고 |
2026년 2월 13일, 17세 소녀 최가온이 이탈리아 리비뇨에서 한국 설상 종목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 2차 시기에서 넘어진 뒤 3차 시기에서 90.25점을 기록하며 세계적 스타 클로이 김을 역전한, 소름 돋는 드라마였다. 온 국민이 환호했다. 그런데 축하의 물결은 채 이틀을 가지 못했다.
최가온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단지에 "최가온 선수! 대한민국 최초 설상 금메달을 축하합니다. 래미안 원펜타스의 자랑"이라는 현수막이 걸리자, 상황이 돌변했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전용 84m2 매매가가 47억원, 펜트하우스급은 120억~150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단지다. 현수막 사진이 온라인에 퍼지자 "위화감을 조성한다", "금수저 자랑이냐", "역시 동계 스포츠는 돈 없으면 못한다"는 악성 민원이 구청에 쏟아졌고, 현수막은 결국 철거됐다. 부상을 딛고 일어난 17세 소녀의 쾌거는, 그녀의 부모가 어디에 사는지에 의해 '재평가'되고 있었다.
축하마저 허락되지 않는 사회
최가온 사태는 일회적 해프닝이 아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온라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구조적 현상의 축소판이다. 누군가가 성공하면 그 성공의 '배경'을 캐고, 누군가가 실수하면 그 실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 '코투리 잡히면 물어뜯는 사회'. 이 현상이 2026년의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가장 불편한 자화상이다.
| '물어뜯기' 사회 - 최근 주요 사례 | ||
| 사례 | 내용 | 결과 |
| 최가온 금수저 논란 | 설상 최초 금메달리스트의 거주 아파트(래미안 원펜타스) 가격 문제 삼아 악성 민원 | 축하 현수막 철거 |
| 장원영 탈덕수용소 | 유튜버가 장원영 등 유명인 7명 대상 허위 비방 영상 23건 제작, 2억 5천만원 수익 |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확정 (2026.1.29) |
| 사이버렉카 산업화 | 연예인 스캔들/나락 감지 시 자극적 영상 양산, 혐오 대상 선정으로 조회수 장사 | 국민 92%가 "심각한 사회문제" |
| 온라인 악플 문화 | 청소년 40.8%가 사이버폭력 경험, 10명 중 9명이 악플 심각성 인식 | 설리, 구하라, 고유민 등 비극 반복 |
최가온 논란에 한 누리꾼이 남긴 글이 많은 것을 말해준다. "가난한 사람이 금메달을 따면 전 국민이 우는 감동 서사가 되고, 부자인 사람이 금메달을 따면 유전무죄 무전유죄 취급을 받는다. 메달의 가치가 선수의 통장 잔고에 따라 달라지는 희한한 세상이 됐다." 부상으로 수술까지 받고 재활을 거쳐 올림픽 무대에 선 17세 소녀의 노력은 지워지고, '반포', '100억 아파트'라는 키워드만 남았다.
'나락 비즈니스'의 탄생 - 분노가 돈이 되는 구조
이 현상을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분노'가 산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장원영 비방으로 유명한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운영자는 2021년부터 약 2년간 허위 비방 영상을 올려 2억 5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월평균 약 1천만원이다. 음성 변조, 편집 조작 등 수법으로 자극적인 가짜 영상을 만들고, 유료 회원제까지 운영했다. 대법원은 2026년 1월 29일 이 운영자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2억 1천만원을 확정했다.
탈덕수용소는 빙산의 일각이다. 사이버커뮤니케이션학보에 발표된 연구(2023)에 따르면, 사이버렉카 채널 4개의 영상 370건에 달린 댓글 약 29만 건을 분석한 결과, 익명의 유튜버가 운영하는 채널일수록 악플 생산이 더 활발했고, 다루는 대상이 사회적 혐오의 타깃일 때 악플이 급증했다. 즉, 사이버렉카는 우리 사회의 혐오 정서가 어디를 향하는지 정확히 읽고, 그것을 조회수와 광고 수익으로 전환하는 '분노 비즈니스'인 셈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92%가 사이버렉카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3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서는 청소년의 40.8%가 사이버폭력의 가해 또는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국민 10명 중 9명(88%)이 온라인 악플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연예 뉴스 댓글 폐지에 80%,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도 80%가 동의했다. 모두가 문제라고 인식하면서도, 정작 분노의 댓글창은 매일 활활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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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분노 산업의 규모
탈덕수용소 수익: 2년간 2억 5천만원 (월평균 약 1천만원) 운영 방식: 음성변조, 편집조작, 유료회원제 (구독자 6만명) 피해 범위: 장원영 포함 유명인 7명 대상 허위 영상 23건 법적 결과: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추징금 2.1억, 사회봉사 120시간 핵심: 타인의 '나락'이 곧 수익 모델이 되는 구조가 고착화 |
'물어뜯기'의 심리학 - 르상티망과 상대적 박탈감
왜 사람들은 타인의 성공에 분노하고, 타인의 추락에 환호하는가. 심리학과 사회학은 이를 '르상티망(ressentiment)'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니체가 명명한 이 감정은 자신이 처한 열등한 위치에서 비롯되는 원한과 질투, 무력감이 결합된 복합 감정이다. 자신의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느낄 때, 그 좌절은 타인을 끌어내리려는 충동으로 전환된다. 최가온이 아무리 노력해도, '100억 아파트'라는 사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장원영이 아무리 재능 있어도, '그걸 깎아내려야 속이 시원한' 심리. 이것이 르상티망이다.
그리고 이 르상티망을 폭발적으로 증폭시키는 것이 바로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다. 한국언론정보학보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SNS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일수록 자신보다 우월한 타인과의 상향 비교를 더 자주 경험하고, 이것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분노와 좌절 등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경제 상황을 실제보다 더 나쁘게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에서도 2030세대가 외로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타인의 행복한 모습과 비교가 돼서'를 꼽았다. 남들의 해외여행, 명품, 고급 레스토랑 사진을 매일 스크롤하면서 축적되는 박탈감이 결국 온라인 공간에서 공격성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 '물어뜯기' 심리의 작동 구조 | |
| 1단계: 구조적 좌절 | 직장인 45%가 연봉 3천만원 이하, 순자산 지니계수 0.625 역대 최고, 계층 이동 사다리 붕괴 |
| 2단계: SNS 증폭 | 타인의 성공/소비를 매일 노출, 상향 비교 반복, 상대적 박탈감 심화 |
| 3단계: 분노 축적 | '노력해도 안 된다'는 무력감이 사회 전반에 대한 분노로 전환 |
| 4단계: 타깃 선정 | 성공한 사람(최가온), 주목받는 사람(장원영), 실수한 사람(나락 연예인)이 분노의 출구로 |
| 5단계: 익명 공격 | 익명성 뒤에서 악플, 민원, 고발 등 형태로 분출, 사이버렉카가 이를 산업화 |
분노의 뿌리 - 양극화가 만든 '두 개의 대한민국'
이 현상을 단순히 '네티즌의 도덕성 부재'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그 뿌리에 경제적 양극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 대한민국 순자산 지니계수는 0.625로 2012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상위 10%가 전체 순자산의 46.1%를 점유하고, 상위 20%와 하위 20%의 순자산 격차는 44.9배에 달한다. 상위 20%의 순자산은 17.5억원, 하위 20%는 3,890만원이다.
국세청 2023년 귀속 연말정산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실은 더 적나라하다. 총 2,085만 근로소득자 중 연봉 3,000만원 이하가 945만명, 전체의 45.3%다. 연봉 5,000만원 이하까지 합하면 71.2%. 직장인 10명 중 7명이 연봉 5천만원을 넘지 못한다. 반면 연봉 1억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전체의 6.7%에 불과하다. 최가온이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래미안 원펜타스의 최소 매매가(47억원)는 연봉 3천만원 근로자가 세금 한 푼 안 쓰고 150년 이상을 모아야 하는 금액이다. 이 숫자 앞에서 '노력하면 된다'는 말은 공허해진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는 이 연결고리를 학술적으로 입증한다. 청년층이 경험하는 상대적 박탈감은 미래 전망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사회적 고립 수준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자살 위험까지 증가시킨다. 연구진은 "개인의 노력으로 더 이상 자신의 미래를 통제할 수 없다는 희망 없음이 청년층을 고립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형사정책연구원 역시 경제적 양극화가 두드러질수록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자신의 처지에 대한 비관이 사회 전반에 대한 막연한 분노로 분출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 "사회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기에 청년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미래 전망을 부정적으로 만들고, 사회적 고립의 수준을 증가시켜, 궁극적으로 자살의 위험에 영향을 미친다. 개인의 노력으로 결과를 통제할 수 없는 사회에서 청년들은 기회의 불평등을 경험하며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청년의 상대적 박탈감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 연구 |
'끌어내리기'의 쾌감 - 왜 우리는 남의 추락에 열광하는가
최가온의 금메달에 '금수저' 딱지를 붙이는 심리와, 연예인의 '나락'에 득달같이 달려가는 심리는 동전의 양면이다. 전자는 성공한 사람을 끌어내려 심리적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고, 후자는 높은 곳에 있던 사람의 추락을 목격하며 대리 만족을 얻는 것이다. 독일어로 이를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 한다. 남의 불행에서 느끼는 기쁨이다.
문제는 이 감정이 개인의 일탈로 끝나지 않고, '산업'으로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예인에게 사소한 흠이라도 포착되면, 사이버렉카 채널들이 즉각 영상을 양산한다. 댓글창은 '정의 구현'이라는 이름 아래 집단적 분노 분출의 장이 된다. 연구에 따르면 사이버렉카가 다루는 대상이 사회적 혐오의 타깃일 때 악플 생산이 급증하는데, 이는 분노가 '내집단 일체감'을 형성하는 도구로 기능함을 보여준다. 함께 욕하면 연대감이 생기고, 그 연대감이 더 많은 악플을 불러오는 악순환이다.
현실에서는 직장에서, 가정에서, 경제적으로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온라인에서만큼은 '심판자'가 된다. 익명이라는 갑옷을 입고 타인의 삶에 판결을 내린다. 최가온에게 "부모 잘 만난 것뿐"이라 말하는 순간, 자신의 좌절이 정당화된다. 장원영에게 "꺼져라"를 타이핑하는 순간, 일상의 분노가 해소된 것 같은 착각을 느낀다. 하지만 그 쾌감은 일시적이다. 현실의 연봉은 오르지 않고, 집값은 더 멀어지며, 다음 '타깃'을 찾아 또다시 댓글창을 떠돈다.
악플은 범죄다 - 법정에 선 분노들
다행스러운 변화도 있다. 과거에는 "연예인이니까 참아야지"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이제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 소속사들이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탈덕수용소 운영자의 유죄 확정은 그 상징적 사건이다. 스타쉽엔터테인먼트는 판결 확정 직후 "허위 사실 유포, 비방, 명예훼손 등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어떠한 선처나 합의 없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지속하겠다"고 선언했다.
| 악플과의 전쟁 - 법적 대응 확산 | |
| 탈덕수용소 대법원 확정 |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추징금 2.1억원 (장원영 등 7명 피해) |
| BTS 관련 손해배상 | 빅히트뮤직 5,100만원 + 개인 배상 포함 총 7,600만원 판결 |
| SM 소속 아티스트 고소 | 카리나, 수호 등이 탈덕수용소 고소, 재판 병합 진행 |
| 연예계 전반 기조 변화 | "선처 없다" 원칙 확산, 소속사별 상시 모니터링 및 즉각 고소 체제 구축 |
하지만 법적 처벌만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높다. 탈덕수용소가 사라져도 비슷한 채널은 계속 생겨나고 있고, 악플러 한 명을 처벌해도 댓글창의 분노는 줄어들지 않는다. 악플 처벌 수위 강화(47%)와 처벌 구성 요건 완화(29%) 등 법적 대응에 대한 여론의 지지가 높지만, 결국 분노의 원인인 양극화와 박탈감이 해소되지 않는 한 '타깃'만 바뀔 뿐이라는 지적이다.
분노 너머를 보다 -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
최가온의 부모가 어디에 사는지는 그녀의 금메달과 아무 관계가 없다. 장원영이 딸기를 어떻게 먹는지는 그녀의 음악적 재능과 아무 관계가 없다. 그런데 우리는 왜 관계없는 것을 끌어와 '코투리'를 잡는 걸까. 그것이 타인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안의 좌절과 분노를 해소하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라면, 문제는 악플러 개인이 아니라 그런 심리를 양산하는 사회 구조에 있다.
국세청 데이터가 보여주듯 직장인 45%가 연봉 3천만원을 넘지 못하고, 순자산 상위 10%가 전체 자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사회에서, '노력하면 된다'는 서사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분노뿐이고, 그 분노는 가장 쉬운 출구인 온라인 댓글창으로 향한다. 최가온을 향한 악성 민원도, 장원영을 향한 비방 영상도, 나락한 연예인에 득달같이 달려드는 댓글도, 결국 같은 뿌리에서 자란 가지들이다.
물론, 양극화가 악플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경제적 어려움이 타인에 대한 인격 모독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다만, '물어뜯는 사회'의 본질을 개인의 도덕성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인식할 때, 비로소 해법이 보이기 시작한다. 사이버 폭력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은 기본이되, 동시에 사회 이동성을 회복하고, 경제적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재건하며, 교육과 문화 차원에서 디지털 시민성을 키우는 다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최가온에게 쏟아진 비난에 한 시민은 이렇게 말했다. "금수저인데도 저렇게 노력하는 게 더 대단하지 않나? 내가 금수저였으면 좀 힘들면 바로 그만뒀을 것." 이 말에서 분노가 아닌 인정의 가능성이 보인다. 타인의 성공을 내 박탈감의 거울로만 삼는 사회와, 타인의 노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할 수 있는 사회. 지금 대한민국이 서 있는 갈림길이다. 댓글창을 닫고 잠시 생각해볼 일이다. 내가 지금 누르려는 그 '전송' 버튼이, 정말 나를 위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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