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
크루즈 442회, 외국인 80만명... '관광 도시' 부산, 당일치기로 끝내기엔 아깝다
중국발 크루즈 1,500% 폭증, 24시간 터미널 전환까지... 그런데 관광객은 6시간 만에 떠난다 | '구경은 부산, 숙박은 경남' 상생 모델이 해법일까
핵심포인트
- 2026년 부산항 크루즈 입항 442회 예상, 크루즈 관광객 80만명 전망
- 중국발 크루즈 2025년 8회 → 2026년 173회로 1,500% 이상 폭증
- 문제는 '당일치기'... 평균 체류 6~8시간, 관광수지 적자 107억 달러
- 부산항 24시간 운영 전환, '머무는 관광'으로 체질 개선 나서
- '구경은 부산, 숙박은 경남' 광역 연계 패키지로 2박 3일 상생 모델 제안
|
1. 크루즈 442회, 외국인 80만명... 부산이 뜨겁다
부산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관광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2025년 외국인 관광객 300만명 돌파를 달성한 데 이어, 2026년에는 크루즈 입항만 442회, 크루즈 관광객 80만명이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중일 외교 갈등으로 일본 기항을 포기한 중국 크루즈 선사들이 대체 기항지로 부산을 선택하면서, 중국발 크루즈는 2025년 8회에서 2026년 173회로 폭증했다. 1,500%가 넘는 증가율이다.
올해 1월 21일, 중국 아도라 크루즈 소속 '아도라 매직 시티'호가 부산항에 접안했을 때 약 1,500명의 중국 관광객이 쏟아져 내렸다. KTX 부산역 광장은 기차에서 내린 승객과 크루즈에서 하선한 중국인 관광객이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적막했던 부산항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부산항은 올해 1월 국내 최초로 24시간 운영 체제로 전환했다.
|
부산항 크루즈 입항 현황
|
| 항목 |
2025년 |
2026년 전망 |
증감 |
| 크루즈 입항 횟수 |
205회 |
442회 |
+115% |
| 중국발 크루즈 |
8회 |
173회 |
+2,062% |
| 크루즈 관광객 전망 |
약 40만명 |
약 80만명 |
약 2배 |
| 외국인 관광객 지출액 (2025년 8월까지) |
6,594억원 (전년 대비 33.2% 증가) |
역대 최고 |
| 부산 외국인 관광객 (2025년) |
300만명 돌파 (전국의 19%) |
목표 1년 조기 달성 |
2. '찍고 바로 떠난다'... 당일치기의 한계
화려한 숫자 뒤에는 구조적 한계가 숨어 있다. 크루즈 관광의 치명적 약점은 '당일치기'다. 크루즈 승객은 배 안에서 숙박하고 식사한다. 부산에 내려 6~8시간 머물다 다시 배로 돌아간다. 남포동, 자갈치시장, 해운대를 돌아보고 면세점에서 쇼핑한 뒤 떠나는 것이 전부다. '빈 껍데기 여행'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2025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893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관광수지 적자는 107억 달러로 3년 연속 100억 달러를 넘었다. 관광객 1인당 지출액은 1,155달러로 2019년보다 오히려 줄었다. 야놀자리서치는 "체류 시간이 짧아 소비 규모가 작은 크루즈 관광객이 급증한 것이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한양대 김남조 관광학부 교수는 "머무는 관광으로 체질을 바꾸지 못하면 24시간 항만도 결국 잠깐 들렀다 쇼핑하고 떠나는 기항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중요한 것은 몇 시간을 더 영업하느냐가 아니라, 부산에서 무엇을 경험하게 하느냐이다. 머무는 관광으로 체질을 바꾸지 못하면, 24시간 항만도 결국 잠깐 들렀다 쇼핑하고 떠나는 기항지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
3. 야간 크루즈부터 24시간 터미널까지... 부산의 진화
부산도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부산항 크루즈터미널이 국내 최초로 24시간 운영에 들어갔다. 야간 입출항이 가능해지면서 체류 시간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부산시는 크루즈 승객 대상 야간 투어 코스, 환승 친화형 심야 교통 체계, 외국어 안내 및 모바일 결제 환경 개선 등을 단계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유통업계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신세계 센텀시티는 스파랜드와 영화관, 식음료 시설이 결합된 복합몰로 외국인 체류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광복점 아쿠아리움, 자갈치시장, 용두산공원 부산타워, 광안대교 야경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는 야간 코스를 검토 중이다. 다이소와 올리브영 등 K뷰티 로드숍에도 캐리어를 끌고 오는 관광객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팬스타 크루즈의 '원나잇 크루즈'처럼 부산 연안을 1박 2일로 도는 야간 크루즈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어, 부산 관광의 시간대가 밤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4. '구경은 부산, 숙박은 경남'... 2박 3일 상생 모델의 가능성
그러나 부산 자체만으로 '머무는 관광'을 완성하기엔 숙박 인프라의 한계가 있다. 크루즈 관광객 80만명에 일반 관광객까지 합하면 성수기 숙박 수요는 이미 포화 상태다. 바로 여기서 경남과의 상생이라는 해법이 등장한다. 핵심 아이디어는 간단하다. 낮에는 부산에서 구경하고, 밤에는 경남에서 숙박하는 '2박 3일 광역 관광 패키지'다.
경남은 부산과 인접하면서도 자연 환경이 뛰어난 지역이다. 거제 해금강과 외도,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 하동 녹차밭과 지리산 온천, 남해 독일마을과 다랭이논, 김해의 가야 역사유적까지...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경험시킬 콘텐츠가 풍부하다. 이미 김해시는 한국관광공사와 손잡고 크루즈 관광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크루즈 관광객의 6시간 체류 시간 내에 김해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팸투어도 진행됐다.
|
'부산-경남 2박 3일 상생 관광' 모델 (제안)
|
| 일정 |
내용 |
| 1일차 (부산) |
크루즈 하선 → 남포동·자갈치시장·해운대·센텀시티 쇼핑 → 광안대교 야경 숙박: 경남 김해 또는 양산 숙소 이동 (30~40분) |
| 2일차 (경남) |
거제 해금강·외도 보타니아 / 통영 한려수도 케이블카 / 하동 녹차밭·온천 숙박: 경남 지역 펜션·한옥스테이·글램핑 |
| 3일차 (부산) |
부산 복귀 → 감천문화마을·용궁사·K뷰티 쇼핑 → 크루즈 승선 또는 공항 이동 |
이 모델의 성패는 교통에 달려 있다. 부산에서 김해까지는 30분, 거제까지는 약 1시간 30분, 통영까지는 약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현재도 자가용 기준으로는 접근이 가능하지만, 외국인 관광객에게는 셔틀버스나 전용 관광 버스, 광역 급행 교통 시스템이 필수다. 가덕도 신공항이 완공되면 경남 서부 지역과의 접근성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경남 지역 펜션과 한옥스테이, 글램핑 시설을 외국인 친화형으로 정비하고, 부산-경남을 잇는 패키지 숙박 상품을 개발하면 '당일치기 크루즈 관광'을 '2박 3일 체험 관광'으로 전환할 수 있다. 부산은 관광 콘텐츠와 쇼핑 인프라를, 경남은 자연 경관과 숙박 인프라를 제공하는 역할 분담이다. 무엇보다 이 모델은 부산에 집중된 관광 수익을 경남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5. 관광객 수보다 '머무는 시간'이 관건
부산-경남 관광 상생의 과제
교통 인프라 - 부산~경남 주요 관광지 간 외국인 전용 셔틀버스, 광역 관광 버스 노선 개설 필요. 다국어 안내 시스템 구축이 우선 과제
숙박 인프라 - 경남 지역 펜션, 한옥스테이, 글램핑 시설의 외국인 친화형 정비. 다국어 예약 시스템, 모바일 결제 환경 등 기본 인프라 필수
패키지 상품 - 크루즈 선사, 여행사와 연계한 '부산+경남 2박 3일' 패키지 개발. 크루즈 기항 일정에 맞춘 유연한 상품 설계 필요
광역 협력 체계 - 부산시-경남도 간 관광 정책 공조, 공동 마케팅, 수익 배분 모델 합의가 전제 조건
|
부산은 이미 글로벌 관광 도시로서의 기반을 갖추고 있다. 크루즈 442회, 외국인 300만명, 24시간 터미널... 숫자만 보면 성공적이다. 그러나 진짜 성공은 '얼마나 많이 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렀느냐'에 달려 있다. 6시간 쇼핑하고 떠나는 관광객보다, 2박 3일 머물며 부산의 야경과 경남의 자연을 함께 경험하는 관광객이 지역 경제에 훨씬 더 큰 기여를 한다.
일본은 이미 온천과 지역 먹거리, 야간 체험을 묶은 크루즈 패키지로 '하룻밤 더 머무는' 수요를 만들어냈다. 부산과 경남이 손을 잡으면 그것이 가능하다. 구경거리는 부산이, 쉴 곳은 경남이 맡는다. 교통만 잘 정비하면 이보다 좋은 상생 모델은 없다. 크루즈 관광의 황금기를 맞은 부산-경남이 '당일치기 기항지'를 넘어 '체류형 관광 권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그 답은 두 지역의 협력 속도에 달려 있다.
박예현 기자
ⓒ 2026 깨알소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