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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쏘면 바로 오르는 기름값 - 대체 누가 가격을 결정하는가
일주일 만에 리터당 114원 폭등, 3년 7개월 만에 1,800원 돌파 - 이 대통령 "최고가격 지정하라", 정유사-주유소 '책임 떠넘기기'
핵심 포인트
1. 전국 평균 휘발유 1,807원(3/5 오전) - 이란 전쟁 전(2/27) 1,693원에서 일주일 만에 114원 폭등
2. 경유는 더 가파르게 상승 - 서울 평균 1,865원, 일주일 새 약 160원 급등
3. 통상 국제유가 반영에 2~3주 걸리는데, 이번엔 '시차 제로'로 즉각 인상 - 재고 문제도 없는 상황
4. 이재명 대통령 "심각한 차질도 없는데 폭등, 최고가격 지정하라" - 석유사업법 23조 발동 검토
5. 정유사 "주유소가 재량으로 올렸다" vs 주유소 "정유사가 진작 올려 팔아 싸게 못 판다" - 책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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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숫자로 본 '폭등' - 아침-점심-저녁 가격이 다 다르다
3월 5일 오전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07원이다. 이란 전쟁 발발 전날인 2월 27일 1,693원과 비교하면 일주일도 안 돼 114원(6.7%)이 올랐다. 서울 평균은 1,874원까지 치솟았다. 전국 평균 휘발유가 1,800원을 넘어선 것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가가 폭등했던 2022년 8월 12일(1,806원) 이후 약 3년 7개월 만이다.
경유가 더 가파르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하루 만에 57원 오른 1,785원, 서울 평균은 1,865원을 기록했다. 사흘 만에 리터당 100원이 뛴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아침-점심-저녁 가격이 다 다르고, 리터당 200원 가까이 올린 곳도 있다고 들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업계에서는 휘발유 2,000원 시대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란 전쟁 전후 국내 기름값 변동 (전국 평균, 리터당)
| 일자 |
휘발유 |
경유 |
비고 |
| 2/27 (전쟁 전날) |
1,693원 |
1,612원 |
이란 공습 이전, 안정 구간 |
| 3/1 |
1,696원 |
1,635원 |
전쟁 발발 후 첫 영업일, 소폭 상승 |
| 3/2 |
1,702원 |
1,656원 |
1,700원 돌파 |
| 3/3 |
1,723원 |
1,685원 |
급등 본격화 |
| 3/4 |
1,778원 |
1,729원 |
하루 55원 폭등 (휘발유) |
| 3/5 (오전) |
1,807원 |
1,785원 |
3년 7개월 만에 1,800원 돌파 |
2. '시차 제로'의 미스터리 - 누가 가격을 올리는가
한국의 기름값 구조는 '국제유가 → 정유사 도입가 → 주유소 공급가 → 소비자 판매가'의 단계를 거친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3주의 시차가 존재한다. 정유사가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주유소에 공급하고, 주유소가 재고를 소진한 뒤 새 가격을 적용하는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유사들도 석유공사에 "3월 말까지 재고량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한 상태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시차가 사라졌다. 전쟁 발발 당일부터 가격이 올랐다. 아직 정유사의 공급가에 이란 사태가 충분히 반영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일부 주유소가 가격을 선제적으로 올린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올렸는가? 대한석유협회는 "주유소 사장이 가격 재량권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주유소 측은 "정유사가 진작에 우리에게 올려 팔았기 때문에 싸게 팔 수가 없다"고 반박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유사와 주유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구도다.
전문가들은 이번 폭등의 주된 원인으로 '사재기성 수요(패닉 바잉)'를 지목한다. 국제유가 상승이 예상되자 소비자들이 미리 기름을 채우려 몰렸고, 주유소 회전율이 급등하면서 재고 소진 속도가 빨라졌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한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실제 공급 차질 없이도 가격이 뛰는 '심리적 폭등'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국제유가 + 환율 + 소비자 패닉 + 주유소의 선제 인상이 동시에 작동한 복합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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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은 왜 '올릴 땐 빠르고 내릴 땐 느린가'
이른바 '로켓-깃털 효과(Rockets and Feathers)'라 불리는 현상이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주유소 가격은 '로켓'처럼 즉각 반응하지만, 내릴 때는 '깃털'처럼 천천히 떨어진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비대칭 가격 전가(asymmetric price transmission)'라 하며, 전 세계 석유 시장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이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주유소는 상승 시에는 재고 교체 비용 상승분을 즉시 반영하지만, 하락 시에는 '비싸게 사온 재고'를 먼저 소진해야 하므로 가격 인하가 늦어진다. 여기에 정유사-주유소 간 비대칭적 교섭력, 소비자의 가격 탐색 비용 등이 겹친다. 한국에서 이 현상이 유독 두드러지는 것은, 정유 시장이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 4사 과점 구조이고, 주유소의 가격 재량권이 넓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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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통령의 카드 - '최고가격 지정제'는 해법이 될 수 있는가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임시 국무회의에서 강한 톤으로 대응을 주문했다. "아직 객관적으로 심각한 차질이 벌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폭등했다. 자기 이익만 보겠다는 태도에 엄정하게 조치하라"며 "최고가격을 일률적으로, 전국적으로 지정하기 어렵다면 지역별-유류 종류별로 적용하는 등 현실적 방법을 찾아 신속하게 지정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에 "석유사업법 제23조에 따르면 가격이 급등할 경우 최고가격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며 "오늘 오후 가격을 점검해 높은 경우 고시를 통해 최고가를 지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석유사업법 23조는 석유제품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등할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최고 판매가격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발동되면 사실상 '가격 통제'에 해당하는 강력한 조치다.
다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는 "과거에도 주유소 마진을 감안한 가격 지정을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면서도 "이번 검토안은 사실상 가격 고시제에 가까운 방식으로 주유소 경영 여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유소 마진은 통상 4~5% 수준으로, 정유사 공급가가 오른 상태에서 판매가만 묶으면 주유소가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결국 '최고가격'을 지정하려면 정유사의 공급가까지 함께 통제해야 실질적 효과가 있는데, 이는 시장 경제 원리와 충돌하는 지점이다.
4. 근본적 질문 - 왜 매번 반복되는가
2008년 고유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2026년 이란 전쟁. 국제 정세가 흔들릴 때마다 한국의 기름값은 같은 패턴을 반복한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국내 가격은 즉시 오르고, 내릴 때는 느리게 내린다. 위기 때마다 '담합 의혹'이 제기되고, 정부는 '긴급 대책'을 발표하지만, 위기가 지나면 다시 원점이다.
근본 원인은 구조적이다. 한국의 정유 시장은 4개 대기업이 지배하는 과점 구조이며, 원유 수입의 중동 의존도가 높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대체 수입선 전환에 시간이 걸린다. 정부가 보유한 전략비축유(약 9,700만 배럴, 97일분)로 단기 충격은 완화할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한계가 있다. 석유공사는 국제공동비축유 대여나 해외 생산 원유 도입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최고가격 지정'은 급한 불을 끄는 데는 유효하지만, 정유사-주유소-소비자 간 구조적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전쟁이 터져야 비로소 가격 통제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평시에 유가 변동에 대한 투명한 가격 전가 메커니즘을 만들어두는 것이 진짜 과제다. 미사일이 쏘아지는 순간 주유소 전광판이 바뀌는 나라에서, 서민이 체감하는 것은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이 아니라 '내 지갑의 현실'이다.

<이미지 만평 : 기사의 이해 돕고자 AI생성>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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