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cho

Weekly Updates

뉴스레터 신청하기

매주 보내는 뉴스레터로 편하게 받아보세요.

진정한 삶을 노래하는 재일교포 청년이 뜬다 '할어버지 제주도 출신'임을 밝힌 래퍼!

03-06

<이미지출저 : 
PM Kenobi의 유튜브 뮤직비디오>
"할아버지 출신 제주도, 아버지 출신 이쿠노" - 재일교포 3세 래퍼가 부른 '뿌리'의 힙합

PM Kenobi의 'Haraboji & Aboji', 한국 SNS에서 폭발적 공감 - "일본 사회의 부스럼"이라 불린 재일교포의 정체성을 랩으로 풀어내다

핵심 포인트
1. PM Kenobi - 오사카 이쿠노구 출신 재일교포 3세 래퍼, 할아버지가 제주도에서 건너온 가문
2. 'Haraboji & Aboji(할아버지 & 아버지)' - 2025년 앨범 'Kenobi's Awaken' 수록곡, 한국 SNS에서 바이럴
3. 가사 핵심: 제주도 뿌리 → 오사카 이쿠노 → 차별 속 성장 → "일본 사회의 부스럼(腫れ物)"이라는 자조
4. feat. Moment Joon(이란 출신 일본 래퍼)과의 협업 - '이방인끼리의 연대'라는 메시지


1. "아이고~ 죽겠다~" - 일본어 랩 사이로 터지는 한국어

노래는 할아버지의 감탄사 "아이고~ 죽겠다~"로 시작된다. 이어지는 가사는 이렇다. "할아버지 출신 제주도 / 난 가본 적 없지만 / 한 번 마이크를 잡으면 / 둘째 손자놈 최고 / 아버지는 출신 이쿠노(生野) / 빠져나왔지 환경 / 한 번 마이크를 잡으면 / 둘째 아들놈 최고." PM Kenobi는 오사카 이쿠노구 출신의 재일교포 3세 래퍼다. 이쿠노구의 츠루하시는 일본 최대 규모의 코리아타운이 있는 곳이다. 할아버지가 제주도에서 바다를 건너 정착한 그 동네에서, 3세대가 흘렀다.

이 곡 'Haraboji & Aboji'는 2025년 12월 발매된 앨범 'Kenobi's Awaken'에 수록됐다. 발매 당시에는 일본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 안에서만 돌았으나, 최근 한국 SNS(X, 스레드, 유튜브)에서 가사 번역본이 퍼지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이런 게 힙합이고, 길바닥이지"라는 한국 리스너의 코멘트가 수천 회 공유되며 화제가 됐다.

2. "빨간 건 츠루하시의 김치" - 가사가 그리는 재일교포의 일상

이 곡이 한국인의 가슴을 때리는 이유는, 재일교포의 삶을 미화하거나 비극으로만 포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PM Kenobi는 자기 안에 흐르는 피를 "장사꾼의 마인드"와 "매번 감사"라는 입버릇으로, "빨간 건 츠루하시의 김치"라는 일상으로 담담하게 그려낸다. 동시에 "고등학생 때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재일교포 싫어해서 어색했었지 / 나중에 내가 없을 때 물어봤댔지 / '니 남친 재일교포냐?'"라는 차별의 기억도 숨기지 않는다.

가사 중 가장 강렬한 한 줄은 "日本社会の腫れ物(일본 사회의 부스럼)"이다. 일본인도 아니고 한국인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낀 존재. 일본 사회가 불편하게 여기지만 없앨 수도 없는 '부스럼' 같은 존재라는 자조다. 그러나 PM Kenobi는 그 자조를 비관으로 끝내지 않는다. "선조를 소중히 여기길 / 매번 있는 제사는 거르지 않지"라고 랩하며, 뿌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저항이자 자존이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오사카 이쿠노구와 재일교포 오사카시 이쿠노구(生野区)는 일본 최대의 재일 한국-조선인 밀집 지역이다. 특히 츠루하시(鶴橋) 일대의 코리아타운은 일제강점기 도항 노동자들이 정착하면서 형성됐다. 제주도 출신이 유독 많은데, 1920~30년대 제주-오사카 간 정기 항로('군함(君が代)마루')가 운항되면서 제주 사람들이 대거 건너갔기 때문이다. 현재 이쿠노구 인구의 약 20%가 한국-조선 국적이거나 한국계로, 거리에는 한국어 간판과 김치-떡볶이 가게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PM Kenobi의 할아버지도 이 루트를 따라 제주도에서 이쿠노에 뿌리를 내린 세대다.


3. Moment Joon과의 협업 - '이방인끼리의 연대'

이 곡에 피처링한 Moment Joon도 주목할 인물이다. 그는 이란 출신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래퍼다. 재일교포인 PM Kenobi와 이란 출신인 Moment Joon이 같은 곡에서 각자의 '뿌리'를 랩하는 구도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다. Moment Joon은 자신의 벌스에서 "혈도 다르고 성도 김, 박, 이가 아니지만 / 내가 그의 눈이 되겠다"라고 랩한다. 출신은 다르지만 일본 사회에서 '이방인'이라는 공통분모로 연결되는 두 사람의 연대가, 이 곡을 단순한 자전적 힙합 이상의 것으로 만든다.

한국 리스너들이 이 곡에 유독 강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재일교포라는 존재에 대한 복잡한 감정이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한국의 피가 흐르고, 일본에서 살지만 완전한 일본인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람들. 그 '사이'의 정체성을 3세대에 걸쳐 짊어지고 사는 이야기가, 디아스포라 서사에 익숙한 한국인의 감성과 맞닿았다. "이런 게 힙합"이라는 반응은, 기교나 플로우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진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존중이다.

PM Kenobi는 아직 일본 힙합 씬에서도 언더그라운드에 가깝다. 그러나 이 한 곡이 한국에서 만들어낸 파장은, 음악이 국경과 언어를 넘어 '이야기의 힘'으로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주도에서 출발해 오사카 이쿠노를 거쳐, 이제 한국의 타임라인까지 도달한 할아버지의 이야기. 그 여정 자체가 하나의 힙합이다.




4. 제주도 출신이 재일교포의 절반인 이유 - '기미가요마루'에서 '빠친코'까지

PM Kenobi의 할아버지는 왜 제주도에서 오사카로 건너갔을까. 이 질문의 답은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일교포의 출신 지역 비율을 보면 제주도가 약 50%, 경상도가 약 40%, 나머지 지역이 10%다. 오사카 재일교포만 놓으면 제주도 출신 비율은 60%에 달한다. 인구 20만 남짓한 섬에서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이 바다를 건넜을까.

시작은 경제적 궁핍이었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수탈로 제주도 농어촌 경제가 무너지면서, 제주 사람들은 노동력을 팔 수 있는 시장을 찾아야 했다. 마침 1차 세계대전 호황으로 일본 제조업이 급성장하면서 값싼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다. 오사카-한신 공업지대의 방적공장, 기타큐슈의 탄광이 제주도에 노동 브로커를 보내 직공을 모집했고, '우수 직공'으로 인정받은 제주인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도항자는 계속 늘었다.

결정적 전환점은 1923년이었다. 제주와 오사카를 잇는 직항 배편 '기미가요마루(君が代丸)'가 취항하면서 도항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1924년 한 해에만 제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이 1만 4,278명, 왕복 도항자가 2만 명에 달했다. 1934년에는 연간 도항자가 약 5만 명으로 당시 제주도 전체 인구의 25%에 이르렀다. 섬 사람 넷 중 하나가 일본을 오가고 있었다는 뜻이다. 제주인 입장에서는 어차피 한반도 본토에 가나 일본에 가나 언어를 새로 배워야 하고 차별을 받는 건 마찬가지였기에, 일자리와 임금이 더 나은 일본을 택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었다.

제주인의 일본 도항 - 100년의 타임라인
시기 주요 사건
1910년대 일제강점 초기, 유학-상업 목적의 소규모 도항 시작
1922년 내-외지 자유도항제 실시 - 일본 도항 절차 대폭 완화, 도항자 급증
1923년 제주-오사카 직항 '기미가요마루(君が代丸)' 취항 - 도항의 폭발적 증가
1934년 연간 도항자 약 5만 명 - 제주 전체 인구의 25%가 일본을 오감
1940년대 태평양전쟁기, 강제 징용-징병으로 추가 도항. 오사카 군수공장 밀집 지역에 조선인 집중
1945년 해방. 약 140만 명 귀국, 약 60만 명 일본 잔류 - 재일교포 1세대 형성
1948년 제주 4.3 사건 발발 - 탄압을 피해 다수의 제주도민이 오사카로 밀항(2차 도항)
1950년 한국전쟁 발발 - 전쟁을 피한 추가 도항, 재일교포 사회 내 남북 이념 대립 시작
현재 재일 한국인 약 41만 명(2024년 기준). 3~5세대로 이어지며, 귀화-일본 국적 취득 증가 추세


해방 후에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약 140만 명이 귀국했지만 60만 명은 돌아가지 못했다. 불안한 한반도 정치 상황, 일본에서 형성한 생활 기반, 그리고 무엇보다 돌아갈 고향이 온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48년 제주 4.3 사건은 결정적이었다. 군경과 서북청년단의 대대적 탄압을 피해 다수의 제주도민이 다시 오사카로 밀항했다. 해방 전에 먹고살기 위해 건넜던 바다를, 해방 후에는 살아남기 위해 다시 건넌 것이다. 이들이 모여 이쿠노구 코리아타운이 됐고, 그 자손들이 지금 3세대, 4세대를 살고 있다. PM Kenobi의 할아버지도 이 역사의 한 줄기다.

드라마 '빠친코'가 그린 바로 그 이야기 애플TV+ 드라마 '빠친코(Pachinko)'는 재일교포 4세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민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915년 부산 영도에서 태어난 선자가 오사카로 건너가 정착하고, 그 후손이 일본 사회에서 정체성과 차별 사이를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드라마 속 선자 가족이 겪는 것들은 PM Kenobi가 'Haraboji & Aboji'에서 랩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이야기다. 제사를 거르지 않는 것, 김치를 담그는 것, "재일교포냐?"는 질문에 움찔하는 것, 그러면서도 "여기가 내 자리"라고 발 딛는 것. 빠친코가 영상으로 보여준 100년의 서사를, PM Kenobi는 4분짜리 랩 한 곡에 압축해 넣었다. 매체는 다르지만, 둘 다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여기서 누구인가."




<이미지 : 드라마 '빠친코' 중에서 -> 극중에서 이민호와 정웅인이 제주도 출신으로 일본에서 하는 삶을 보여주고 있다>

흥미로운 점이 하나 더 있다. 제주대학교 재일제주인센터에 따르면, 오사카 이쿠노구에는 제주에서 이미 사라져버린 제주 사투리가 오히려 더 많이 남아 있어 언어학적으로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된다고 한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고향의 말을 더 오래 간직하는 역설. 제주 곳곳에는 재일제주인들이 어려운 시절 고향에 보낸 돈과 지원을 기리는 공덕비가 마을마다 세워져 있다. PM Kenobi가 가본 적 없다는 제주도에서, 그의 할아버지 세대가 남긴 흔적은 지금도 섬 곳곳에 살아 있다.

박예현 기자
ⓒ 2026 깨알소식. All rights reserved.


쿠팡

이 포스팅은 쿠팡 파트너스 활동의 일환으로, 이에 따른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