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환자 1000명당 73.9명까지 급증... 어린이·청소년 중심 빠른 확산
폐렴·뇌염 등 치명적 합병증 위험, 조기 치료와 예방접종이 핵심
박예현 기자 | 2025.11.20
핵심 요약
- 2024년 12월 마지막 주 독감 환자 1000명당 73.9명, 3주 만에 10배 증가
- 지난해 동기 대비 5.8배 증가, 최근 10년 중 가장 강력한 유행 예상
- 7~12세 어린이 환자 1000명당 138.1명으로 가장 높은 발생률
- 증상 발현 후 48시간 내 항바이러스제 투여가 치료 효과 결정
- 폐렴 합병증 발생 시 사망률 급증, 고위험군 특별 주의 필요
"3일 전부터 갑자기 고열이 나면서 온몸이 쑤시더니, 기침도 심해졌어요. 병원에서 독감 진단을 받고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는데, 48시간 안에 먹어야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씨(42세)는 최근 독감에 걸려 고생한 경험을 이같이 전했다. 올해 독감은 예년보다 두 달가량 빨리 유행이 시작됐고, 환자 수도 급격히 증가하면서 의료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예년보다 2개월 빠른 유행, 환자 수 10배 폭증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표본감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12월 마지막 주(12월 22~28일) 전국 인플루엔자 표본감시 의료기관 300곳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사환자 수는 73.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주일 전 31.3명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더욱 심각한 것은 12월 초(12월 1~7일) 7.3명과 비교하면 불과 3주 만에 10배 이상 늘어났다는 점이다. 질병관리청은 2024년 12월 20일 0시를 기해 전국에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11월 초 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명확하다. 45주차(11월 2~8일) 독감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000명당 50.7명으로, 전주 대비 122.4%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0명)과 비교하면 무려 12배가 넘는 수치다.
| 기간 |
환자 수(1000명당) |
증가율 |
| 12월 1~7일 |
7.3명 |
- |
| 12월 15~21일 |
31.3명 |
4.3배 |
| 12월 22~28일 |
73.9명 |
2.4배 |
| 지난해 동기 |
12.7명 |
5.8배 차이 |
어린이·청소년이 유행 주도, 집단생활이 확산 원인
이번 독감 유행의 특징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연령대별 분석 결과, 집단생활을 하는 학령기 아동의 발병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7~12세 어린이의 경우 외래환자 1000명당 138.1명으로, 이번 절기 유행 기준(9.1명)의 15배가 넘는 수준이다. 학교와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한 집단생활 환경이 바이러스 전파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다.
입원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221개 병원급 의료기관 표본감시에 따르면 독감 증상으로 입원한 환자는 356명으로, 전주(174명)의 2배로 늘었다. 최근 4주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의료 현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 연령대 |
환자 수(1000명당) |
전주 대비 |
| 7~12세 |
138.1명 |
2배 증가 |
| 1~6세 |
82.1명 |
2배 이상 증가 |
| 13~18세 |
75.6명 |
2배 이상 증가 |
| 19~49세 |
11.8명 |
- |
A형 독감 H1N1·H3N2 동시 유행이 위력 키워
전문가들은 올해 독감 환자가 유독 많은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집단 면역력 저하를 꼽는다. 지난 수년간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독감 바이러스에 대한 노출이 줄면서, 전 국민의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독감 시즌을 맞은 것이다.
여기에 올해는 A형 독감 H1N1과 H3N2가 동시에 유행하면서 영향력이 더욱 커졌다. 최근 검출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검출률은 35.1%로, 최근 4주 연속 상승 추세다.
보건당국도 이번 독감 유행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강력한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반구에서의 유행 상황과 국내 유행이 작년보다 두 달 앞서 시작된 점 등을 근거로, 2025~2026절기 독감 유행이 2024~2025절기와 비슷하거나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감기와 다른 독감, 갑작스러운 고열이 특징
독감은 '독한 감기'가 아니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한 별개의 질환이다. 감기는 현재까지 알려진 원인 바이러스만 200종 이상이며, 예방 백신과 치료제가 없다. 반면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원인이기 때문에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고, 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할 수 있다.
독감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갑작스러운 고열과 오한이다. 감기는 성인의 경우 대개 열이 없거나 미열 수준에서 서서히 오르지만, 독감은 38~41도의 고열이 순식간에 발생한다. 이와 함께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오한 증상이 동반된다.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한 근육통과 관절통도 독감의 주요 증상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투하면 면역세포가 이를 제거하기 위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서 사이토카인이라는 면역 신호물질이 대량으로 분비된다. 사이토카인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대신 근육과 관절의 염증을 유발해 몸살 같은 전신 증상을 나타나게 한다.
독감의 3대 주요 증상
갑작스러운 고열(38~41도)과 오한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한 근육통과 관절통
심한 피로감과 무기력증
합병증이 진짜 문제, 폐렴으로 사망 위험 급증
독감이 위험한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특히 폐렴은 가장 흔하면서도 치명적인 합병증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자체에 의해 발생하거나 이차적으로 세균에 감염되어 나타난다.
올해 1월에는 독감으로 인한 폐렴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화장장 예약이 꽉 차 삼일장을 못 하는 경우도 잇따랐다. 실제로 대만 배우 서희원 씨가 독감 합병증인 폐렴으로 사망한 사건은 독감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 합병증 종류 |
주요 증상 |
위험군 |
| 폐렴 |
심해진 기침, 호흡곤란, 지속 발열 |
65세 이상, 영유아, 만성질환자 |
| 뇌염 |
의식장애, 경련, 이상행동 |
소아, 청소년 |
| 심근염 |
가슴 통증, 호흡곤란, 부정맥 |
모든 연령 |
| 패혈증 |
급격한 혈압 저하, 의식 저하 |
면역저하자, 고령자 |
65세 이상 노인과 심폐질환, 당뇨, 만성 신장 질환 등을 가진 환자에게서 합병증 발생 위험이 높다. 임신 2기나 3기의 산모, 2세 미만의 영아도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성이 크다. 그러나 젊고 건강한 사람이라도 합병증이 오면 후유증이 남거나 사망할 수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48시간 골든타임, 타미플루 조기 투여가 핵심
독감은 감기와 달리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제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타미플루(오셀타미비르)와 리렌자(자나미비르) 같은 항바이러스제다. 이 약들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는다.
하지만 핵심은 타이밍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인체에 감염된 후 초기 72시간 이내에 증식이 일어나기 때문에, 초기 증상 발현 48시간 이내에 약을 복용해야 최적의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48시간이 지나면 이미 체내에서 바이러스가 광범위하게 증식한 상태이기 때문에 약의 효과가 급감한다. 물론 48시간이 지났더라도 의사의 판단에 따라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할 수 있으며, 특히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48시간 이후라도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 복용 가이드
타미플루 복용법: 성인 기준 75mg, 1일 2회, 5일간 복용
최적 복용 시기: 증상 발현 후 48시간 이내
효과: 증상 완화, 합병증 예방, 전염성 감소
주의사항: 반드시 처방받은 기간만큼 모두 복용해야 함(내성 예방)
최근에는 단 한 번만 복용하면 되는 조플루자(발록사비르)도 출시되어 복약 편의성이 높아졌다. 타미플루가 5일간 하루 2회 복용해야 하는 것과 달리, 조플루자는 1회 복용으로 치료가 완료된다.
예방접종이 최선, 접종률은 아직 저조
독감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예방접종이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독감 예방접종을 통해 70~90%까지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접종 후 면역 형성이 완료되기까지 약 2주가 걸리므로, 유행 시기 최소 2주 전에 맞는 것이 효과적이다. 올해처럼 유행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은 시기에는 접종이 가장 확실한 대비책이다.
현재 질병관리청은 65세 이상, 임신부,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지원하고 있다. 10월 31일 기준 접종률은 65세 이상이 60.5%(658만 명), 어린이가 40.5%(189만 명)로 집계됐다.
| 연령대 |
접종 대상 |
접종률 |
비용 |
| 65세 이상 |
모든 고령자 |
60.5% |
무료 |
| 6개월~13세 |
모든 어린이 |
40.5% |
무료 |
| 임신부 |
모든 임산부 |
- |
무료 |
| 기타 |
일반인 |
- |
유료(2~5만원) |
개인 위생 수칙 철저히, 고위험군은 마스크 필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건조한 공기에서 더 오래 생존하고 부유하기 쉽다. 또 코와 입 점막이 마르면 바이러스가 체내로 침투하기 쉬워지기 때문에, 실내 적정 습도(40~60%)를 유지하는 것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겨울철에는 실내 활동이 늘어나고 사람 간 접촉이 늘어나 감염 위험이 커진다. 독감 유행 시즌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는 가급적 피하고, 부득이하게 방문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 감염 위험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독감 예방 수칙 6계명
손 씻기 생활화: 외출 후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기침 예절 실천: 휴지나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고 기침하기
마스크 착용: 사람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 착용
실내 환기: 2시간마다 10분 이상 환기
적정 습도 유지: 가습기나 젖은 빨래로 습도 40~60% 유지
밀집 장소 피하기: 불필요한 다중이용시설 방문 자제
손을 자주 씻는 습관도 중요하다. 독감 바이러스는 주로 비말로 전파되지만, 오염된 표면을 만진 손으로 눈, 코, 입을 만지면 감염될 수 있다. 외출 후에는 반드시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흐르는 물에 손을 꼼꼼히 씻어야 한다.
향후 전망: 내년 봄까지 유행 지속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번 독감 유행이 내년 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통상 인플루엔자는 11월 초부터 증가해 12월 급격히 확산하고 2월 정점을 찍는 패턴을 보인다.
하지만 올해는 10월부터 유행이 시작돼 이미 11월에 환자가 급증했기 때문에, 12월이나 1월에 더 큰 정점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A형 독감 유행이 끝난 후 봄철에 B형 독감이 유행할 수 있어, 전체 유행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
보건당국은 "독감 유행이 작년보다 빠르게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환자 규모가 차츰 늘어날 가능성이 크므로, 국민들께서는 예방접종과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부 대응 강화
질병관리청은 전국 보건소와 의료기관에 독감 진단 키트와 항바이러스제를 충분히 확보하도록 했으며, 독감 의심 환자에 대한 신속한 검사와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독감 백신 공급을 확대하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공공건축물의 성공은 건물의 외형이 아니라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에 달려 있듯이, 독감 대응의 성공도 국민 개개인의 예방 노력과 조기 대응에 달려 있다. 48시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 그리고 예방접종을 통한 사전 대비가 올겨울 독감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 열쇠다.
깨알소식 박예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