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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노벨 의학상, "몸 속 배신자 찾았다"…20년 내 암 정복 기대

12-04


<이미지 : 노벨의학상 일본 '사카구치' 모습>

2025 노벨 의학상, "몸 속 배신자 찾았다"…20년 내 암 정복 기대

'조절 T세포' 발견한 미·일 3인 수상…면역의 브레이크 원리 규명, 자가면역질환·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

핵심 요약

  • 2025 노벨 의학상, 조절 T세포 발견한 사카구치 시몬·메리 브런카우·프레드 램스델 3인 공동 수상
  • 조절 T세포는 '면역의 브레이크'…우리 몸을 공격하는 면역세포 억제해 자가면역질환 예방
  • 사카구치 교수 "20년 내 암 정복 가능"…암은 조절 T세포 억제, 자가면역질환은 조절 T세포 증강 전략
  • CAR-Treg 세포치료제 임상시험 진행 중…국내에서도 루푸스·당뇨병·류마티스 치료 연구 활발
  • 30년 묵묵한 연구 끝 쾌거…학계 주류 거스르고 "면역의 균형" 원리 입증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우리 몸 속에서 면역세포가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막는 '조절 T세포'를 발견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발견은 암과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사카구치 시몬(74) 일본 오사카대 교수, 메리 E. 브런카우(64) 미국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 프레드 램스델(65) 미국 소노마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 고문을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몸 속 배신자를 찾았다"…조절 T세포란?

노벨위원회는 "우리 몸의 강력한 면역체계는 제대로 조절되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의 장기를 공격할 수 있다"며 "세 연구자의 발견은 면역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왜 우리가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에 걸리지 않는지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면역체계는 매일 수천 종의 미생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지만, 일부는 인체 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위장해 침투한다. 세 연구자는 면역체계가 무엇을 공격하고 무엇을 보호해야 하는지를 구분하는 원리를 밝혀냈다. 이들은 '면역체계의 보안요원'으로 불리는 조절 T세포를 발견해, 면역세포가 우리 몸 자체를 공격하지 않도록 막는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 Treg)란?

역할: 면역세포가 정상 조직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면역의 브레이크'

발견 의의: 자가면역질환은 조절 T세포가 부족해서, 암은 조절 T세포가 과다해서 발생

치료 전략: 자가면역질환(증강) ↔ 암(억제)의 정반대 접근 가능

핵심 유전자: FOXP3 유전자가 조절 T세포 발달을 조절

30년 외로운 연구 끝 쾌거…"학계 주류 거스르고"

수상자 주요 업적 연도
사카구치 시몬
일본 오사카대
CD25 발현 T세포가 자가면역 반응 억제 발견
조절 T세포 개념 확립
1995년
메리 브런카우
미국 시스템생물학연구소
FOXP3 유전자 발견
유전자 돌연변이 시 조절 T세포 결핍 규명
2001년
프레드 램스델
미국 소노마바이오테라퓨틱스
FOXP3 유전자 공동 발견
조절 T세포 치료제 개발 주도
2001년
특히 사카구치 교수는 1995년 당시 학계의 주류 이론을 거스른 연구를 수행했다. 당시 면역학의 주된 관심은 병원체를 공격하는 '공격적 면역'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그는 "몸이 자신을 공격하지 않도록 하는 또 다른 축이 존재한다"는 믿음으로 오랜 시간 연구를 이어갔고, 그 신념이 오늘날 면역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일본 닛케이는 사카구치 교수 생애를 "학계의 주류에서 벗어나 고생을 경험하면서도 자신의 본분인 '지식의 탐구'를 관철해 왔다"고 평가했다. 사카구치 교수는 다른 연구자가 떠난 뒤에도 연구에 매진했던 과거를 회상하며 "항상 연구가 임상에 적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20년 내 암 정복 가능"…사카구치 교수 자신감

사카구치 교수는 수상 직후 오사카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머지않아 암이라는 이 무서운 병도 고칠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며 "20년 정도면 거기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T세포가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동시에 암세포에 대한 면역반응도 억제한다. 비정상적인 암세포에 대해서도 백신처럼 면역반응을 만들 수 있으면 암에 대한 치료법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초연구를 했지만, 실제 병 치료나 예방으로 연결되는 것도 해나가고 싶다. 좀처럼 어렵다고 생각되는 질병도 치료법은 반드시 발견된다." — 사카구치 시몬 교수, 수상 기자회견
사카구치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암의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암세포는 조절 T세포를 방패처럼 악용해 면역체계가 종양 세포를 공격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종양 주변에 조절 T세포가 많이 모이면 암세포를 공격하려는 T세포의 활동도 억제되는 것이다.

암 vs 자가면역질환, 정반대 치료 전략 가능

이번 발견의 가장 큰 의의는 암과 자가면역질환에 대해 정반대의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자가면역질환에서는 FOXP3 양성 조절 T세포를 증강하고, 암에서는 종양 내 조절 T세포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조절 T세포 활용 치료 전략

자가면역질환 치료:
조절 T세포 기능 강화 → 과도한 면역 반응 억제
• 루푸스, 1형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등
• CAR-Treg 세포치료제 개발 중 (국내외 임상시험 진행)

암 치료:
종양 내 조절 T세포 억제 → 암세포 공격 면역 활성화
•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시 시너지 효과
• 종양 미세환경 내 조절 T세포 선택적 제거 기술 개발

장기이식:
조절 T세포 활용 → 거부 반응 예방, 이식 성공률 향상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제갈동욱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조절 T세포 수용체를 활용하면 루푸스, 1형 당뇨병,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증폭시킨 뒤 인위적으로 수용체를 발현하게 하는 CAR-Treg 세포를 이용한 임상시험이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상 적용 '성큼'…치료제 개발 진전

이번 노벨상 수상자 중 한 명인 프레드 램스델 박사는 조절 T세포 치료제 개발 기업 소노마바이오테라퓨틱스의 공동 창립자다. 램스델 박사는 "1990년대 후반, 2000년 무렵 이미 조절 T세포를 활용하면 자가면역질환 치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당시 유전자 치료나 세포 치료를 자가면역질환에 적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길은 있었지만 갈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실제 약으로 전환할 길이 보인다.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치료제 유형 개발 현황 적응증
CAR-Treg 세포치료제 임상 1상 진행 중
(소노마바이오테라퓨틱스)
류마티스 관절염
화농성 한선염
종양 내 Treg 억제제 CEACAM1 표적 치료제 개발
(KAIST 등 국내 연구)
신장암, 고형암
면역관문억제제 병용 다수 임상시험 진행 흑색종, 폐암 등
조절 T세포 유전자치료 전임상 및 초기 임상 IPEX 증후군
장기이식 거부반응
소노마바이오테라퓨틱스는 현재 류마티스 관절염 및 화농성 한선염을 대상으로 하는 조절 T세포치료제 'SBT-77-7101'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제약사 리제네론과의 공동 개발 프로그램도 보유하고 있다. 소노마 CEO 제프 블루스톤 박사는 "조절 T세포치료제가 난치성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도 활발…CAR-T·면역치료제 개발

국내에서도 조절 T세포를 활용한 암 치료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KAIST 박수형 교수 연구팀은 종양 내 조절 T세포를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단백질 'CEACAM1'을 발굴해 면역항암제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박수형 교수는 "종양 내 조절 T세포를 제어하는 치료는 많은 연구자가 관심을 가지는 분야이지만 아직 이를 이용한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은 실정"이라며 "이번 연구에서 발굴한 CEACAM1이 종양 내 조절 T세포의 제거 치료제 개발에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암센터는 지난 10년간 난치성 암환자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항암면역세포치료제인 T세포치료제의 개발 및 임상시험을 수행해왔다. 특히 CAR-T 세포치료제는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서 완치율을 25%에서 90%로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효과를 보였다.

전문가들 "면역학의 새 장 열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노벨상 수상이 면역학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성모병원 이주하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조절 T세포와 FOXP3의 발견은 기초 연구가 임상으로 이어지는 'Bench to Bedside'의 전형"이라며 "IPEX 같은 희귀질환 연구가 흔한 자가면역질환의 병인을 설명하는 열쇠가 된 것은 기초의학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완욱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조절 T림프구와 FOXP3 단백질을 평생 탐구한 끝에 면역 항상성의 원리를 규명한 업적"이라며 "2018년 면역관문억제제 연구에 이어, 이번 수상은 면역 활성과 면역 관용이라는 두 축의 균형이 인류 건강의 본질적 핵심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주지현 류마티스내과 교수 평가

"세 수상자는 '면역의 브레이크'를 찾아낸 인물들이다. 자가면역질환을 단순히 과잉 면역의 문제가 아니라, 면역의 균형을 잃은 상태로 재정의했다. 앞으로는 더 강한 면역억제제가 아니라 정교한 면역 조절 전략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핵심이 될 것이다."
노벨위원회 의장 올레 캄페 박사는 "올해의 수상은 '하나의 원리를 발견한' 데 대한 보상"이라며 "이 원리가 의학적으로 완전히 실현되기까지는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이미 면역학 전반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고 강조했다.

일본 30번째 노벨상…과학 강국 위상

사카구치 교수의 수상으로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 박사의 물리학상 이후 개인 29명과 단체 1곳을 포함해 총 30번째 노벨상 수상 기록을 세웠다. 일본의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사카구치 교수를 포함해 모두 6명으로 늘었다. 일본은 지난해 원폭 피해자 단체 '니혼히단쿄'가 평화상을 받은 데 이어 2년 연속 노벨상 수상국이 됐으며, 자연과학 분야 수상은 2021년 물리학상에 이어 4년 만이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 내역은 물리학상 12명, 화학상 8명, 생리의학상 6명, 문학상 2명, 평화상 2회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

조절 T세포의 발견은 단순히 새로운 세포를 찾아낸 것을 넘어 면역학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면역은 단순한 '공격 시스템'이 아니라 공격과 억제의 정교한 균형 위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이는 자가면역질환, 암, 장기이식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가능케 했다. 특히 사카구치 교수가 밝힌 "20년 내 암 정복 가능"이라는 전망은 조절 T세포 연구가 실제 임상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30년간 학계 주류를 거스르며 외로운 연구를 이어온 끝에 얻은 이 발견이, 마침내 인류의 난치병 정복이라는 결실로 이어질 날이 머지않았다.
박예현 기자 ※ 이 기사는 메디게이트뉴스, 한국일보, 헬로디디, 약사공론, 의협신문, 한국경제, 더바이오뉴스, 디지털투데이, 사이언스타임즈 등의 보도를 종합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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