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 10% 축소 속 넷마블 4종·엔씨 300부스...중국 급성장에 업계 위기감

<이미지 : 이해를 돕기 위한 AI생성>
■ 핵심 포인트
- 지스타 2025, 11월 13~16일 부산 벡스코 개최...규모 전년비 10% 감소
- 넷마블, 이블베인·나혼렙 등 신작 4종 112부스 규모 출품
- 엔씨소프트, 사상 첫 메인스폰서...300부스 최대 규모 참가
- 크래프톤, 블라인드스팟·인조이 등 신규 콘텐츠 국내 최초 공개
- 중국 게임시장 65조원 규모 급성장...한국 수출액 6.5% 감소
- 업계 "중국 시장 진출과 팬덤 운영이 생존 열쇠"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 2025'가 오는 11월 13일부터 16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하지만 전시 규모가 전년 대비 10% 축소되고 넥슨이 불참을 선언하는 등 업계의 관심이 예년만 못한 상황이다. 중국 게임산업의 무서운 성장세 속에서 한국 게임산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규모 축소에도 빅3 총출동...엔씨 사상 최대 300부스
지스타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지스타는 총 3,010부스 규모로 개최된다. 일반 관람객 대상 BTC 부스가 2,106개, 비즈니스 전시 BTB 부스가 904개로 구성된다. 이는 지난해 3,359부스와 비교해 약 10% 감소한 수치다.
규모 축소의 배경에는 국내 게임사들의 전략 변화가 있다. 올해 초부터 주요 게임사들은 미국, 중국, 독일, 일본, 대만 등 해외 게임쇼에 앞다퉈 신작을 출품하며 글로벌 인지도 제고에 집중했다. 반면 지스타에는 상대적으로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넥슨은 11월 '아크 레이더스' 출시, 카카오게임즈는 10월 24일 '가디스오더' 출시 등 하반기 신작 일정이 지스타 개최 시기와 맞지 않아 불참을 선택했다. 지난해 대규모 부스로 참여했던 넥슨의 빈자리가 올해 지스타의 흥행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씨소프트는 지스타 역사상 처음으로 메인 스폰서를 맡으며 화려한 복귀를 예고했다. 엔씨소프트는 BTC 전시관 내 단일 기업 최대 규모인 300부스의 전시 공간을 마련하고, 11월 19일 출시 예정인 'MMORPG 아이온2'를 중심으로 차세대 신작 타이틀 시연 환경을 구축한다.
넷마블, 신작 4종으로 승부수..."이블베인 첫 시연"
넷마블은 112부스, 145개 시연대를 통해 신작 4종을 대거 공개한다. 주목받는 라인업은 '프로젝트 이블베인', '나 혼자만 레벨업: KARMA', '일곱 개의 대죄: Origin', '몬길: STAR DIVE' 등이다.
특히 '프로젝트 이블베인'은 넷마블몬스터에서 개발 중인 3인칭 협동 액션 게임으로, 언리얼 엔진5 기반의 고퀄리티 그래픽과 근거리·원거리 무기를 실시간으로 교체하는 전투가 특징이다. 최대 4인이 팀을 이뤄 악마 군단과 맞서 싸우는 이 게임의 시연대가 마련되는 것은 이번 지스타가 처음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KARMA'는 로그라이트 액션 RPG로 모바일·PC 플랫폼으로 개발 중인 신작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하며, 원작에서 상세하게 묘사되지 않았던 '윤회의 잔'을 사용해 과거로 돌아간 성진우가 차원의 틈에서 보낸 27년간의 군주 전쟁 서사를 담고 있다.
'일곱 개의 대죄: Origin'은 전 세계 누적 판매 5,500만부 이상을 기록한 인기 만화 IP 기반 오픈월드 액션 RPG다. 콘솔·PC·모바일 플랫폼으로 내년 1월 28일 글로벌 출시 예정이며, 멀티버스 기반의 오리지널 스토리로 원작 캐릭터와 게임 전용 캐릭터를 만날 수 있다.
'몬길: STAR DIVE'는 '몬스터 길들이기' 후속작으로 3인 태그 전투와 몬스터 포획·합성 시스템이 특징이다. 신규 에피소드에서는 한국적 요소가 담긴 신규 지역과 한국 콘셉트의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크래프톤·웹젠도 참전...9년 연속 출전 이어가
9년 연속 지스타에 참여하는 크래프톤은 지난 8월 독일 게임스컴에서 호평받았던 '펍지: 블라인드스팟'과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의 새로운 콘텐츠를 국내 팬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크래프톤의 구체적인 출품작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딩컴 투게더', '서브노티카2' 등 신작 공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크래프톤은 올해를 배틀그라운드 이후 신규 프랜차이즈 IP 확장의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외에도 그라비티, 웹젠, 구글코리아 등이 제1전시장에 대형 부스를 마련한다. 지스타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국제 게임 콘퍼런스 'G-CON 2025'는 올해 '내러티브(서사)'를 주제로 드래곤 퀘스트, 파이널 판타지, 발더스 게이트 3 등 세계적 타이틀의 핵심 개발자들이 참여한다.
중국 게임산업의 무서운 성장..."한국 위협하는 수준"
한국 게임산업의 가장 큰 위협은 중국이다. 중국 게임산업 연례 회의에서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53% 성장한 3,257억 8,300만 위안(약 65조 원)을 기록했다. 게임 이용자 규모는 6억 7,4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0.94% 증가했다.
2025년 상반기에는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게임시장 매출은 1,680억 위안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4% 급성장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최고 성장률로, 시장 규모는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게임 유저 수 역시 6억 7,900만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며 중국 게임시장의 저변 확대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게임의 국내 진출도 거세다. 중국 게임사가 개발한 '버섯커 키우기'는 한국 시장에서만 1억 4,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체 수익의 31%를 차지했다. 게임사이언스가 개발한 AAA급 게임 '흑신화: 오공'은 지난해 8월 출시 첫 주에만 1,200만 장이 팔리며 한 달 만에 누적 2,000만 장 판매를 돌파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게임 축제에 출품된 중국 게임을 접했을 때 높은 수준에 놀랐다"며 "중국 게임의 경쟁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게임 수출 6.5% 감소...게임 이용률도 60% 아래로
한국 게임산업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4% 성장한 22조 9,642억 원으로 외형적 성장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내실은 다르다.
2023년 게임 이용률은 59.9%로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처음으로 60% 아래로 하락했다. 게임 수출도 전망이 부정적이다. 2023년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6.5% 감소한 83억 9,400만 달러(약 10조 9,576억 원)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의 하락세가 특히 아프다. 중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8.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한국 게임산업 총 수출액 86억 7,287만 달러(약 11조 원) 가운데 34.1%(약 4조 원)가 중국에서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시장 침체는 한국 게임산업에 치명적이다.
실제로 한한령(한류 금지령)이 발동되기 전인 2014~2016년에는 총 48개의 국산 게임이 중국 서비스를 허가받았지만,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 신규 서비스를 개시한 한국 게임은 단 1개도 없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개, 2개만이 중국 서비스에 성공했다.
위기 속 기회..."중국 진출과 팬덤이 생존 열쇠"
전문가들은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가 결국 중국 시장 진출과 팬덤 중심의 운영에 좌우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이 규모가 크고 이용자층도 넓은 시장인 만큼 하나의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5월 중국에 출시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다. 이 게임은 출시 직후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오르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고, 중국 로열티 매출이 연간 1조 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힘입어 '던전앤파이터' IP의 매출은 전년 대비 53% 급증했다.
시프트업은 대표 인기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를 중국에 출시한다. 최근 사전 예약자 수가 300만 명에 육박했으며, 퍼블리싱을 맡은 텐센트가 사전 예약자 목표를 800만 명으로 잡는 등 흥행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한국 게임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중국 수출을 확대·유지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에서 판호 등 민간이 해소할 수 없는 부분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한국 게임산업 현황과 과제
1. 시장 규모: 2023년 22조 9,642억 원 (전년비 3.4%↑)
2. 게임 이용률: 59.9% (2015년 이후 처음 60% 아래)
3. 수출액: 83억 9,400만 달러 (전년비 6.5%↓)
4. 중국 의존도: 전체 수출의 34.1% (중국 수출 8.4%↓)
다만 중국에서 게임을 출시하려면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이라는 규제의 불확실성을 견뎌야 한다. 발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심사 기간도 들쑥날쑥한 사례가 빈번하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중국의 게임 개발력은 이미 한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올라왔다. 그래픽, 기획력 등 다방면에서 훌륭하고 자금력도 뒤지지 않는다"며 "다만 중국 게임은 전반적으로 획기적인 것은 드물고 아이디어가 참신하진 않다. 이러한 점을 유의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영기 지스타조직위원장은 "21주년을 맞은 올해 지스타는 앞으로 20년간 게임 산업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이번 전시를 바탕으로 글로벌 게임 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함께 이끌고 게임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미래 비전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지스타 2025가 한국 게임산업의 체질 개선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엔씨소프트의 대규모 복귀와 넷마블·크래프톤의 야심작들이 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깨알소식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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