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모빌리티 로봇 '모베드' 양산 돌입…로봇 시장 공략 본격화
세계 최대 로봇 전시회서 양산형 첫 공개, 2026년 상반기 판매…美 7조 원 로봇공장·국내 125조 투자로 '모빌리티 3.0' 선점
핵심 요약
- 현대차·기아, 일본 IREX서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 양산형 최초 공개…2026년 상반기 판매 시작
- 자체 개발 DnL 모듈로 계단·경사로 자유 주행, 베이직·프로 2개 라인업으로 연구용·상업용 구분
- 현대차그룹, 미국에 연 3만대 규모 로봇공장 건설…총 260억 달러(36조 원) 투자
- 보스턴다이내믹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올해 말 조지아주 공장 시범 투입…2028년 상용화 목표
- 국내엔 향후 5년간 125조 원 투자…AI·로봇 육성으로 '자동차 50%·UAM 30%·로봇 20%' 매출 구조 전환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자체 개발한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을 양산 체제로 전환하고, 미국에 대규모 로봇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한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장에 투입하는 등 전방위 로봇 사업 확장에 나섰다.
현대차·기아는 3일 일본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세계 3대 로봇 전시회 중 하나인 '일본 국제 로봇 전시회 2025(IREX)'에서 차세대 자율주행 모빌리티 로봇 플랫폼 '모베드(Mobile Eccentric Droid, MobED)'의 양산형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2022년 CES에서 콘셉트로 처음 선보인 지 약 3년 만이다.
'지형의 한계 극복' 모베드, 어떤 로봇인가
모베드의 가장 큰 특징은 지형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이 독자 개발한 'DnL(Drive-and-Lift) 모듈'을 기반으로 4개의 독립 구동 휠과 편심 자세 제어 메커니즘을 갖췄다. 이를 통해 연석, 경사로, 방지턱 등 험난한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하며, 필요 시 차체를 들어 올려 장애물을 넘거나 수평을 유지할 수 있다.
현동진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 상무는 "모베드는 단순한 이동 플랫폼을 넘어 다양한 산업과 일상에서 활용 가능한 차세대 모빌리티 솔루션"이라며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사람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 구분 |
모베드 베이직 |
모베드 프로 |
| 용도 |
연구·개발용 플랫폼 |
상업용 자율주행 플랫폼 |
| 주요 기능 |
사용자 맞춤형 SW 적용 가능 |
AI 알고리즘·라이다·카메라 융합 센서 탑재 |
| 자율주행 |
별도 개발 필요 |
실내외 자율주행 기능 기본 탑재 |
| 활용 분야 |
대학·연구소 실험용 |
물류·배송·촬영·순찰 등 |
모베드는 너비 74cm, 길이 115cm의 컴팩트한 크기로 최대 속도 시속 10km, 1회 충전 시 최대 4시간 주행이 가능하다. 최대 적재중량은 47~57kg 수준이며, 상단에 마운팅 레일을 적용해 목적에 따라 다양한 탑모듈을 결합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로딩·언로딩·딜리버리·골프·브로드캐스팅·어반호퍼 등 6개 확장 모델이 함께 공개됐다.
美 36조 투자로 연 3만대 로봇공장 건설
현대차그룹은 모베드와 별도로 대규모 로봇 생산 인프라 구축에도 나섰다. 지난 8월 발표한 대미 투자 계획에서 현대차그룹은 향후 4년간 총 260억 달러(약 36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으며, 이 중 핵심이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공장 신설이다.
로봇공장 건설에는 약 50억 달러(7조 원)가 투입될 것으로 보이며, 외부 투자기업의 공동 참여도 검토 중이다. 신설 공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2021년 약 1조 원을 들여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주력 제품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로봇개 '스팟', 물류로봇 '스트레치' 등이 생산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로봇 투자 규모
미국: 260억 달러(36조 원) 투자, 연 3만대 로봇공장 + 제철·자동차 생산 확대
한국: 향후 5년간 125조 원 투자 (AI·로봇 신사업 50.5조 원, R&D 38.5조 원, 경상 투자 36.2조 원)
보스턴다이내믹스: 수만 대 로봇 구매 계약 체결 (스팟·스트레치·아틀라스), 미국 공장·물류센터 대량 투입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밝힌 3만대 규모를 초기 양산 목표를 고려한 현실적인 수치로 평가한다. 경쟁사인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1종으로만 2026년 5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은 여러 종류의 로봇을 생산하는 다품종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올해 말 공장 투입
현대차그룹의 로봇 전략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품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다. 춤추고 공중제비를 도는 영상으로 전 세계에 알려진 이 로봇이 마침내 산업 현장에 투입된다.
현대차는 올해 말 미국 조지아주 사바나의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아틀라스의 사전검증(PoC)을 시작한다. 초기에는 부품 순서를 지정하는 단순 작업부터 시작하지만, 머신러닝 기반의 아틀라스가 실제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임무 수행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4년 4월 공개된 신형 아틀라스는 기존 유압식에서 완전한 전기 구동으로 전환됐다. 전기 모터는 유압식보다 가벼우면서도 더 강력한 힘과 민첩성, 정교한 조작이 가능하다. 특히 머리와 몸통을 360도 회전할 수 있고, 무겁고 불규칙한 물체를 들어 올리고 다룰 수 있어 실용성이 크게 향상됐다.
보스턴다이내믹스 로봇 라인업
아틀라스(Atlas): 휴머노이드 로봇, 2025년 말 시범 투입 → 2028년 상용화 목표, 현대차그룹 수만 대 구매 예정
스팟(Spot): 4족 보행 로봇개, 현대차 공장 시스템 관리·품질 검사 투입 중
스트레치(Stretch): 물류로봇, 2022년 DHL과 공급 계약 체결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는 경쟁사에 뒤처지지 않는 시간 내에 현대차그룹 공장에서 조속히 기술 검증을 진행할 것"이라며 "향후 3~5년 내에는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125조 투자로 'AI·로봇' 미래 산업 육성
현대차그룹은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125조 2천억 원을 국내에 투입하며, 이 중 AI·로봇·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전동화·수소 등 미래 신사업에만 50조 5천억 원이 배정됐다.
현대차그룹은 AI 역량 강화를 위해 페타바이트(PB)급 저장 용량을 갖춘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피지컬 AI(Physical AI) 기술 검증을 위한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로봇 완성품 제조와 위탁생산(파운드리) 기능을 갖춘 공장을 짓고, 기존 자동차 부품 협력사의 로봇 부품 연구·개발을 지원해 공급망 전환을 유도할 방침이다.
| 투자 분야 |
금액 |
주요 내용 |
| 미래 신사업 |
50.5조 원 |
AI·로봇·SDV·전동화·수소 |
| R&D |
38.5조 원 |
핵심 모빌리티 기술 개발 |
| 경상 투자 |
36.2조 원 |
생산거점 효율화·GBC 건설 |
| 합계 |
125.2조 원 |
2026~2030년 (5년간)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룹의 향후 매출 비중을 자동차 50%, 도심항공교통(UAM) 30%, 로보틱스 20%로 채우겠다는 비전을 밝힌 바 있다. 로봇 사업이 전체 매출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구조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 격화
현대차그룹의 로봇 시장 진출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 이뤄졌다.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개발 중이며, 일론 머스크 CEO는 2025년에 1천 대 이상의 옵티머스를 테슬라 공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BMW는 미국 스타트업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2'를 미국 공장에 투입해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 로봇 기업 앱트로닉의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휴머노이드 로봇을 독일과 헝가리 공장에서 시험 운용 중이다.
중국도 적극적이다.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은 지능형 휴머노이드 로봇 '고메이트'를 2024년부터 여러 산업 분야에 적용하고 있으며, 지리자동차그룹은 중국 휴머노이드 전문기업 유비테크와 협력해 '워커 S' 로봇 시리즈를 지커 공장에 투입했다. 샤오펑은 자체 개발한 '아이언' 로봇을 2024년부터 전기차 생산 공정에 투입해 현장에서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휴머노이드 로봇 투입 현황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 2025년 말 조지아주 공장 시범 투입
테슬라: 옵티머스, 2025년 1천 대 이상 공장 투입 목표
BMW: 피규어AI '피규어 02', 미국 공장 시험 운용 중
메르세데스-벤츠: 앱트로닉 휴머노이드, 독일·헝가리 공장 시험 운용
중국 업체들: GAC '고메이트', 지리 '워커 S', 샤오펑 '아이언' 등 이미 현장 투입
자동차 업계가 생산 라인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는 이유는 원가 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다. 이미 글로벌 자동차 공장은 상당한 자동화를 이뤘지만,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자동화율 95%처럼 나머지 5%의 인간 작업 영역을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이미지 : 현대차 모비드 공식 페이지>
과제는 수익성과 상용화 시기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2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후 흑자를 거둔 적이 없다. 순손실은 2022년 2,540억 원에서 2023년 3,360억 원, 2024년 4,410억 원으로 계속 늘어났다. 2025년 1분기에도 1,2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부채비율도 479%까지 치솟았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2025년 6월까지 기업공개(IPO)를 약속했지만, 수익성 부진으로 상장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사재 2,400억 원을 투입했으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활용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아틀라스의 성공적인 상용화가 보스턴다이내믹스 IPO의 전제 조건이 될 것으로 본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본격화되고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해야 긍정적인 기업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30년까지 1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사건이 중요한 이유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 본격화는 단순히 신사업 진출을 넘어 '모빌리티 3.0'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다. 자동차에서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로봇으로 이어지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과감한 시도로 평가받는다. 특히 자체 개발 모빌리티 로봇 '모베드'의 양산 돌입과 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의 공장 투입은 한국 제조업의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익성 확보와 상용화 시기가 관건이며, 테슬라·중국 업체들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선점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