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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 중동
사망자 6000명설 속 100시간 넘게 통신 차단...트럼프, 머스크에 스타링크 지원 요청
이란, 47년 신정체제 '종말의 시계' 초읽기...트럼프 군사 개입 검토
2026.01.14 | 박예현 기자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47년간 유지되어 온 이란 신정체제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경제난에 분노한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사망자가 수백에서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란 정부가 전국적으로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정확한 피해 규모조차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위 현황: 16일째 전국 확산
이번 시위는 2025년 12월 28일 수도 테헤란의 그랜드 바자르에서 시작됐다. 이란 리알화가 사상 최저치인 달러당 142만 리알까지 폭락하고 식료품 가격이 전년 대비 72% 급등하자, 상인들이 가게 문을 닫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핵심 현황
시위 기간: 2025년 12월 28일 ~ 현재 (16일째)
시위 범위: 31개 주 전역, 585개 지역 이상
확인 사망자: 최소 648명 (IHR 집계)
비공식 추정: 최대 6,000명 이상 사망 가능성
체포자: 약 10,600명 이상
인터넷 차단: 1월 8일부터 100시간 이상 지속
처음에는 물가 인상에 대한 경제적 불만으로 시작됐지만, 시위는 빠르게 정치화됐다. 시위대는 "독재자에게 죽음을", "팔라비가 돌아올 것이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47년 신정체제의 종식과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시위가 과거와 다른 점은 이란 정권의 전통적 지지 기반이던 상인층이 주도한다는 것이다.
사상자 현황: 6,000명 사망설까지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이란인권(IHR)은 12일(현지시간) 기준 시위대 사망자가 최소 648명이라고 발표했다. 이 가운데 18세 미만 미성년자도 9명 포함돼 있다. 미국에 기반한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민간인과 군경을 포함해 544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사망자 추정치 논란
IHR은 "일부 비공식 추산에 따르면 6,000명 이상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영국 기반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1월 8~9일 이틀간 "이란 현대사 최대 규모의 학살이 자행돼 최소 12,000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정확한 사망자 수 파악이 어려운 것은 이란 당국이 1월 8일 저녁부터 전국적으로 인터넷과 통신망을 완전히 차단했기 때문이다. 테헤란의 한 의사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수도 내 6개 병원에서만 최소 217명의 사망자가 확인됐으며, 대부분 실탄에 맞아 숨졌다"고 전했다. BBC는 테헤란의 한 영안실에 시신 수백 구가 쌓여 있다는 증언을 보도했다.
시위 경과: 경제 불만에서 체제 전복 요구로
주요 경과
2025.12.28
테헤란 그랜드 바자르에서 상인 파업으로 시위 시작, 리알화 사상 최저치(달러당 142만 리알) 기록
2025.12.31
시위 전국 확산, 정부 건물 공격 발생, 당국 전국 휴무령 선포
2026.01.02
트럼프, 첫 군사 개입 경고 ("시위대 살해 시 미국이 구하러 갈 것")
2026.01.08
전국적 인터넷 블랙아웃 시작, 테헤란에 대규모 인파 운집
2026.01.11
트럼프, 머스크와 스타링크 지원 논의 발표
2026.01.12
트럼프, 이란 교역국에 25% 관세 부과 발표, 사망자 6,000명설 확산
미국의 대응: 군사 개입 검토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개입 의사를 밝혀왔다. 1월 2일 트루스 소셜에 "만약 이란이 평화로운 시위자들을 쏘고 폭력적으로 죽인다면, 미합중국이 그들을 구조하러 갈 것이다. 우리는 장전이 완료되었으며(locked and loaded) 출발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적었다.
"군에서 이 문제를 검토 중이며, 매우 강력한 선택지들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는 한 시간마다 (이란 상황을) 보고받고 있고, 결정을 내릴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월 1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 타격을 승인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방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광범위한 공격 옵션을 제시했으며, 공격 목표에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탄도 미사일 기지가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사이버 공격, 반정부 여론 지원, 군사 타격 등을 포함한 대응 방안에 대해 보고받을 예정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외교는 항상 대통령의 첫 번째 선택"이라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군사 옵션을 쓰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스타링크 지원: 통신 복구 시도
이란 정부가 100시간 넘게 인터넷을 차단하면서 시위대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됐다. 인터넷 감시단체 넷블록스에 따르면 이란의 외부 세계와의 연결성은 평소의 1~5% 수준까지 급락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와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를 통한 통신 복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능하다면 인터넷을 다시 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머스크 CEO와 통화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2022년 히잡 시위 당시에도 이란에 스타링크를 활성화한 바 있다.
스타링크 vs 이란 정부
이란 내 스타링크 사용자: 약 10만 명 이상 (밀수입 단말기)
이란 정부 대응: 군사급 전파 방해(재밍), 드론으로 안테나 수색·압수
머스크 조치: Direct to Cell 기능 무료 개방
러·중 지원설: 이란의 스타링크 차단에 기술 지원 의혹
그러나 이란 정부는 스타링크까지 차단하기 위해 군사 장비를 동원하고 있다. 인권단체 미안그룹의 사이버보안 전문가는 이란에서 스타링크 위성을 겨냥한 '군사급 전파방해(재밍)' 신호가 감지됐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은 테헤란 서부 지역에서 드론을 동원해 지붕 위 스타링크 안테나를 수색·압수하는 작전까지 펼치고 있다.
이란의 대응: 미군 기지 타격 위협
궁지에 몰린 이란 정권은 미국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날렸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미국이 개입할 경우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모든 미군 기지와 선박이 합법적 표적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우리는 이스라엘, 유럽, 그리고 미합중국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민생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는 결국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는 "우리는 적에게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폭도들은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한다"고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이란 검찰총장은 시위 참가자를 '신의 적(모하레베)'으로 규정했는데, 이는 이란법상 사형에 해당하는 범죄다. 실제로 테헤란 인근 카라즈에서 체포된 26세 남성 에르판 솔타니는 사형 선고를 받았다.
한편 이란 정부는 미국과의 대화 채널도 열어두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와 주말에 연락해 소통했으며, 대면 논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란은 핵 협상 재개 의사를 밝히며 군사적 타격 재고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국 반응 비교
| 국가/기관 |
입장 |
주요 조치 |
| 미국 |
군사 개입 검토 |
이란 교역국 25% 관세, 스타링크 지원 논의 |
| 이스라엘 |
적극 지지 |
모사드 "현장에서 시위대와 함께" 성명 |
| 영국·독일·프랑스 |
우려 표명 |
공동성명으로 이란 자제 촉구 |
| 중국 |
미국 비판 |
"내정 간섭, 미국 입지 약화시킬 것" |
| 유엔 |
폭력 중단 촉구 |
인터넷 차단·시민적 자유 침해 비판 |
전문가 분석: 신정체제의 종말?
전문가들은 이번 시위가 2009년 '녹색 운동'이나 2022년 '히잡 시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한다. 발리 나스르 미국 존스홉킨스대 중동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에 "이슬람 공화국이 궁지에 몰려 있고, 이란의 혁명은 이제 종말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오늘날 좀비 정권이다. 정당성, 이념, 경제, 최고 지도자들은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다."
— 카림 사드자드푸르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
이번 시위의 결정적 특징은 상인층의 참여다. 1979년 이슬람 혁명 당시 상인들이 샤 정권에 반기를 들어 혁명 성공의 핵심 동력이 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상인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중동 담당 분석가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이란 국민이 전반적인 좌절감과 피로감에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는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이란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며 현 정부가 "며칠 또는 몇 주 안에 무너질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다만 47년간 권력을 유지해온 신정체제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향후 전망: 협상과 군사 행동 사이
트럼프 행정부는 외교와 군사 옵션을 동시에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해 경제적 압박을 한층 강화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5년 1~11월 한국과 이란의 교역액은 1억 3,038만 달러 수준으로, 한국도 관세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에서 마두로 정권 축출에 성공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을 '다음 목표'로 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이미 1월 4일 "트럼프가 베네수엘라 이후 목표로 삼을 대상은 이란과 덴마크(그린란드)"라고 예측한 바 있다. 양국 모두 석유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란 사태는 중동 전체를 흔드는 대형 변수가 됐다. 이란 정권이 무너질 경우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헤즈볼라, 후티 반군 등 친이란 무장세력의 운명도 불투명해진다. 반면 이란이 미국의 압박에 굴복해 핵 협상에 나설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외 정책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이란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는 이란 당국이 인터넷을 차단한 것이 "학살을 준비하는 중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19년 반정부 시위 때 이란 정권은 인터넷을 차단한 뒤 3일 만에 1,500명을 사살한 전례가 있다. 47년 신정체제의 운명은 앞으로 수일 내에 결정될 수도 있다.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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