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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 사회
李 대통령 "생리대, 정부가 위탁생산해 무상 공급"...OECD 최고가 논란 정면 돌파
국무회의서 "해외보다 40% 비싼데 싼 건 왜 안 만드나"...공정위, 주요 업체 3사 현장조사 중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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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21
이재명 대통령이 OECD 최고 수준인 국내 생리대 가격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며 정부 차원의 위탁생산과 무상 공급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고급화라는 명분 아래 생필품에 바가지를 씌우고 있다"며 기업들을 향한 직격탄도 날렸다. 한 달 전 업무보고에서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구체적인 해법까지 주문한 것으로, 생리대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핵심 포인트
1) 이 대통령, 20일 국무회의서 생리대 위탁생산/무상공급 검토 지시
2) 한국 생리대 가격,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해외보다 약 40% 비싸
3) 공정위, 유한킴벌리/LG유니참/깨끗한나라 3사 담합 여부 현장조사 중
4) 성평등가족부, 2026년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지원금 연 16만8천원으로 확대
"바가지 씌우는 데 세금만 보태주는 꼴"...시장 개입 예고
이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2회 국무회의에서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을 향해 "생리대는 우리나라가 해외보다 40% 가까이 비싼 게 사실인가 본데, 싼 것도 만들어서 팔아야 가난한 사람도 쓸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어 "(생리대가) 고급화해서 비싸다고 주장한다면서요. 그렇다면 싼 건 왜 생산을 안 하나"라고 지적했다.
"아주 기본적인 품질을 잘 갖춘 것을 써야지, 지금은 너무 부담이 크고 정부에서 지원해 주면 속된 말로 바가지를 씌우는 데 돈만 주는 꼴이다. 아예 위탁 생산해서 무상 공급하는 것도 검토해 보라."
- 이재명 대통령, 제2회 국무회의(2026.1.20)
이 대통령은 생리대 생산 기업들을 향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고급이라는 이유로 바가지를 씌우는 것을 그만두고, 가격 낮은 표준 생리대도 살 기회를 줘야 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런 제품이 아예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 하면 국가 기구가 개입을 해야 한다"며 정부의 시장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 생리대 가격, OECD 38개국 중 '최고'
국내 생리대 가격이 유독 비싼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여성환경연대가 2023년 국내외 일회용 생리대 가격을 조사한 결과, 국내 생리대 개당 평균 가격은 해외보다 195.56원(39.55%) 더 비쌌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서도 국내 생리대 개당 평균 가격은 331원으로, 미국/일본(181원), 프랑스(218원), 캐나다(202원), 덴마크(156원)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국가 |
개당 평균가(원) |
한국 대비 |
| 한국 |
331원 |
기준 |
| 프랑스 |
218원 |
-34% |
| 캐나다 |
202원 |
-39% |
| 미국 / 일본 |
181원 |
-45% |
| 덴마크 |
156원 |
-53% |
※ 자료: 한국소비자원, 여성환경연대
가격이 비싼 배경으로는 독과점 구조가 지목된다. 국내 생리용품 시장은 유한킴벌리(42.7%)와 LG유니참(19.9%), 깨끗한나라(5.5%) 등 3개 업체가 약 68%를 차지하고 있다.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논란 이후 유기농/프리미엄 제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가격이 더 올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 생리대 3사 담합 여부 현장조사 착수
이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12월 19일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국산 생리대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39% 비싸다. 국내 기업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요청한 바 있다.
공정위는 대통령 발언 나흘 만인 12월 23일부터 유한킴벌리, LG유니참, 깨끗한나라 등 주요 생리대 업체 3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의 생리대 가격이 담합이나 시장지배력 남용에 따른 것인지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유기농 소재 등을 사용했다고 표기한 고가 제품들이 실제로 해당 자재를 사용해 제조됐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생리대 가격 조사 경과
2025.12.19
성평등가족부 업무보고에서 이 대통령 "생리대 39% 비싸다" 지적, 공정위 조사 요청
2025.12.23
공정위, 유한킴벌리/LG유니참/깨끗한나라 3사 본사 현장조사 착수
2026.01.20
이 대통령, 국무회의서 정부 위탁생산/무상공급 검토 지시
향후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시정조치/과징금/검찰 고발 가능
스코틀랜드는 전면 무상, 뉴질랜드는 학생 무상
해외에서는 이미 생리대를 공공재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스코틀랜드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모든 여성에게 생리용품을 무상 제공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역센터, 청소년 클럽, 약국 등 지정된 공공장소에 생리용품이 무료로 비치된다. 법안 시행에는 매년 약 2,410만 파운드(약 356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뉴질랜드도 2021년부터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생리용품을 무상 제공하고 있다. 저신다 아던 당시 총리는 "9세부터 18세 여학생 약 9만5천 명이 위생용품을 살 형편이 안 돼 집에 머물고 있다"며 추진 배경을 밝혔다. 영국도 2020년부터 학교에서 생리용품을 무상 제공하고 있으며, 생리용품에 부과하던 '탐폰세'를 폐지했다.
주요국 생리대 지원 정책
스코틀랜드 2020년 세계 최초 전 국민 무상 공급 법제화 (연 356억원 투입)
뉴질랜드 2021년 초/중/고교 학생 무상 제공 시행 (연 200억원 투입)
영국 2020년 학교 무상 제공 + 탐폰세(부가세) 폐지
한국 2004년 부가세 면제 + 저소득층 청소년 바우처 지원(연 16만8천원)
"깔창 생리대" 7년...정부 지원은 저소득층 청소년에 한정
한국은 2004년부터 생리대에 붙는 부가가치세 10%를 면제했지만, 가격은 여전히 OECD 최고 수준이다. 2016년 "생리대가 너무 비싸 신발 깔창을 대신 사용한다"는 취약계층 여학생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사회적 공분이 일었고, 정부는 2018년부터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생리대 바우처 지원을 시작했다.
성평등가족부는 올해부터 여성 청소년(만 9~24세) 생리용품 지원 사업을 개편해, 신청 시점에 상관없이 연간 16만8천원을 전액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다만 지원 대상이 저소득층에 한정돼 있어 "모든 여성에게 필수품인 생리대를 공공재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격 안정과 무상 제공 확대, 월경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논의가 본격화돼야 한다. 대형 제조사 몇 곳이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독과점 구조에 대한 공적 개입과 안전성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
- 안현진, 여성환경연대 여성건강팀장
'표준 생리대' 도입 가능성...시장 구조 변화 불가피
이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가격 문제 제기를 넘어 정부의 직접 개입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돈을 대주는 것 말고 생리대를 주자"는 발언은 기존 바우처 지원 방식에서 현물 지급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기본적인 품질을 갖춘 생리대를 싸게 만들어 무상 공급하는 것을 연구해볼 생각"이라며 일종의 '표준 생리대' 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정부가 직접 위탁생산에 나서면 기존 생리대 시장의 가격 구조와 경쟁 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향후 전망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라 생리대 업체들에 대한 시정조치나 과징금 부과, 심각한 경우 검찰 고발까지 가능하다. 담합이나 허위 표시 광고가 확인되면 기업들은 상당한 제재를 받게 된다. 동시에 성평등가족부를 중심으로 정부 위탁생산 및 무상 공급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업들의 반발과 예산 확보 문제 등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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