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름은 내가 지었다"...신천지-보수정당, 20년 '커넥션' 의혹의 실체

<이미지 : 신천지 내 홍보용 유튜브 정지화면>
정치 / 종교
"새누리당 이름은 내가 지었다"...신천지-보수정당, 20년 '커넥션' 의혹의 실체
2002년부터 시작된 정치 침투 · 조직적 당원 가입 문건 · 홍준표 "뿌리 깊다" 발언
핵심 포인트
1) 2007년 "신도 1만 670명 한나라당 당원 가입" 지시 문건 외부 노출
2) 전 섭외부장 "이만희, 새누리당 당명 자기가 지었다고 설교"
3) 홍준표 "신천지가 국민의힘에 침투한 뿌리, 오래됐다"
4) 검경 합수본, 2021년 대선경선 직전 "수만 명 조직 입당" 수사 중
"새누리당 당명은 내가 지어 준 것이다." 2012년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한 직후,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설교 강단에서 했다는 발언이다. 신천지에서 12년간 활동하며 섭외부장까지 지낸 김종철 씨의 증언이다.
'새'는 한자로 '신(新)', '누리'는 '천지(天地)'. 새누리는 곧 신천지를 의미한다는 해석이 당시부터 제기됐다. 신천지 측은 이를 부인하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이만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2020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진위 여부와 별개로, 신천지와 보수정당의 관계는 최근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정교유착' 수사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20년이 넘는 의혹의 타임라인을 추적했다.
2002~2003년: 정치 침투의 '씨앗'
신천지의 정치권 접근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됐다. 2002년 대선 당시, 신천지 전국청년회장을 지낸 차 모씨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중앙선대위 청년위원회 직능단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신천지 교리를 가르치던 '하늘사다리 문화센터' 대표이기도 했다.
이듬해인 2003년, 신천지 내부에서는 '서청원 대표 최고위원 경선 지원 계획'이라는 문건이 작성됐다. 전국 신도 2,500여 명을 동원해 50만 명에게 전화 선거 운동을 벌이고, '청원사랑'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홍보한다는 내용이었다. 같은 해 6월, 부산 구덕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전당대회에 신천지 신도 400명을 동원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공문도 확인됐다.
전당대회 3개월 후
2003년 9월, 서청원 의원은 과천 관문체육관에서 열린 차씨의 결혼식에서 주례를 맡았다.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이경재 의원의 화환도 도착했다. 이 결혼식은 '신천지 20주년 수장절 기념 예배'와 함께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6~2007년: 박근혜-이만희 '같은 테이블'
2006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탈북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가 개최한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사진으로 남았다. 국민일보가 보도한 이 사진은 이후 신천지-박근혜 연결고리의 핵심 증거로 반복 인용됐다.
2007년에는 결정적 문건이 외부로 유출됐다. '신천지 대외활동 협조 안내'라는 제목의 이 문서에는 "한나라당 특별 당원으로 한시적으로 가입하여 (이방 사람들의 핍박을 이기기 위해) 준비하고자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신도 1만 670명의 한나라당 당원 가입을 조직적으로 지시한 것이다.
신천지-보수정당 의혹 타임라인
2002년 신천지 청년회장, 이회창 선대위 청년위 직능단장 활동
2003년 서청원 경선 지원 문건 작성, 신도 2,500명 동원 계획
2006년 박근혜-이만희 같은 테이블 사진 촬영
2007년 신도 1만 670명 한나라당 당원 가입 지시 문건 노출
2010년 차씨, 한나라당 비상근 부대변인 임명
2012년 새누리당 당명 변경, 이만희 "내가 지었다" 발언 논란
2012년 황길중 신천지 장로, 박근혜 캠프 자문위원 활동
2021년 이만희, 국민의힘 당원 가입 지시 (전 청년회장 증언)
2023년 신도 150여 명 국민의힘 입당 명단 합수본 확보
2012년: "새누리 = 신천지" 논란
2012년 2월 13일, 한나라당은 15차 전국위원회에서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유승민 의원은 의총에서 반대 의견을 냈다. "새누리당이란 이름은 특정 종교의 느낌이 나는데다, 심지어 목사님들도 이단 논란이 있는 '신천지 교회 같다'며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정미경 전 의원은 2016년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이라는 당명이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가 공천에서 탈락했다"고 밝혔다. 당시 유승민 의원만이 자신의 주장에 동조했다고도 했다.
김종철 前 신천지 섭외부장 증언 (2017년 CBS '싸이판')
"2012년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하자, 이만희 총회장이 그 주 설교에서 '이건 내가 지어 준 것이다'라고 말했다. 당시 본인은 물론 모든 교인들이 흥분했다. 당명 공모 투표에 신천지 교인들이 조직적으로 참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김종철 씨에 따르면, 섭외부는 신천지 내에서도 요직으로 꼽히는 부서로, 이만희 총회장과 직접 대화하고 보고할 수 있는 위치다. 정치인 등 유력 인사들과 접선하고 연결 고리를 만드는 일을 맡았다. 그는 "이만희 총회장이 경상북도 청도 출신으로, 한나라당 골수팬"이라며 신천지가 여당과의 관계에 공을 들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신천지·국민의힘 측 반박
• 신천지: "총회장이 새누리당 당명을 지은 적 없고, 그런 발언을 한 적도 없다"
• 이준석 (당시 비대위원): "당명 결정 회의에 있었다. 국민 공모로 결정됐고 '이만희' 이름으로 들어온 것은 없었다"
• 검찰: 2020년 11월 "고소인 주장만으로 혐의 인정 부족, 증거 없다" 무혐의 처분
2020년: '박근혜 시계' 논란
2020년 3월 2일, 코로나19 확산 사태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가평 신천지 연수원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만희 총회장. 그의 손목에는
'박근혜'라는 글씨가 새겨진 금장 시계가 차고 있었다. 미래통합당이 이만희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황에서, 당시 새누리당 대표였던 박근혜 이름이 새겨진 시계를 차고 나온 것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거나 그에 준하는 행사에서 대상자 성격에 따라 대통령 손목시계를 선물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만희가 찬 시계와 같은 디자인을 제작하지 않았다"며 가짜라고 주장했다. 제조사 로만손도 가짜라고 공식 발표했다. 신천지 측은 "한 신도가 선물한 시계로, 정치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2025~2026년: 합수본 수사, 홍준표 "뿌리 깊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신천지가 국민의힘에 침투한 뿌리는 오래됐다"고 발언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의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꿀 당시 "참 이상하게 생각했다"고도 밝혔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현재 신천지의 정교유착 비리를 수사 중이다. 2019~2022년 신천지 청년회장을 지낸 유 모씨는 "2021년 3월쯤 이만희 총회장이 국민의힘 당원 가입을 지시했다"며 "전국에서 음성적으로 가입이 시행돼 수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증언했다. 2021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선출된 경선이 진행된 시기다.
검경 합수본 수사 현황 (2026년 1월 기준)
• 차 모씨 (신천지 前 전국청년회장, 2010년 한나라당 부대변인) 참고인 소환
• 유 모씨 (2019~2022 청년회장) "2021년 이만희 지시로 수만 명 조직 입당" 진술
• 이 모씨 (이만희 경호원 출신) 2023년 국민의힘 입당 신도 150여 명 명단 제출
• 신천지 측: "일부 자발적 참여, 공식 지시 아냐...수사 결과로 밝혀질 것"
이만희 총회장의 경호원 출신 이 모씨는 "신천지 구조상 이 총회장의 재가 없이 정당 가입 활동을 할 수 없다"며 "2023년엔 내가 지시를 받아 실무를 맡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교단 수뇌부가 윤 전 대통령이 잘돼야 교회에 도움이 된다며 신도들에게 투표를 강요했다"고도 밝혔다.
20년의 의혹, 진실은 어디에
황우여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신천지 교인들의 당원 가입설 취재 당시 "이단이든 삼단이든 다 우리 국민 아니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CBS 대기자 출신 변상욱 YTN 앵커는 "당세를 늘리려는 당시의 여당과 정치권에 접근해 안전판을 마련하려는 신천지가 만나는 바람에 신천지 당원들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당명을 이만희가 지었는지는 검찰 수사로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신천지가 보수정당에 조직적으로 접근하고, 당원 가입을 지시하고,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정황은 여러 문건과 증언으로 확인되고 있다. 합수본의 수사가 어디까지 진실을 밝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관련 법적 현황: 이만희 총회장은 2022년 대법원에서 횡령·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코로나19 방역 방해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현재 검경 합수본은 신천지의 정교유착 전반을 수사 중이며,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정치권 침투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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