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 텍사스 민주당위원 유세모습>
텍사스서 민주당 압승...30년 만의 대이변, 무너진 '트럼프 세계관'
ICE 총격 사건 후폭풍에 지지율 36%까지 추락...공화당 텃밭 텍사스서 31%p 스윙, 11월 중간선거 '적신호' 2026년 2월 4일|
핵심 포인트
- 텍사스 상원 9구 보궐선거, 민주당 테일러 레멧 57.2% 대 공화당 리 웜스건스 42.8%...14%p 차 압승 - 해당 지역구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17%p 우세...1년 만에 31%p 스윙 발생 - 1992년 이후 30년 만에 텍사스에서 민주당 주 상원의원 탄생...트럼프 직접 지지 후보 참패 - 트럼프 지지율 36~39%로 2기 최저치...CNN 조사 비지지율 63%로 역대 최고 - ICE 미니애폴리스 총격 사건 이후 전국 1,000건 이상 시위...그래미 시상식서도 'ICE OUT' 물결 - 연방 하원 의석 공화 218 대 민주 214...단 2석 차로 다수당 지위 위태 |
이번 패배는 단순한 한 건의 보궐선거 결과로 끝나지 않는다. ICE(이민관세집행국) 총격 사건으로 촉발된 전국적 분노,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대통령 지지율, 그리고 연이은 선거 패배가 만들어낸 복합적 위기가 공화당을 덮치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9개월 앞둔 시점에서 터진 이 '텍사스 충격'이 트럼프 정권의 향방을 어디로 몰아갈 것인지, 워싱턴 정가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텍사스 상원 9구, 30년 공화당 아성 무너지다
2월 1일 실시된 텍사스 주 상원 9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테일러 레멧(Taylor Lemett) 후보가 57.2%의 득표율로 공화당 리 웜스건스(Lee Wormsgans) 후보(42.8%)를 14.4%포인트 차이로 꺾었다. 텍사스에서 민주당 소속 주 상원의원이 탄생한 것은 1992년 이후 처음이다. 30년 넘게 공화당만 이겨 온 지역에서,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서 직접 지지를 선언한 후보가 참패한 것이다.충격의 핵심은 '스윙 폭'에 있다. 2024년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이 지역구에서 17%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1년여 만에 민주당 쪽으로 31%포인트가 이동한 것이다. 미국 정치사에서 이 정도 규모의 스윙은 극히 이례적이며, 단순한 지역 변수로는 설명되지 않는 구조적 이탈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2월 1일 텍사스 보궐선거 결과 | ||
| 구분 | 주 상원 9구 | 연방 하원 18구 |
| 민주당 후보 | 테일러 레멧 (57.2%) | 크리스천 메네피 (68.4%) |
| 공화당 후보 | 리 웜스건스 (42.8%) | 어맨다 에드워즈 (31.6%) |
| 격차 | 민주당 +14.4%p | 민주당 +36.8%p |
| 2024 대선 결과 | 트럼프 +17%p | 민주당 우세 지역 |
| 스윙 폭 | 31%p (공화→민주) | - |
| 의미 | 30년 만에 민주당 주 상원의원 | 민주당 의석 유지 |
ICE 총격 사건, '이민 강경책'이 부메랑이 되다
이번 선거 결과를 이해하려면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26년 1월 7일,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 조나단 로스가 르네 니콜 굿(Renee Nicole Good, 37세)을 총격 사살했다. 굿은 불법체류자가 아닌 미국 시민권자였고, 시인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였다. 당시 ICE는 2,000명의 요원을 투입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이고 있었다.트럼프 행정부와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노엠은 즉각 굿을 '전문 선동가'로 규정하며 "의도적으로 ICE 요원에게 차량을 돌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영상은 정부의 설명과 달랐다. 현장 목격자들의 증언과 영상 증거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에 정면으로 배치됐고,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분노는 전국으로 번졌다. 1월 10~11일 양일간 미국 전역에서 1,000건 이상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미니애폴리스 시장 제이콥 프라이는 ICE에 "미니애폴리스에서 당장 나가라"고 공개 요구했다. 1월 24일에는 항의 시위 도중 알렉스 프레티(Alex Pretti, 37세)가 사망하면서 분노가 재점화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니애폴리스 ICE 작전 지휘관을 교체하고 '국경 차르' 톰 호먼을 미네소타에 급파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이미 여론은 돌아선 뒤였다.
| ICE 총격 사건 주요 경과 | |
| 날짜 | 경과 |
| 1월 6~7일 | ICE 요원 2,000명 투입, 미니애폴리스 대규모 단속 작전 |
| 1월 7일 | ICE 요원 조나단 로스, 미국 시민권자 르네 니콜 굿(37) 총격 사살 |
| 1월 8일 | 트럼프-노엠, 피해자를 '전문 선동가'로 규정...영상 증거와 배치 |
| 1월 10~11일 | 전국 1,000건 이상 항의 시위 발생 |
| 1월 24일 | 시위 도중 알렉스 프레티(37) 사망...2번째 사망자 |
| 2월 1일 | 그래미 시상식서 'ICE OUT' 배지 시위...텍사스 보궐선거 민주당 압승 |
그래미에서 올림픽까지...'ICE OUT' 물결
텍사스 선거와 같은 날인 2월 1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시상식은 정치적 항의의 무대가 됐다. 빌리 아일리시, 배드 버니, 저스틴 비버, 레이디 가가, 헤일리 비버 등 주요 아티스트들이 'ICE OUT' 배지를 착용하고 레드카펫에 등장했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래퍼 배드 버니는 수상 소감에서 "우리는 야만인도 외계인도 아니다. 우리는 미국인이자 인간이다. 사랑은 증오보다 강하다"고 발언했다.올리비아 딘은 "이민자의 손녀로서 이 자리에 선다"고 선언했고, 셔부지는 "이민자들이 이 나라를 세웠다"고 말했다. 켈라니는 ICE를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할리우드와 음악 산업 전반이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한 집단적 반발에 나선 것이다. 밀라노 동계올림픽에서는 미국 선수단이 원래 'Ice House(아이스 하우스)'로 명명됐던 선수촌 시설 이름을 'Winter House(윈터 하우스)'로 변경하기까지 했다. 'ICE'라는 단어 자체가 정치적 낙인이 된 것이다.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58%가 ICE의 이민 단속이 "도를 넘었다"고 응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 지지율은 지난해 2월 50%에서 올해 39%로 11%포인트 급락했다.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이민 강경책이 오히려 최대 약점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지지율 36%, '바닥 없는 추락'의 위험 신호
트럼프의 지지율은 2기 들어 가장 위험한 수준까지 내려갔다. CNN/SSRS 조사에서 지지율 37%, 비지지율 63%를 기록했다. 이 63%라는 비지지율은 1기와 2기를 통틀어 역대 최고치다. NPR/PBS/매리스트 조사에서는 38%, 아틀라스인텔 조사에서는 39.3%를 기록했다. 어떤 조사를 보든 36~39% 범위에 갇혀 있으며, 이는 2기 출범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트럼프 지지율 추이 (2025~2026) | ||
| 시기 | 지지율 | 비지지율 |
| 2025년 2월 (취임 초) | 약 47~50% | 약 50~53% |
| 2025년 12월 | 39.3% (아틀라스인텔) | 59.6% |
| 2026년 1~2월 | 36~39% (2기 최저) | 61~63% (역대 최고) |
| 경제 분야 지지율 | 31% | - |
| 이민 정책 지지율 | 39% (전년 50%에서 하락) | - |
| 무당파 지지율 | 27% | 67% |
연패의 공화당...뉴욕, 뉴저지, 마이애미, 그리고 텍사스
텍사스 보궐선거 패배는 독립된 사건이 아니다. 2025년 11월 뉴욕 시장 선거와 뉴저지,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2025년 12월에는 트럼프의 정치적 본거지인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시장 선거에서까지 민주당이 이겼다. 그리고 2026년 2월, 텍사스에서 30년 만의 이변이 터졌다. 공화당의 패배가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국적 추세라는 점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공화당 연패 기록 (2025~2026) | |
| 시기 | 선거 결과 |
| 2025년 11월 | 뉴욕 시장,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선거 민주당 승리 |
| 2025년 12월 | 마이애미 시장 선거 민주당 승리 (트럼프 본거지 플로리다) |
| 2026년 2월 | 텍사스 주 상원 보궐선거 민주당 압승 (30년 만의 이변) |
11월 중간선거, 그리고 '탄핵'이라는 단어
2026년 11월 중간선거에서는 연방 하원 435석 전석, 상원 100석 중 35석, 주지사 50명 중 36명이 걸려 있다. 현재 하원에서 공화당은 218석 대 214석으로 간신히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단 2석만 뒤집히면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하게 된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살얼음판(thin ice)' 위에서 의회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민주당전국위원회(DNC) 의장 켄 마틴은 텍사스 결과 직후 "트럼프가 17%포인트 차이로 이긴 곳에서 공화당이 졌다면, 어떤 공화당 의석도 안전하지 않다"고 선언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이 이 연속적 승리를 근거로 중간선거에 대한 낙관론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워싱턴 정가에서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탄핵'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이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최근 "중간선거에서 지면, 저들은 나를 탄핵할 이유를 찾아낼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미 헌법상 탄핵 소추는 하원 과반수로 발의되고, 유죄 인정(파면)에는 상원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상원은 공화당 53석 대 민주당 47석이기 때문에, 설령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더라도 상원에서의 파면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 전문가 분석 트럼프는 1기 재임 중 두 번 탄핵을 당했다.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폭동 사건으로 하원에서 탄핵 소추됐으나, 두 번 모두 상원에서 무죄 평결을 받았다. 현재 엡스타인 연루 의혹, 그린란드 병합 발언, 베네수엘라 공습, ICE 총격 사건 등 여러 논란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지만, 상원의 정치적 구도가 바뀌지 않는 한 실제 파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다만 1기와 달라진 점은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공화당 의원이 오바마케어 연장, 국방 예산 등에서 트럼프 노선에 반대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
트럼프의 반응, 그리고 공화당의 딜레마
텍사스 패배 직후 트럼프는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 텍사스 지역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17%포인트 차이로 이긴 곳에서 어떻게 졌느냐"며 스스로 모순된 반응을 보였다. 트루스소셜에서 공개적으로 지지를 선언했던 사실도 이미 기록에 남아 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선택적 거리두기'는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가 더 이상 공화당 후보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불편한 현실을 반영한다.공화당의 딜레마는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에게 밀착하면 이탈하는 무당파와 온건파를 잃고, 트럼프와 거리를 두면 핵심 지지층인 MAGA 유권자가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다. 텍사스에서 공화당 투표율이 유독 낮았던 것은 후자의 위험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단 1명의 이탈표만으로도 법안 통과가 좌절되는 상황에서 당내 결속을 유지해야 하는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한국에 미칠 영향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약화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지율 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인다. 국내에서 지지율 반등이 어려울 때 외교-안보 분야에서 성과를 추구하거나, 반대로 더욱 강경한 국내 정책으로 핵심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것이다.전자의 경우,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이나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의 유연한 태도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한국산 자동차와 반도체에 대한 관세 강화, 주한미군 분담금 증액 압박 등이 예상된다. 이미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 가구당 1,200달러의 추가 부담을 낳은 상태에서, 경제적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정치적 압박이 한국을 비롯한 교역국에 대한 통상 압력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민주당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탈환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추진력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입장에서는 일방적 통상 압력에 대한 의회 차원의 견제가 작동할 수 있어, 오히려 숨통이 트일 여지가 있다. 다만 미국 정치의 불확실성 자체가 확대되면서, 한미 동맹의 안정적 운용에는 더 큰 외교적 역량이 요구될 전망이다.
텍사스의 투표함이 던진 메시지는 명확하다. 트럼프의 '무적의 정치적 브랜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 ICE 총격 사건은 이민 강경책의 한계를, 연이은 선거 패배는 공화당 지지 기반의 균열을, 급락하는 지지율은 무당파의 대규모 이탈을 보여주고 있다. 11월까지 9개월. 트럼프가 이 추락을 반전시킬 카드를 찾을 수 있을지, 아니면 2026년이 그의 정치적 전환점으로 기록될지,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