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 기사의 이해차 AI생성>
"공사비 아끼려다 죽음의 둔덕" - 감사원, 무안공항 참사 키운 콘크리트 구조물의 실체 확인
국토부, 2003년 취약성 검토 없이 콘크리트 둔덕 설치 결정…8개 공항 14개소에 동일 문제. 2007년 보완 요청에도 22년간 방치
핵심 포인트
1. 감사원, 3월 10일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보고서 발표.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핵심 원인인 콘크리트 둔덕은 공사비 절감을 위해 취약성 검토 없이 설치됐다고 공식 확인
2. 국토부, 공사비 아끼려 지방공항 활주로 종단에 자연 경사 그대로 허용 → 로컬라이저 설치 높이 차 발생 → 콘크리트 기초 및 둔덕으로 보완. 무안공항 둔덕 높이 2.4m, 제주공항 기초구조물 높이 5.1m
3. 동일 문제 전국 8개 공항(무안·김해·여수·사천·광주·포항·제주·김포), 14개소에서 확인. 인천공항은 활주로 평평하게 건설해 둔덕 불필요
4. 국토부 2003년 설치 결정, 2007년 한국공항공사(KAC) 보완 요청 무시, 2009년 제정한 안전 규정 3년 만에 폐지, 2019~2024년 KAC가 오히려 콘크리트 보강. 22년간 방치
5. 감사원, 징계·문책 3건 포함 총 30건 지적. 중증 우울증 치료 이력 숨기고 운항한 조종사 62명·관제사 35명도 확인. 국토부는 "감사 결과 겸허히 수용" 입장
|
1. 감사원이 밝힌 '죽음의 둔덕' 탄생 과정
감사원은 3월 10일 공개한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보고서를 통해 2024년 12월 29일 179명이 숨진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인 콘크리트 둔덕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결론은 하나였다. 안전이 아닌 공사비 절감이 우선이었다.
로컬라이저(LLZ)는 전파를 발사해 착륙하는 항공기에 활주로 중심선의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는 항행안전시설이다. 전파 송신을 원활하게 하려면 활주로 최상단부보다 높은 위치에 설치해야 한다. 또 항공기가 충돌할 경우를 대비해 국제 기준상 반드시 쉽게 부러지는 '취약 구조'로 만들어져야 한다. 인천공항의 경우 활주로를 처음부터 평평하게 건설했기 때문에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한 높은 기초 구조물이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 무안공항 등 일부 지방공항은 달랐다. 국토교통부는 공항 건설 당시 토공사 물량을 줄여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활주로와 종단안전구역에 원래 지형에 가까운 경사를 그대로 남겨두는 방식을 선택했다. 문제는 이렇게 경사가 남아 있으면 로컬라이저를 활주로 최상단부보다 높이 올려야 하는데, 그 높이 차를 메우기 위해 콘크리트 기초 구조물과 둔덕을 쌓아 올린 것이다.
콘크리트 둔덕이 만들어진 구조 - 감사원 설명
정상적인 공항 (인천공항): 활주로를 평평하게 건설 → 로컬라이저 설치 높이차 최소 → 취약 구조 기초만으로 충분
문제 공항 (무안 등): 공사비 절감을 위해 활주로 종단에 자연 지형 경사 그대로 허용 → 활주로 최상단과 로컬라이저 설치 위치 간 낙차 발생 → 그 높이차를 콘크리트 둔덕·기초구조물로 보완
결과: 항공기 충돌 시 쉽게 부러져야 할 구조물이 단단한 콘크리트 장벽으로 변형. 무안공항 2.4m, 제주공항 5.1m 규모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활주로 종단에 존재
|
"공사비를 아끼려 지형을 많이 살리다 보면 경사를 많이 허용하게 되고, 그러면 낙차가 생기기 때문에 바람이나 태풍에 견디게 하려고 기초 시설물을 강하게 설치하다 보니, 이것이 항공사고의 큰 위협이 되는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 것 같다." - 감사원 관계자
2. 2003년 설치, 2007년 경고, 2009년 규정 폐지…22년간 방치
감사원이 확인한 방치의 역사는 참담하다. 국토교통부는 무안공항 건설 당시인 2003년 6월, 취약성 검토를 전혀 하지 않은 채 콘크리트 둔덕 설치를 결정했다. 2007년 한국공항공사(KAC)가 이 구조물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보완을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아무런 개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2009년에는 국제 기준을 참고해 관련 안전 규정을 제정했으나, 불과 3년 만인 2012년에 스스로 폐지해버렸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이후다. KAC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항행안전시설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면서 무안공항 등 5개 공항, 7개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에 대해 오히려 콘크리트 보강 작업을 실시했다. 취약하게 만들었어야 할 구조물을 더욱 단단하게 만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무안공항 시공 담당자들은 어떠한 검토도 없이 구두로 콘크리트 보강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항공 여객기가 동체 착륙으로 활주로를 미끄러져 내려가 충돌한 그 구조물은, 이미 수차례 위험 신호가 있었음에도 오히려 참사 직전 더 단단해져 있었던 것이다.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 - 22년 방치 타임라인
| 시점 |
내용 |
| 2003년 6월 |
국토부, 취약성 검토 없이 무안공항 콘크리트 둔덕 설치 결정. 공사비 절감 위해 활주로 종단 경사 그대로 허용 |
| 2007년 |
한국공항공사(KAC), 구조물 위험성 인지 후 국토부에 보완 요청 → 국토부 별도 개선 조치 없음 |
| 2009년 |
국토부, 국제 기준 참고해 로컬라이저 취약 구조 관련 안전 규정 제정 |
| 2012년 |
국토부, 제정 3년 만에 안전 규정 자진 폐지 |
| 2019~2024년 |
KAC, 항행안전시설 현대화 사업 추진. 무안 등 5개 공항 7개 로컬라이저 기초구조물 오히려 콘크리트로 보강. 취약구조 확보 없이 시공 방치 |
| 2024년 12월 29일 |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동체 착륙 후 미끄러진 여객기가 로컬라이저 콘크리트 둔덕(높이 2.4m)에 충돌. 179명 사망 |
| 2026년 3월 10일 |
감사원,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감사결과 발표. 둔덕 설치 경위 공식 확인. 30건 지적, 국토부 통보 |
3. 무안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 전국 8개 공항 14개소 동일 문제
이번 감사에서 더욱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잘못된 구조는 무안공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감사원은 전국 15개 공항 항공안전 실태를 점검한 결과, 무안공항을 포함해 김해·여수·사천·광주·포항·제주·김포 등 8개 공항, 14개소에서 로컬라이저가 규정과 달리 부러지기 어려운 콘크리트 둔덕이나 기초구조물 위에 잘못 설치된 사실을 확인했다. 수십 년에 걸쳐 공사비 절감 논리가 전국 지방공항 곳곳에 동일한 위험 구조를 심어놓았다는 의미다.
참사 이후인 지난해 1월 국토부가 로컬라이저 문제를 개선하는 항공안전 혁신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마저 허점이 있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여수공항 등의 일부 경량 철골 구조물은 전문가 검토 없이 개선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고 이후에도 주먹구구식 대응이 이어진 셈이다. 관제 장비 부실도 확인됐다. 무안·울진공항에 2022년 12월 도입된 항공기 위치 탐지 시스템(MLAT)은 성능 미달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담당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준공 처리했고, 지난해 6월 기준 무안공항에서 항공기 27대 가운데 16대(59%)의 위치 정보가 실제 위치와 일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취약 구조 로컬라이저 설치 현황 (2026년 3월 기준)
| 공항 |
구조물 현황 |
비고 |
| 무안 |
콘크리트 둔덕 높이 2.4m |
12·29 여객기 참사 충돌 지점. 2003년 설치, 2019~2024년 보강 |
| 제주 |
콘크리트 기초구조물 높이 5.1m |
국내 최대 규모 문제 구조물 |
| 김해·여수·사천·광주·포항·김포 |
각 공항별 콘크리트 둔덕 또는 기초구조물 |
국토부 개선 추진 중 (일부 미포함 논란) |
| 인천 |
문제 없음 |
활주로 평평하게 건설 - 높은 둔덕 불필요 |
|
4. 둔덕만이 아니었다 - 조종사 62명 정신질환 숨기고 운항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항행안전시설, 정비, 종사 인력, 관제 등 4개 분야 전반에 걸쳐 징계·문책 3건을 포함해 총 30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확인했다. 구조물 문제를 넘어 사람과 제도의 부실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중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 치료 이력이 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채 항공기를 운항한 조종사가 62명, 항공관제사가 35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종사들은 최근 3년간 총 1만2,097회 항공기를 운항했고, 관제사들은 같은 기간 2만3,744일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무안공항 등에서 조류 충돌 위험 평가 당시 충돌 가능성이 높은 조류를 다수 누락한 사실, 일부 공항에서 조종사에게 필요한 조류 활동 정보를 단 한 차례도 송출한 사례가 없는 공항도 있었다는 사실도 이번 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12·29 참사의 직접적 방아쇠로 지목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 대응 체계도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는 뜻이다. 국토교통부는 감사 결과에 대해 "겸허히 수용하고 문제점을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원 '항공안전 취약분야 관리실태' 주요 지적 사항 종합
| 분야 |
주요 지적 내용 |
| 항행안전시설 |
8개 공항 14개소 로컬라이저, 취약 구조 미충족 콘크리트 둔덕·기초구조물 위 잘못 설치. 2019~2024년 KAC가 오히려 보강 공사. MLAT 성능 미달 확인했지만 준공 처리 - 무안공항 항공기 위치 정보 59% 불일치 |
| 종사 인력 |
정신질환 이력 숨기고 운항한 조종사 62명(3년간 1만2,097회 운항), 관제사 35명(3년간 2만3,744일 근무) |
| 조류 충돌 대응 |
위험 평가 당시 충돌 가능성 높은 조류 다수 누락. 일부 공항은 조류활동정보 송출 사례 전무 |
| 처분 요구 |
징계·문책 3건, 주의 7건, 통보 18건, 모범 2건 - 총 30건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 통보 |
|
박예현 기자
ⓒ 2026 깨알소식.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