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죄송합니다" 흐느낀 손주환 대표, 불법증축엔 침묵 — 대전 74명 사상 참사의 진실
합동분향소 찾아 통곡했지만 '불법 헬스장' 질문엔 답 없이 자리 피해 — 경찰·노동부 압수수색·합동감식 본격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검토
핵심 포인트
1.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 3월 21일 가족대기소 방문 "죽을 죄를 지었다" / 22일 합동분향소 재방문 "정말 죄송합니다" 흐느낌 — 그러나 '헬스장 불법 증축' 질문엔 아무 대답 없이 서둘러 이탈
2. 사망 14명 중 9명이 불법 증축 '2.5층 헬스장'에서 발견 — 건물 도면에 없는 공간, 창문·대피로 無. 점심 휴식 중 불길에 갇혀
3. 노조 경고 묵살 + 직원 커뮤니티 누적 비명 — 황병근 노조위원장, 집진시설·배관 화재 위험 수년간 개선 요구했으나 묵살. 직원 커뮤니티에도 "기름 증기로 건강 악화"(2025년 6월), "개선 의지 있으나 위쪽서 막는 느낌"(2024년 8월) 경고 글 누적. 화재경보 오작동 관행으로 당일 실제 경보에도 대피 지연
4. 경찰·노동부 23일 안전공업 본사·공장·대표 자택 압수수색. 합동감식 착수. 유족들 "사람 죽여놓고 보상이 다냐" 냉담·분노
5.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검토. 안전공업은 직원 364명 규모 중견기업으로 법 시행 때부터 적용 대상 사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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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분향소 찾아 통곡한 대표, '불법증축' 앞에선 침묵
3월 22일, 14명의 위패가 나란히 놓인 대전시청 1층 합동분향소에 안전공업 손주환 대표이사가 임직원들과 함께 나타났다. 묵념을 마친 뒤 손 대표는 위패 앞에서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큰소리로 흐느꼈다. 눈물을 보이며 연신 허리를 굽혔다. 하지만 분향을 마치고 나가는 그에게 기자들이 "헬스장을 불법 증축한 게 맞냐"고 묻자, 손 대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 그는 23일에도 분향소를 다시 찾았지만, 이날도 불법 증축 의혹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손 대표는 화재 발생 다음 날인 21일에도 공장 인근에 마련된 가족대기소를 처음 찾아 유족들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 모든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유족들의 반응은 냉담하고 분노 어린 것이었다. 대기소 곳곳에서 "사람을 죽여놓고 보상해주면 다냐", "왜 화재 당일에 찾지 않았냐"는 거친 항의가 이어졌고, 일부 유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손 대표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울먹이며 허리만 굽힐 뿐이었다.
유족들이 회사 측에 요구한 사항
보상 및 지원 계획의 구체적 문서 제출
지원·보상 범위와 방식의 명확한 제시
사망으로 인한 생계 단절 문제를 포함한 실질적 보상
유족 요구 이전에 회사가 먼저 대책을 내놓는 선제적 대응
대표가 직접 참여하는 협상 구조 마련
공식 소통 창구 및 담당자 연락처 명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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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망자 9명이 쓰러진 곳 — '도면에 없는' 불법 헬스장
이번 참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곳은 공장 동관 2층과 3층 사이, '2.5층'으로 불리는 복층 공간이었다. 이 공간은 건물 도면과 건축대장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불법 증축 시설이었다. 전체 사망자 14명 중 9명이 이곳 헬스장에서 발견됐다. 1명은 1층 화장실 앞에서, 1명은 2층 휴게실 입구 계단에서, 나머지 3명은 2층 물탱크실 주변에서 발견됐다.
노조 관계자는 "헬스장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벤치프레스 같은 운동기구 몇 개에, 나머지 공간에 온돌을 깔아서 30~40명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점심시간에 거기서 쉬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5.5m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2층과 3층 사이 차량 램프 공간을 막아 복층으로 만든 이 구조는 정면에 창문이 없어 연기가 빠르게 축적됐고, 대피로도 사실상 전무했다. 불이 났을 때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다.
대덕구청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2014년 준공검사 후 증축 신고가 들어온 게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해당 건물은 2010년 1층 신축에서 시작해 2011년 1층 추가 증축, 2014년 2~3층·옥상을 연달아 올린 건물로, 사망자들이 집중된 이 복층 공간은 그 과정에서 허가 없이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사망자 14명 발견 위치 분포
| 발견 위치 |
인원 |
특이 사항 |
| 2.5층 불법 증축 헬스장 |
9명 |
창문·대피로 없음. 점심 휴식 중 연기에 갇힌 것으로 추정 |
| 2층 물탱크실 주변 |
3명 |
인근 계단 통해 탈출 시도 중 쓰러진 것으로 추정 |
| 2층 휴게실 입구 계단 |
1명 |
대피 도중 쓰러진 것으로 분석 |
| 1층 화장실 앞 |
1명 |
유독가스 질식사로 추정 |
불법 증축 공간 단 한 곳에서 전체 사망자의 64%(9명)가 집중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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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안전보다 이윤" — 노조의 사전 경고, 회사는 묵살했다
안전공업 노조는 이번 참사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고 주장한다. 황병근 노조위원장은 "노조는 그간 산업안전보건회의 등을 통해 집진시설과 공조·배관 등 화재 위험 요소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유증기와 기름 찌꺼기 등이 축적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주기적인 점검과 청소 필요성을 제기해왔다"며 "작은 화재라도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예방 조치를 요구해왔지만 위험 요소가 화재 확산 가능성을 키웠다"고 강조했다. 황 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단순한 불행한 사건이 아니라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경영 구조에서 비롯된 중대한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화재경보의 잦은 오작동 문제다. 일부 생존자들은 "평소 화재경보가 잦은 오작동을 보여 실제 상황에서도 경각심이 낮았다"고 진술했다. 사고 당시에도 경보음이 울렸지만 직원들 상당수가 이를 오작동으로 판단해 대피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공장 내부에 쌓여 있던 절삭유와 기름때, 임의로 설치된 2층 복층 구조 등 여러 위험 요인이 겹치며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위험 요인을 방치한 책임을 끝까지 묻고, 정부와 기업이 산업현장의 안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 법규
산업안전보건기준 규칙 제48조
"관리대상 유해물질로 인한 오염을 제거하기 위해 청소해야 한다."
절삭유·기름 찌꺼기 등 가연성 유해물질은 이 조항에 따른 명백한 관리 청소 대상이다. 노조는 사고 이전부터 이 물질들의 축적 위험을 지적하며 주기적 청소·점검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이 조항 위반 여부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과 함께 병행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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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피해를 키운 복합 요인 분석
| 요인 |
내용 |
| 불법 증축 공간 |
2.5층 헬스장·휴게실 — 창문·대피로 없는 밀폐 구조. 사망자 9명 집중. 도면 미등재 무허가 공간 |
| 샌드위치 패널 구조 |
조립식 건물, 1,000도 이상 열에 쉽게 붕괴. 폭발적 연소 확산으로 내부 진입 불가 |
| 가연성 물질 방치 |
절삭유·기름 찌꺼기 축적 — 노조가 지속 개선 요구했으나 묵살 |
| 나트륨 200㎏ |
물 접촉 시 폭발 위험으로 일반 진화 불가. 'D급 금속화재'로 진화 난항 |
| 화재경보 오작동 관행 |
잦은 오작동으로 경각심 저하 — 실제 화재 당시도 초기 대피 지연 초래 |
| 점심시간 화재 발생 |
근무자 상당수가 2.5층 휴게공간 낮잠·휴식 중 — 즉각 대피 어려웠던 핵심 원인 |
| 스프링클러 미설치 |
나트륨 보관으로 인해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 제외 — 3층 주차장에만 설치돼 있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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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언제 불 날지 몰라 불안" — 수년간 직원 커뮤니티에 쌓인 경고 신호들
이번 참사가 예고된 재앙이었다는 단서는 직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남아 있었다. 경향신문이 단독 확보한 직원 커뮤니티 게시물에는 수년에 걸쳐 위험을 경고하는 글들이 누적돼 있었다. 2024년 8월에는 "환경이 너무 안 좋고 개선 의지가 있으나 위쪽에서 막는 느낌이 강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2025년) 6월에는 직원 F씨가 "기름 증기 등 나쁜 환경에서 다니다 보면 건강이 악화하는 게 느껴진다"고 직접 글로 남기기도 했다. 화재가 언제 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해당 직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이야기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현장에서 확인된 공정 구조가 이 같은 불안을 뒷받침한다. 안전공업은 엔진밸브 연삭 공정에서 회전 숫돌을 돌리고 절삭유를 뿌리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기름이 사방으로 튀고, 이를 흡입하기 위한 집진기가 각 생산라인마다 설치된 구조였다. 노조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생산라인마다 기름이나 분진을 흡입하는 집진기를 설치해왔는데, 기름때와 분진이 그 안에 갇혀 있다 보니 불꽃이 튀면 순식간에 불이 확 붙을 소지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노조는 이 집진 설비와 배관의 화재 위험성을 수년간 개선해달라고 사측에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내부 환경이 화재 급속 확산의 핵심 원인 중 하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점화원 관리, 가연성 물질이 많은 환경 등 다양한 화재 확산 요인들이 있어 특정 요소를 지목하기는 어려운 단계지만, 유증기나 기름이 많은 환경도 여러 확산 요인들 중 하나로 기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남득우 대덕소방서장도 "가공 공정에서 절삭유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기름때가 천장 등에 남아 있게 되고 집진 설비나 배관에 슬러지 같은 것도 많이 존재한다. 미상의 원인으로 발생한 불이 그걸 타고 순식간에 연소 확대가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직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위험이 현실이 되는 날까지.
직원 커뮤니티·내부 경고 기록 — 참사 이전 쌓인 신호들
| 시기 |
내용 |
출처 |
수년간 (상시) |
노조, 산업안전보건회의에서 집진시설·환기·배관의 화재 위험 개선 요구 → 사측 묵살 |
황병근 노조위원장 |
| 2024년 8월 |
직원 커뮤니티에 "환경이 너무 안 좋고 개선 의지가 있으나 위쪽에서 막는 느낌이 강하다"는 글 게재 |
경향신문 단독 확보 |
| 2025년 6월 |
직원 F씨, 커뮤니티에 "기름 증기 등 나쁜 환경에서 다니다 보면 건강이 악화하는 게 느껴진다" 기록 |
경향신문 단독 확보 |
| 화재 2주 전 |
노조, 회사 측에 안전 우려 재차 공식 전달 — 묵살됨 |
헤럴드경제 |
| 2026년 3월 20일 |
오후 1시 17분 화재 발생 — 14명 사망·60명 부상·사상자 74명 |
참사 당일 |
※ 경향신문 단독: 직원 커뮤니티 게시물 다수 확보 / 화재 발생 직후 공장 10월 마지막 안전점검에서 "별다른 특이점 없음" 결론 —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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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압수수색·합동감식 돌입 —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기로
3월 23일 오전, 대전경찰청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안전공업 본사와 공장, 대표 자택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수사관 60여 명이 투입된 이번 압수수색에서 당국은 CCTV 영상을 확보하고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2층 휴게시설 불법 증축 경위와 소방 설비 작동 여부 등을 집중 조사 중이다. 같은 날 경찰·소방·국립과학수사연구원·전기안전공사 등이 유족 대표 2명이 참관한 가운데 합동 현장 감식에도 착수했다. 현재까지 1층 엔진밸브 생산 공정 부근과 3층으로 올라가는 슬로프 부분이 유력한 발화 지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안전공업은 1953년 설립된 직원 364명, 2024년 기준 매출 1,351억 원 규모의 중견기업으로 현대자동차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수출기업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시점부터 적용 대상 사업장이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마성균 고용노동부 대전지방청장은 "사고 현장이 크게 훼손된 상태여서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한 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안전 회피적 노동 현장 관행이 다시금 드러난 것"이라며 "노동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것이 기업의 경영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사 현황 및 향후 조치
| 기관 |
조치 내용 |
| 대전경찰청 |
131명 전담수사팀 구성 / 안전공업 본사·공장·대표 자택 압수수색 / CCTV·관계자 참고인 조사 / 불법 증축·소방 설비 작동 여부 수사 |
| 경찰·소방·국과수 합동 |
3월 23일 오전 합동 현장 감식 착수 (유족 대표 2명 참관) / 발화 지점·확산 경로·구조 문제 동시 조사 |
| 고용노동부 |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검토 / 안전공업 경영진 참고인 조사 완료 / 발화 원인 규명 후 위반 행위 집중 수사 방침 |
| 대전지검 |
공공수사·방실화 담당 검사·수사관으로 전담수사팀 구성 |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
유가족 방문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해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 |
| 대전시 |
희생자 가족 전담 공무원 5인 지정 / 보상~장례 절차 전 과정 지원체제 가동 / 대전시청 합동분향소 운영 |
안전공업: 1953년 설립, 직원 364명, 2024년 매출 1,351억 원 중견기업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시점부터 적용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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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핵심 발언 일지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 (3월 21일, 가족대기소) — "죽을 죄를 지었다. 모든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
손주환 대표 (3월 22일, 합동분향소) — "정말 죄송합니다." (흐느낌) → '불법 증축 맞냐' 취재진 질문에 무응답, 서둘러 이탈
유족 (대기소) — "사람을 죽여놓고 보상해주면 다냐." / "왜 화재 당일에 찾지 않았냐."
황병근 노조위원장 — "이번 사고는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시한 경영 구조에서 비롯된 중대한 인재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 —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안전 회피적 노동 현장 관행이 다시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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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를 위해 눈물을 흘릴 수는 있다. 그러나 불법 증축으로 탈출로조차 없는 공간에 직원들을 방치한 것에 대해 유족들이 원하는 것은 눈물이 아니라 책임이다."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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