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딜 메이킹' 방식의 정치가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글로벌 경제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관세, 만능 협상카드에서 경제폭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 주요 교역국들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거나 위협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는 이를 "더 나은 거래를 위한 압박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미국 제조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국내 산업 보호 효과가 있었지만, 공급망 혼란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제무역 전문가인 김성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관세는 복잡한 국제경제 시스템에서 매우 신중히 사용해야 할 도구"라며 "CEO가 거래처와 가격 협상하듯 접근하면 예상치 못한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인 체포사건, 외교보다 이미지 관리
최근 발생한 한국인 체포 사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도 논란이 되고 있다.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발언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미 국무부 전직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전통적인 외교 프로토콜을 무시하고 국내 정치용 발언을 우선시하는 것은 동맹국과의 신뢰를 훼손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러한 접근이 단순한 '위기 관리'가 아닌 '위기 마케팅'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국민의 안전과 권익 보호라는 국가의 기본 책무가 정치적 계산에 밀려난다는 지적이다.
정치를 법정싸움으로 인식하는 위험성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관은 수십 년간의 부동산 사업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에게 정치적 협상은 법정에서의 승부와 다름없다.
정치심리학자 마이클 존슨 박사는 "트럼프는 정치를 제로섬 게임으로 인식한다"며 "상호 이익을 추구하는 외교의 본질과는 근본적으로 충돌하는 사고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접근법은 국제관계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다자간 협력이 필수적인 글로벌 이슈들 - 기후변화, 팬데믹 대응, 안보 위협 등 - 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CEO형 리더십의 한계
기업 경영과 국가 통치의 근본적 차이를 간과한 결과는 명확하다. 기업의 목표가 주주 이익 극대화라면, 국가의 목표는 국민 전체의 복지와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역할 수행이다.
정치학자 박현준 교수는 "결단력과 추진력은 장점이 될 수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장기적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국정 운영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파장과 동맹국들의 우려
트럼프식 통치의 영향은 미국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주요 동맹국들은 미국을 '예측 불가능한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는 국제 협력 체제의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의 한 외교관은 "미국과의 협상에서 언제 입장이 바뀔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크다"며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8개월은 '국가는 기업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정치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복잡한 관계의 예술이다.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미국이 전통적인 외교 규범과 다자주의로 복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은 계속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다.
한 전직 국무부 고위 관료는 "정치 지도자는 CEO가 아니라 조정자이자 중재자여야 한다"며 "트럼프 시대의 혼란은 이 기본적인 원칙을 망각한 데서 비롯됐다"고 결론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