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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동계올림픽 설상에서 첫 금메달 쾌거.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17세 어린 최가온이 빛나다

02-14
두 번 쓰러지고 일어난 17세...최가온, 클로이 김 꺾고 한국 설상 첫 금메달의 기적


<이미지 : 최가온 선수가 금메달 시상>

두 번 쓰러지고 일어난 17세...최가온, 클로이 김 꺾고 한국 설상 첫 금메달의 기적

1차 충돌로 들것 준비, 2차도 넘어져 12명 중 11위...마지막 3차 시기에서 90.25점 대역전극, 김연아-윤성빈 잇는 '불모지의 금메달' 2026.02.13
핵심 포인트 - 최가온(17세),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 3차 시기 90.25점으로 대역전 금메달
- 1·2차 시기 모두 넘어져 11위에서 마지막 기회에 1위로 직행...한국 설상 종목 첫 금
- 올림픽 3연패 도전한 클로이 김(88.00점) 꺾어...역대 최연소 기록도 경신(17세 3개월)
- 김상겸 은메달·유승은 동메달과 합쳐 한국 스노보드 사상 첫 금·은·동 석권
모든 사람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17세 소녀가 일어섰다. 최가온(세화여고)이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90.25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스키-스노보드 출전 66년 역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이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금메달이 기적이라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첫 금'이어서가 아니다. 결선 1차 시기에서 크게 넘어져 들것이 준비될 정도의 충격을 받았고, 2차 시기에서도 다시 넘어져 12명 중 11위로 밀린 상황. 모든 카메라가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클로이 김에게 쏠려 있었을 때, 이 고등학생은 다리를 절뚝이며 마지막 3차 시기 출발선에 섰다. 그리고 결선 12명 중 유일하게 90점대를 받아냈다.

절망의 1·2차, 기적의 3차...11위에서 1위로

결선은 처음부터 험난했다. 1차 시기에서 두 번째 점프 후 착지하는 과정에서 보드가 파이프 턱에 걸리며 최가온은 크게 쓰러졌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의료진이 코스 안으로 뛰어들었다. 들것까지 준비됐다. 가까스로 일어나 눈물을 보이며 슬로프를 내려온 최가온. 1차 점수는 10점. 사실상 백지 상태였다. 2차 시기를 앞두고 전광판에는 'DNS(출전하지 않음)' 표시가 떴다가 번복됐다.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올라간 최가온. 그러나 첫 번째 공중 동작에서 또다시 불안한 착지 끝에 남은 도전을 포기하고 내려왔다. 12명 중 11위. 이 시점에서 클로이 김은 1차 시기 88.00점으로 여유롭게 1위를 지키고 있었다. 스노보드 사상 최초의 올림픽 3연패가 눈앞이었다.
최가온의 결선 3차 시기 - 절망에서 기적으로
시기 점수 순위 상황
1차 10.00 11위 파이프 턱 충돌, 의료진 투입, 들것 준비
2차 실패 11위 DNS 번복 후 출전, 첫 동작에서 재차 실패
3차 90.25 1위 900-720도 회전 완벽 구사, 12명 중 유일 90점대
마지막 3차 시기. 눈발이 날리는 악조건이었다. 최가온은 냉철한 판단을 내렸다. 부상과 기상 상태를 고려해 자신의 필살기인 1080도(세 바퀴) 이상 초고난도 기술 대신, 900도와 720도 회전을 중심으로 다양하고 깔끔한 구성을 선택했다. 결과는 90.25점. 결선 진출자 12명 중 유일한 90점대였다. 점수가 뜨자 최가온은 눈물을 쏟았고, 마지막 주자 클로이 김은 3차 시기에서 역전을 노렸으나 넘어지며 재역전에 실패했다.
"파이프와 나와의 싸움이었다. 멘털이 제일 중요하다. 1차, 2차에서 넘어졌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올라갔다. 준비된 기술의 반도 보여주지 못한 예선과 달리, 3차에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 최가온, 금메달 확정 직후 인터뷰

클로이 김의 축하, 그리고 좌절된 3연패의 꿈

최가온에게 클로이 김은 우상이자 롤모델이었다. 올림픽 전 인터뷰에서 "클로이 언니와 같이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던 소녀가, 그 언니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18년 평창에서 17세 10개월로 금메달을 딴 클로이 김의 최연소 기록도 갈아치웠다. 최가온은 17세 3개월. 7개월 앞당긴 새 역사다. 클로이 김은 1차 시기에서 캡 더블콕 1080(세 바퀴 회전)을 성공시키며 88.00점으로 선두에 올랐다. 스노보드 종목 사상 최초의 올림픽 3연패가 코앞이었다. 그러나 2차, 3차 시기 모두 넘어지며 은메달에 머물렀다. 3연패의 꿈은 좌절됐지만, 3차 시기를 마친 뒤 클로이 김은 금메달이 확정된 최가온에게 먼저 다가가 뜨겁게 포옹하며 축하를 건넸다. 자신을 우상으로 따르던 후배가 자신을 넘어선 순간, 선배는 기꺼이 축하했다. 동메달은 85.00점의 오노 미쓰키(일본)가 차지했다.
여자 하프파이프 최종 결과
순위 선수 점수 비고
최가온 (한국) 90.25 3차 시기, 역대 최연소(17세 3개월)
클로이 김 (미국) 88.00 1차 시기, 3연패 도전 좌절
오노 미쓰키 (일본) 85.00

한국 스노보드, 금-은-동 석권의 역사를 쓰다

최가온의 금메달은 단독 쾌거가 아니다. 이번 밀라노-코르티나 대회에서 한국 스노보드는 놀라운 성과를 쏟아냈다. 대회 개막 이틀째인 8일, 37세 베테랑 김상겸이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며 한국 선수단 1호 메달이자 한국 동-하계 올림픽 통산 400호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소치부터 4회 연속 올림픽에 도전한 끝에 얻은 감격의 결실이었다. 바로 다음 날에는 18세 유승은이 여자 빅에어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여자 스노보드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한국 스노보드 메달 현황
메달 선수 종목 의미
최가온 (17세) 여자 하프파이프 한국 설상 종목 역대 첫 금메달
김상겸 (37세) 남자 평행대회전 4회 올림픽 도전 끝 첫 메달, 통산 400호
유승은 (18세) 여자 빅에어 한국 여자 스노보드 첫 올림픽 메달
금-은-동. 한 대회에서 스노보드 세 종목에 걸쳐 모든 색깔의 메달을 가져온 것이다. 한국 스키-스노보드가 단일 올림픽에서 2개 이상의 메달을 딴 것 자체가 처음인데, 그것도 금-은-동 석권이라니. 2018년 평창에서 이상호가 스노보드 알파인 은메달로 물꼬를 튼 지 8년 만에, 한국 스노보드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스포츠가 됐다.

김연아, 윤성빈, 그리고 최가온...'불모지의 금메달'

최가온의 금메달은 한국 동계 스포츠 역사에서 특별한 계보에 놓인다. 2010년 밴쿠버에서 '피겨 불모지'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연아. 2018년 평창에서 '스켈레톤 불모지'에 첫 금을 새긴 윤성빈. 그리고 2026년 밀라노에서 '설상 불모지'를 뚫은 최가온. 이들의 공통점은 인프라도 전통도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개인의 재능과 의지만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최가온의 성장 스토리는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스노보드에 입문했지만 원래는 김연아를 보고 피겨스케이팅을 배웠다. 스노보드에 반해 전향한 뒤, 2023년 1월 세계 익스트림 스포츠의 정점인 X게임에서 14세 2개월 최연소 우승을 차지하며 '스노보드 신동'으로 불렸다. 같은 해 12월 첫 월드컵 우승. 그러나 2024년 초 스위스에서 훈련 중 척추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해 1년여를 재활에 매달렸다. "아픈 것보다 대회에 나갈 수 없는 게 속상해서 울었다"는 소녀는 끝내 돌아왔고, 2025-26시즌 월드컵 3연속 금메달로 올림픽 금메달 1순위 후보가 됐다.
금메달 소식이 전해지자, 9년 전 영상 하나가 급속히 퍼지며 '성지순례'가 이어지고 있다. 2017년 1월 12일 방영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919회. 당시 8세였던 최가온은 부모와 4남매가 함께 스노보드를 타는 '스노보드 가족'의 일원으로 출연했다. 33개월 막내부터 초등학생 네 남매까지 온 가족이 자유자재로 설원을 누비는 모습이 방영됐고, 4남매 중 셋째인 최가온은 '쾌속 보딩'과 '스피드 라이딩'이 특기인 '말괄량이 보더'로 소개됐다. 당시 전윤걸 스노보드 청소년 국가대표 코치는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고학년 선수들보다 더 잘 탄다"며 "계속 훈련하고 성장한다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9년 뒤 그 예언은 현실이 됐다. 스노보드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8세 최가온은 "멋있고 재밌고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니까요"라며 해맑게 웃었다.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일이' 919회 (2017.01.12) - 8세 최가온의 스노보드 영상
최가온, 신동에서 금메달리스트까지
2008.11 출생. 김연아를 보고 피겨 입문 후 스노보드로 전향
2023.01 X게임 하프파이프 우승 (14세 2개월, 역대 최연소)
2023.12 FIS 월드컵 생애 첫 우승
2024.01 스위스 훈련 중 척추 골절...1년여 재활
2025-26 시즌 월드컵 3연속 금메달, 시즌 랭킹 1위
2026.02.12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 금메달 (17세 3개월, 역대 최연소)

금메달 이후의 과제...시설과 저변확대는 언제쯤

최가온의 금메달, 김상겸의 은메달, 유승은의 동메달. 이 성과는 감동적이지만 동시에 한국 설상 스포츠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이들은 국내에 마땅한 전용 훈련 시설이 부족해 해외를 전전하며 기량을 키웠다. 최가온은 부모와 함께 스위스에서 훈련하고 올림픽에 출전했다.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가 2014년부터 롯데그룹의 후원으로 선수 지원을 늘려왔고, 누적 포상금만 12억원에 달하지만, 여전히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설상 인프라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 설상 스포츠의 현실 한국 스키-스노보드가 동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것은 1960년이다. 66년간 단 한 번도 금메달이 없었다. 2018년 평창 이상호의 은메달이 유일한 메달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8년 만에 금-은-동 3개를 거둔 것은 놀라운 성취지만, 김연아 이후 피겨의 저변이 넓어진 것처럼, 윤성빈 이후 스켈레톤이 발전한 것처럼, 최가온 이후 스노보드의 시설과 훈련 환경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금메달은 시작일 뿐이다.
두 번 넘어지고, 들것이 준비되고, 전광판에 'DNS'가 떴다가 사라진 그 몇 분의 시간. 그 사이에서 17세 소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리를 절뚝이며 출발선에 섰고, 90.25점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우상까지 꺾으며 한국 설상 66년 역사의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기적이 한 사람의 영웅담으로 끝나지 않도록, 다음 세대의 최가온이 더 나은 환경에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불모지의 금메달은 언제나 아름답지만, 불모지가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박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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